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ㄱㅣㅇㅓㄱ Jan 28. 2019

배를 타고

[4_시]

배를 타고     



가만히

오른 어깨에

심장을 얹고 누워 있으면

왼 어깨가 조용조용

앞으로 한번 뒤로 한번, 운다     


검은 파도 아래

파르르 맺힌 웃음소리들

조끼를 입고 가만히 있으니

사람이 벽을 타더라, 깔깔거린다     


새파란 눈물을 접고

다시 아이가 배를 탄다

그들이 분주히 배를 접는다

앞으로 한번 뒤로 한번

나도 함께 접히며, 세어본다     


벽을 타고 거꾸로 선 그들은

몇 개의 어린 숨들을 접어버렸나     


도착하지 못한 섬으로

다시 배를 타고 간다

까마득한 파도를 거슬러

그 섬에 가면

남은 아이가 살고 있을까     


캄캄한 창에 숨소리가 터지고

접힌 벽 안에서

아이들이 먼저, 웃는다     


점점 작아지는 배를 타고

천천히 섬으로 간다

섬의 끝에서

아이가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섬의 온기가 흘러와 바사삭 벽을 말린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다          

          

글쓴이 - 박은서

작가의 이전글 희망이 내려오면 건지려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