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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속 오프라인 매장이 고마운 이유

동네의 터전, 사람의 연결고리

by sonobol


경기 불황 속에서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은 참으로 버겁다. 오래된 맛집이나 전통 있는 식당, 수십 년간 한 동네를 지켜온 점포들이 문을 닫고 빈자리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가슴 한쪽이 짠해진다. 세월의 흔적과 사람들이 쌓아온 추억이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가게 불을 밝히며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식당 주인들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움직인다. 단순히 손님을 맞이하는 사장이 아니라, 동네의 한 부분을 지켜내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고, 가끔은 의도적으로라도 찾아가 밥 한 끼를 사 먹으며 그 존재가 오래 이어지기를 바라게 된다.





1. 서론: 왜 지금 오프라인 매장이 소중한가


요즘 나는 빵집이든, 카페든, 마트든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 자체가 고맙게 느껴진다. 단순히 소비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이 도시가 여전히 숨 쉬고 있다는 증거 같기 때문이다. 높은 임대료, 내수 붕괴, 온라인 쇼핑의 성행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을 밝히고 문을 열어주는 매장들이 있기에 동네는 동네답게 존재한다.


현대 소비는 점점 더 효율과 편리성에 맞춰진다. 모바일 주문 한 번이면 모든 것이 집 앞에 도착한다. 하지만 화면 속 ‘결제 완료’ 버튼은 아무리 눌러도 사람 사는 냄새를 주지 않는다.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불편을 감수하면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고, 사람의 얼굴을 보게 하고, 작은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불황일수록, 돈이 팍팍할수록, 오히려 이런 오프라인 공간의 소중함이 크게 다가온다.


2. 자영업자의 현실


내가 아는 자영업자들은 가격 500원에 목숨을 건다. 커피값이 4,500원일 때와 5,000원일 때의 차이는 소비자가 느끼는 것보다 자영업자 본인에게 훨씬 크다. 500원을 내리면 손님이 조금 늘어날 수 있지만, 원재료비와 임대료, 인건비는 그대로이니 ‘많이 팔수록 손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500원을 올리면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재고가 폐기되고, 결국 매출은 줄어든다.


이렇듯 동네 사장님들의 하루는 ‘가격 조정’ 하나에도 심장이 쫄깃해지는 삶이다. 폭리를 취해 돈방석에 앉는 자영업자는 드물다. 오히려 빚을 내 사업을 시작하고, 빚을 갚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휴가철에도 매장을 닫지 못하는 이유는 ‘문 닫는 순간 손님이 떠날까 두려워서’다.


현실은 냉혹하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꼬박꼬박 나가고, 인건비는 법정 최저임금 이상으로 책정해야 한다. 임대료는 매년 오르고, 원자재 가격은 국제 시세에 따라 요동친다. 이 속에서 자영업자는 거의 줄타기를 하듯 하루를 이어간다.


3. 소비자 선택권과 가격 논쟁


나 역시 카페의 커피값이나 빵집의 가격이 비싸다고 느낀 적이 있다. 하지만 선택지는 분명 존재한다. 지하철 역사 안의 체인형 카페에서는 더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팔고, 대형마트에서는 다양한 빵을 훨씬 싼 가격에 공급한다. 나는 저질 입맛이라 마트 빵도 충분히 맛있게 먹는다. 그래서 빵값이 부담스러울 때는 그냥 마트에서 사서 아이들과 함께 먹는다.


그러나 가격 이상의 이유로 동네 카페와 빵집을 찾을 때가 있다. 아이를 환대해 주는 공간, 손님과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불러주는 공간, 그 작은 정성과 배려가 결국 발길을 붙잡는다. 단순히 ‘비싸다-싸다’의 구도가 아니라, 동네 매장이 오래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소비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4. 오프라인 매장이 지닌 사회적 기능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의 장이 아니다. 그것은 동네의 심장이고, 공동체의 구심점이다.


나는 동네 카페에서 아이의 숙제를 봐주기도 했고, 작은 책방에서 이웃과 우연히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반찬가게에서 줄을 서며 알게 된 사람과 이웃이 되었고, 정육점 사장님이 추천해 준 고기를 계기로 가족 저녁이 풍성해졌다. 이런 경험은 온라인 쇼핑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태권도 학원, 문방구, 헬스장, 동네 도서관 같은 것들이 얽히고설켜 ‘사람 사는 동네’를 만든다. 가게 하나가 사라질 때마다 심장이 덜컹하는 이유는 그곳에 우리의 추억이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5. 불황 시대 자영업 도전의 고민


최근 지인이 북카페나 책방 운영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고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자영업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선뜻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365일 매장에 묶여야 한다는 현실, 빚과 이자가 발목을 잡는 구조, 임대료와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 이 모든 이야기를 들으면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영업은 겉으로 보면 자유로운 삶 같지만, 실제로는 회사원보다 더 구속적일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이 없을 뿐, 매장이 곧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다. 불황기에는 ‘잘 버티는 것’ 자체가 성과다.


6. 회사원·공무원과 다른, 자영업자의 존재 이유


나는 회사원과 공무원의 삶도 존중한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또 다른 차원에서 존경할 만하다. 그들은 지역 경제의 뼈대를 이루고, 공동체의 마지막 연결망을 지켜낸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진출하지 않는 골목에는 여전히 소상공인들의 가게가 있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이어가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한 동네를 오래 살다 보면 느끼게 된다. 동네를 이루는 건 소비자들만이 아니라, 자영업자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7. 소비자와 판매자의 관계 재정립


현대 사회에서는 소비자와 판매자가 마치 적대적 관계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소비자는 ‘가격에 호갱이 되지 않으려는 방어심리’를 갖고, 판매자는 ‘어떻게든 더 팔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자영업자의 얼굴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를 키우며 동네에서 살아보니 깨닫게 된다. 돈만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고, 단순한 거래만으로는 삶이 이어지지 않는다. 매장은 돈이 오가는 곳이지만, 동시에 교감이 이루어지고, 연대가 생기고, 위로가 오간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칼로 자를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8. 해외 사례 비교


일본은 한때 상점가가 쇠퇴하면서 ‘셔터 거리’라는 말이 생겼다. 그러나 지방 정부와 주민이 협력해 전통시장과 상점가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은 지역 상점을 보호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마련했고, 미국은 프랜차이즈와 로컬 샵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이어간다.


이 사례들은 한국의 현실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단순히 ‘자영업 과잉’이라고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지속성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지켜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9. 디지털 전환 시대 오프라인 매장의 전략


많은 자영업자들은 이미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배달앱과 스마트오더, 인스타그램 홍보는 이제 필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화의 핵심은 ‘오프라인 경험’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누가 건네주는가’, ‘어떤 분위기에서 마시는가’가 다르다.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경험이 되는 순간, 오프라인 매장은 경쟁력을 갖는다. 그래서 요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경험 경제(Experience Economy)’라는 키워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0. 미래 전망과 정책 과제


정부와 지자체는 골목상권 보호 정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임대료 구조는 자영업자에게 불리하다. 건물주-세입자 간의 불균형,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확장,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단기적 지원금이나 임대료 보조만으로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자영업자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지역 공동체가 무너지면, 도시의 심장도 함께 멈출 수 있다.


11. 결론: 돈 이상의 가치, 삶의 연결망


경기불황 속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고마운 존재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동네가 동네다워지는 장(場)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빵 하나를 살 때도 단순히 가격표만 보지 않는다. 그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삶, 그들이 지켜내는 동네의 온기를 떠올린다.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사람 사는 곳’이고,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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