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감 감소 현상의 원인 분석과 사회적 시사점 통합 보고
글로벌 섹스 리세션: 친밀감 감소 현상의 원인 분석과 사회적 시사점 통합 보고
요약
본 칼럼은 선진국 전반에 걸쳐 관찰되는 성관계 빈도의 지속적이고 현저한 감소 현상, 즉 '섹스 리세션(Sex Recession)'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미국 일반사회조사(GSS), 영국 국립 성태도 및 라이프스타일 조사(Natsal)를 비롯해 일본, 호주, 유럽 등지의 광범위한 국제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이 추세는 밀레니얼과 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기혼 부부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감소세는 단일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사회인구학적, 경제적, 기술적, 생물학적, 심리사회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다. 주요 동인으로는 결혼 연령의 상승, 1인 가구의 급증, 청년층이 겪는 경제적 불안정, 디지털 미디어의 보편화, 남성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세대 간 감소, 그리고 외로움과 불안으로 특징지어지는 정신 건강 위기의 심화 등이 지목된다.
특히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섹스리스 비율을 보이는 핵심 사례 연구 대상국이다. 한국의 경우, 극심한 젠더 갈등, 과도한 경제적 압박, 1인 가구로의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같은 고유한 요인들이 글로벌 트렌드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 현상의 가장 중대한 시사점은 출산율 붕괴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구 고령화를 가속화하고, 장기적으로 경제 생산성, 사회 보장 시스템, 국가적 사회 자본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상호 연결된 도전 과제에 직면한 정책 입안자들이 고려해야 할 핵심 전략 방향을 제시하며 결론을 맺는다.
제1장: 친밀감으로부터의 후퇴: 전 세계적 성관계 감소 현상의 계량적 분석
본 장에서는 주요 국가들의 대규모 설문조사 데이터를 제시하고 분석함으로써 성관계 빈도 감소가 측정 가능하고, 광범위하며, 가속화되고 있는 선진국의 보편적 추세임을 입증하고, 보고서의 경험적 토대를 마련한다.
1.1 미국 사례: 일반사회조사(GSS)로 본 수십 년간의 감소세
미국 성인에 대한 전국 대표 표본조사인 일반사회조사(GSS)는 이 주제에 관해 가장 장기적이고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제공한다. 1989년부터 현재까지의 GSS 데이터를 분석하면 성관계 빈도 감소 추세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18세에서 64세 사이의 미국 성인 중 주 1회 이상 성관계를 갖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1990년 55%에서 2024년 37%로 급감했다. 이러한 감소세는 2000년대 이후 가속화되었으며, 199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을 비교했을 때 미국 성인의 연평균 성관계 횟수는 약 9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감소는 모든 연령대에서 균일하게 나타나지 않으며, 특히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1년간 성관계를 전혀 갖지 않았다고 응답한 18-29세 청년의 비율은 2010년 12%에서 2024년 24%로 두 배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18-24세 남성의 성적 비활동(sexual inactivity) 비율은 2000-2002년 18.9%에서 2016-2018년 30.9%로 급증했다. 25-34세 남성(7.0%에서 14.1%)과 25-34세 여성(7.0%에서 12.6%)에서도 유사하지만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첫째, 이 현상은 단순한 '연령 효과(aging effect)'가 아닌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라는 점이다. 초기 GSS 데이터는 나이가 들수록 성관계 빈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주었으나 , 이것이 단순히 개인이 노화함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인지, 아니면 젊은 세대 자체가 이전 세대보다 낮은 빈도에서 시작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후속 연구들은 이것이 주로 코호트 효과임을 명확히 했다. 즉, 199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같은 나이대의 1960년대생이나 1930년대 생보다 성관계를 덜 갖는다. 이는 섹스 리세션이 단순히 인구 고령화의 결과가 아니라, 오늘날 젊은 성인들의 근본적인 행동 변화에서 비롯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들이 나이가 들어도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수십 년간 국가 전체의 평균 빈도를 계속해서 낮출 것임을 암시한다.
둘째,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추세의 근본 원인이 아니라 '가속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성관계 빈도 감소 추세는 2020년 이전부터 이미 20년 이상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팬데믹 기간(2020-2021)의 데이터는 추가적인 급락을 보여준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성관계를 갖는 미국 성인의 비율은 팬데믹 이전 63.9%에서 팬데믹 기간 중 58.9%로 감소했다. 그 기제는 명확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새로운 파트너를 만날 기회를 줄였고, 스트레스는 기존 관계에 부담을 주었다. 특히 미혼 여성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팬데믹은 섹스 리세션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창출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불안이라는 기존의 핵심 동인들을 증폭시켜 이미 존재하던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켰다.
도표 1: 미국 성인(18-64세)의 주 1회 이상 성관계 비율 추이, 1990-2024년
<img src="https://i.imgur.com/k6lP0W3.png" alt="A line graph showing the percentage of U.S. adults (ages 18-64) reporting weekly sex from 1990 to 2024. The y-axis represents the percentage, and the x-axis represents the year. The line starts at 55% in 1990, dips slightly below 50% by 2010, and drops sharply to 37% by 2024. The graph clearly illustrates a significant and accelerating decline over the period.">
자료: General Social Survey(GSS)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구성.
1.2 영국 사례: 국립 성태도 및 라이프스타일 조사(Natsal)의 통찰
10년 주기로 시행되는 영국의 Natsal 조사 역시 미국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 16-44세 연령층의 월간 성관계 빈도 중앙값은 Natsal-2(1999-2001)와 Natsal-3(2010-2012) 조사 사이에 감소했다. 특히 지난 한 달간 성관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성인의 비율이 Natsal-3 조사에서 크게 증가하여 여성 29.3%, 남성 29.2%에 달했다. 이러한 빈도 감소는 25세 이상 및 기혼 또는 동거 중인 집단에서 가장 가파르게 나타났다.
Natsal 조사는 중요한 지점을 드러내는데, 바로 실제 성관계 빈도 감소가 성관계에 대한 욕구 감소와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Natsal-3 조사에서는 실제 빈도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관계를 '더 자주 하고 싶다'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욕구-현실 간의 격차'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이 현상은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금욕을 선택하거나 리비도가 집단적으로 감소해서가 아니라, 스트레스, 시간 부족, 정신 건강 문제, 관계의 어려움과 같은 외부 장벽과 압박이 원하는 수준의 친밀감을 방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아닌, 공중 보건 및 사회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임을 알 수 있다.
1.3 선진국의 보편적 현상: 글로벌 트렌드 비교
성관계 빈도 감소는 미국과 영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여러 고소득 국가에서 유사한 감소세가 기록되고 있다. 호주, 핀란드, 프랑스의 조사에서도 2000년대 이후 성관계 빈도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은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2014년 조사에서 기혼 부부의 '섹스리스'(월 1회 미만) 비율이 44.6%에 달했으며 , 최근 조사에서는 기혼 부부의 3분의 2 이상이 섹스리스 또는 거의 섹스리스 상태라는 결과도 나왔다. 독일과 프랑스('la sex recession') 역시 비슷한 추세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데이터는 일본과 한국이 글로벌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 두 국가는 성적 만족도와 빈도에서 지속적으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섹스리스 비율은 가장 높다. 또한 이들 국가는 섹스 리세션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인들, 즉 초경쟁적인 경제 환경, 장시간 노동, 높은 생활비, 급격한 인구 고령화, 젠더 역할에 대한 극심한 문화적 압박 등을 가장 극단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상황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현재의 경제적, 사회적 압력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다른 선진국들이 맞이할 수 있는 미래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이들은 광범위한 섹스 리세션 현상에 대한 '탄광 속의 카나리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2장: 금욕의 해부학: 다각적 원인에 대한 심층 분석
본 장에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에서 '왜' 일어나고 있는가로 초점을 옮겨, 성관계 감소를 추동하는 상호 연결된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2.1 관계 지형의 변화: 줄어드는 파트너, 늘어나는 고독
구조적으로 가장 중요한 동인 중 하나는 안정적인 파트너 관계의 감소다. 미국에서 파트너와 함께 사는 성인의 비율은 1986년 66%에서 2014년 59%로 감소했다. 이 경향은 젊은 층에서 더욱 심각하여, 18-29세 청년 중 파트너와 동거하는 비율은 2014년 42%에서 2024년 32%로 10% p나 하락했다. 기혼 또는 동거 중인 사람들이 독신보다 훨씬 더 자주 성관계를 갖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전체 인구의 평균 성관계 빈도를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혼 부부 사이에서도 성관계 빈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미국 기혼 부부의 주 1회 이상 성관계 비율은 1996-2008년 59%에서 2010-2024년 49%로 감소했다.
이 데이터는 섹스 리세션이 '관계 형성의 감소'와 '관계 내 친밀감의 감소'라는 이중적 쇠퇴에 의해 추동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즉, 1인 가구 증가만을 탓하는 것은 왜 파트너가 있는 커플들조차 성관계를 덜 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며, 반대로 커플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요인(예: 권태기)만으로는 젊은 독신층에서 섹스리스가 급증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진정한 함의는 이 두 현상이 별개이면서도 상호 강화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있다. 관계 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사회적 요인들(경제적 스트레스, 디지털 고립 등)이 종종 기존 관계에도 부담을 주어 친밀감을 감소시킨다. 이로 인해 성인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파트너와의 성관계로부터 포괄적인 후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2.2 경제적 불안정의 무게: 섹스를 하기엔 너무 지치고 불안한 삶
경제적 불안정, 특히 젊은 남성들이 겪는 불안정은 성관계의 강력한 억제 요인이다.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파트타임 또는 무직 남성들 사이에서 성적 비활동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배우자의 실업, 특히 남편의 실업은 부부간 성관계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는 남성의 '가장(breadwinner)' 정체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데, 실직은 자존감을 해치고 결과적으로 리비도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이전 세대에 비해 임금 정체와 열악한 고용 환경에 직면한 젊은 남성들의 광범위한 경제적 쇠퇴와도 연결되며, '성공적인 사회 진출의 실패(failure to launch)'라는 감각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 지위가 점차 성적, 낭만적 활동의 전제 조건이 되어가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특히 남성에게 더욱 두드러진다. 데이터는 남성의 고용 및 소득과 성적 활동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학적 분석에 따르면 남성 정체성은 여전히 '공급자' 역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경제적 불안정이 만연한 시대에 재정적 안정을 이루지 못한 남성들은 데이트 비용이나 주거비 마련과 같은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힐 뿐만 아니라, '짝짓기 시장'에서 자신의 매력과 자신감이 저하되는 심리적 타격도 입는다. 이로 인해 성과 연애는 젊은 시절의 보편적 경험이 아니라 경제적 성공에 대한 보상이나 사치품처럼 인식되면서, 많은 젊은 남성들이 사실상 시장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역학은 젊은 남성과 여성 간에 벌어지는 섹스리스 격차의 핵심 동인 중 하나다.
2.3 디지털이 초래한 욕망의 붕괴: 침실 안의 스크린
스마트폰과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부상은 2010년 이후 섹스 리세션이 가속화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시기는 '거대한 재배선(Great Rewiring)'이라 불리며, 유년기와 사회생활이 점차 디지털화되면서 현실 세계에서의 사회화 경험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급감했다. 소셜 미디어와 스트리밍 서비스는 가정생활에 깊숙이 침투하여, 과거 친밀감을 위해 사용되었을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잠식한다. 스마트폰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대인 관계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과도한 소셜 미디어 사용은 관계 불만족, 갈등, 질투, 그리고 상대방을 앞에 두고 스마트폰만 보는 행위인 '퍼빙(phubbing)'을 유발하여 파트너와의 유대를 약화시킨다. 흥미롭게도, GSS 데이터에 따르면 성관계 빈도 감소는 포르노를 시청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는 포르노가 전체적인 감소세를 설명하는 단순한 대체재가 아님을 시사한다.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시간을 빼앗는 것을 넘어, 사회적 상호작용의 각본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실제 친밀감을 대체하는 '주변적 친밀감(ambient intimacy)'을 만들어낸다. 초기 가설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와 인스타그램에 너무 바빠서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대체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더 깊은 분석은 이것이 훨씬 더 심오한 변화임을 시사한다. 소셜 미디어는 노력, 위험, 취약성을 감수할 필요 없이 끊임없이 낮은 수준의 사회적 인정과 연결감을 제공한다. 이는 실제 물리적 친밀감 없이도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이상적으로 편집된 관계들을 끊임없이 노출시킴으로써 자신의 현실에 대한 불만족을 키운다. '거대한 재배선' 이론은 Z세대에게 디지털 상호작용이 사회화의 기본값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그들이 낭만적, 성적 관계를 탐색하는 데 필요한 대면 사회 기술을 충분히 발달시키지 못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감소는 단순한 주의 분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역량의 결핍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2.4 리비도의 생물학: 테스토스테론의 세대 간 감소
남성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연령과 무관하게 인구 집단 전반에 걸쳐 감소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존재한다. 매사추세츠 남성 노화 연구(Massachusetts Male Aging Study)에 따르면, 비만과 같은 건강 요인을 통제한 후에도 1989년의 60세 남성이 1995년의 60세 남성보다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더 높았으며, 이러한 경향은 세대가 지남에 따라 지속되었다.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리비도 감소, 우울감, 피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이러한 감소의 잠재적 원인은 복합적이다. 좌식 생활,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 스트레스와 같은 생활 습관 요인과 더불어, 플라스틱이나 화장품에서 발견되는 프탈레이트, BPA와 같은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EDCs)에 대한 환경적 노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섹스 리세션에 간과되어 온 생리학적 기저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부분의 분석이 사회학적, 경제적, 심리학적 요인에만 집중하는 반면, 테스토스테론 감소에 대한 데이터는 강력한 생물학적 변수를 제시한다. 이는 모든 사회경제적 장벽이 제거된다 하더라도, 현대 남성들이 조부 세대에 비해 리비도 측면에서 생리적인 역풍을 맞고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산업 화학물질, 좌식 근무 환경, 가공식품과 같은 거시적 환경 및 생활 습관의 변화가 호르몬 교란이라는 미시적 생물학적 기제를 통해, 결국 섹스 리세션이라는 거시적 사회 현상으로 발현되는 3차원적 인과 관계를 보여준다. 따라서 해결책은 경제적, 사회적 개입뿐만 아니라 공중 보건 및 환경 정책을 포함해야 할 수도 있다.
2.5 외로움과 리비도 저하의 악순환
정신 건강, 외로움, 성적 활동 사이에는 강력하고 양방향적인 연관성이 존재한다. 외로움과 사회적 연결의 부재는 우울증과 불안감의 높은 발병률과 관련이 있다. 관계 내에서 물리적 친밀감이 부족하면 외로움, 고립감,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우울증과 불안은 리비도 저하의 잘 알려진 원인이다.
이는 사회적 고립과 성적 비활동 사이에 악순환의 고리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거대한 재배선'과 사회 활동의 감소는 외로움을 증가시킨다. 외로움 및 그와 관련된 우울증 은 파트너를 찾고 성관계를 맺으려는 동기와 에너지를 감소시킨다. 그 결과로 발생하는 성적, 낭만적 친밀감의 부재는 고립감과 부적절함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로써 외로울수록 성관계를 덜 하게 되고, 성관계를 덜 할수록 더 외로워지는 자기 영속적인 순환이 만들어진다. 이 순환 고리는 젊은 성인들 사이에서 관찰되는 섹스리스의 가속화 현상의 핵심 동력일 수 있다.
제3장: 대한민국: 쇠퇴의 진원지에 대한 사례 연구
본 장에서는 앞서 논의된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대한민국에 적용하여, 일반적인 동인들이 어떻게 한국의 독특한 지역적 요인들에 의해 증폭되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의 섹스 리세션을 초래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3.1 섹스리스 사회의 통계
대한민국은 극단적인 수준의 성적 비활동을 보여준다. 2016년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혼 부부의 '섹스리스' 비율은 36.1%로, 세계 평균인 약 20%를 훨씬 상회하며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2021년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한 충격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성인의 36%(여성 43%, 남성 29%)가 지난 1년간 성관계를 갖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놀라운 점은 19-29세 남성의 42%가 섹스리스라고 응답했는데, 이는 60대 남성의 39%보다도 높은 수치다. 이 데이터는 섹스 리세션이 젊은 세대, 특히 청년 남성에게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표 1: 대한민국 성인의 성적 비활동 주된 이유 (2021년, 성별)
성별
주된 이유
비율
---
---
---
남성
관심은 있지만 파트너가 없어서
15%
여성
성관계에 흥미가 없어서
24%
자료: 2021년 서울 거주자 성생활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구성.
이 표는 젠더 갈등이 친밀감에 미치는 영향을 간결하고 강력하게 보여준다. 남성의 문제는 파트너를 만날 기회의 부재인 반면, 여성의 문제는 성관계 자체에 대한 욕구 또는 의지의 부재로 나타난다. 이는 후술 할 젠더 갈등 분석에서 묘사된 상호 철수 현상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통계적 증거다.
3.2 경제적 압박과 'N포 세대'
한국의 사회경제적 환경은 청년들에게 유난히 가혹하다. 악명 높은 장시간 노동, 심각한 성별 임금 격차, 그리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살인적인 주거비 부담은 여성들이 출산은 물론, 출산으로 이어지는 관계 자체를 기피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압박은 청년들이 경제적 불가능성 때문에 연애, 결혼, 내 집 마련 등 수많은 것을 포기하는 'N포 세대' 현상을 낳았다. 실제로 젊은 한국인들에게 결혼의 가장 큰 장벽은 재정 문제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공급자'로서의 남성 모델이 문화적으로는 깊이 뿌리 박혀 있으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많은 젊은 남성들에게 도달 불가능한 목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따라 남성은 주요 경제 공급자로 기대되지만 , 초경쟁과 고비용 구조의 현대 한국 경제에서 평범한 젊은 남성이 이 역할을 수행하기는 극도로 어렵다. 이는 2.2절에서 논의된 상황을 더욱 증폭시킨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남성들은 연애나 결혼을 고려하기에 앞서, 도달하기 힘든 수준의 경제적 성공을 이뤄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느끼며, 이는 20-30대 동안 스스로를 '자격 미달'로 여기게 만드는 장기적인 유예 기간을 초래한다.
3.3 젠더 갈등이 친밀감에 미치는 영향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의 섹스 리세션은 공공연하고 깊은 적대감을 동반한 젠더 갈등에 의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젊은 한국인의 과반수는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며, 이 갈등은 특히 청년층에서 첨예하게 나타난다. 남성들은 기본적인 연애 접근조차 성희롱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표현하며, 이는 관계 시작 자체를 위축시키는 '냉각 효과(chilling effect)'를 낳는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여성들은 점차 가부장적 구조를 거부하고 한국 남성과의 결혼 및 연애를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정서는 '4B 운동'(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섹스)이라는 용어로 상징된다. 여기에 더해, 여성이 출산 후 겪게 되는 심각한 경력 단절과 소득 감소, 즉 '차일드 페널티(child penalty)'는 가족 형성의 강력한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젠더 갈등은 '관계 시장'의 실패를 초래했다. 기능적인 시장은 가격과 조건에 합의할 수 있는 구매자와 판매자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한국의 관계 시장에서는 관계의 '조건' 자체가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다.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법적으로 취약하다고 느끼는 남성들은 관계 시작의 '비용'(고소 위험, 재정적 부담)이 너무 높다고 인식한다. 반면, 체계적인 불평등과 무거운 '차일드 페널티'에 직면한 여성들은 제공되는 '상품'(전통적 결혼)이 자신의 경력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불리한 거래라고 여긴다. 그 결과는 연애와 성관계라는 '거래'의 붕괴로 이어진다.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높은 '파트너 부재' 비율과 젊은 여성들의 '흥미 없음' 비율은 이러한 시장 실패의 직접적인 통계적 증거다.
3.4 인구구조의 대전환: 솔로 국가의 부상
이러한 사회경제적 압박은 국가의 가구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한국의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여 2024년 1,000만 가구를 돌파했으며, 이는 전체 가구의 42%에 해당한다. 이는 2020년의 39.2%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변화는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젊은 층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현상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혼인율은 급락했으며, 특히 2015년에서 2018년 사이에 젊은 성인들의 결혼 의향이 급격히 감소했다.
도표 2: 대한민국 1인 가구 비율 및 혼인율 변화 추이 (2015-2024년)
<img src="https://i.imgur.com/u7q1E0D.png" alt="A dual-axis line graph showing the rise of single-person households and the decline in the marriage rate in South Korea from 2015 to 2024. The left y-axis, labeled '1인 가구 비율 (%)', shows a blue line steadily increasing from around 30% in 2015 to 42% in 2024. The right y-axis, labeled '조혼인율 (인구 1,000명당 건)', shows a red line steadily decreasing over the same period. The graph visually demonstrates a strong inverse correlation between the two trends.">
자료: 통계청(KOSIS)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구성.
이 도표는 두 가지 핵심 인구 통계 추세 사이의 역상관 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파트너와 함께 사는 삶의 형태에서 벗어나는 구조적 전환을 강력하게 시사하며, 성적 파트너십이 점점 더 희소해지는 인구학적 배경을 제공한다.
제4장: 파급 효과: 광범위한 사회적 함의와 미래 전망
마지막 장에서는 섹스 리세션이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아니라 국가적, 국제적으로 중대한 사안인 이유를 설명하며 모든 분석을 종합한다.
4.1 섹스 리세션에서 출산율 붕괴로
성관계 감소, 혼인율 저하, 그리고 저출산 사이의 연관성은 특히 혼외 출산이 드문 사회에서 직접적이고 부인할 수 없다. 섹스 리세션은 자연 임신의 전제 조건인 성관계의 감소를 의미하며,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기피 현상과도 연결된다. 특히 한국처럼 출산이 거의 전적으로 혼인 관계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는 , 혼인율의 붕괴가 곧바로 출산율의 붕괴로 이어진다. 대공황과 같은 경제 침체기가 재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람들이 출산을 미루게 만들어 출산율을 저하시켰던 것처럼 , 섹스 리세션을 추동하는 만성적인 경제적 불안정은 젊은 세대의 출산 결정에 영구적인 침체기처럼 작용한다.
따라서 섹스 리세션은 인구 위기의 '행동적 최전선'이라 할 수 있다. 인구학자들은 주로 합계출산율(TFR)이나 혼인율과 같은 거시 지표에 집중하지만, 섹스 리세션 데이터는 그 선행 행동을 보여준다. 혼인율이 하락하기 전에 데이트가 감소하고, 출산율이 하락하기 전에 성관계가 감소한다. 그러므로 오늘날 20대 청년층의 높은 섹스리스 비율은 향후 10년간 기록적인 저출산이 지속될 것임을 예측하는 강력한 선행 지표가 된다.
도표 3: 대한민국 조혼인율과 합계출산율 상관관계 (1990-2022년)
<img src="https://i.imgur.com/uC0D3tJ.png" alt="A dual-axis line graph showing the correlation between the declining marriage rate and the total fertility rate in South Korea from 1990 to 2022. The left y-axis represents the Crude Marriage Rate, and the right y-axis represents the Total Fertility Rate. Both lines show a remarkably similar downward trajectory over the three decades, illustrating a strong positive correlation between the two metrics.">
자료: 통계청(KOSIS)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구성.
이 도표는 본 칼럼의 궁극적인 '그래서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답을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파트너 관계 형성의 감소와 출산율의 인구학적 붕괴 사이에 존재하는 강력하고 거의 일치하는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섹스 리세션이 사회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명백하게 드러낸다.
4.2 사회적 연결과 웰빙의 미래
친밀감의 감소는 사회 자본과 공중 보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저출산은 더 적은 자녀, 더 작은 가족, 그리고 부모가 되지 않는 성인 인구의 증가를 의미한다. 부모는 비부모에 비해 지역사회나 종교 단체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고립감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으므로, 부모 역할의 감소는 국가의 사회적 구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 형제자매나 대가족 구성원의 감소는 개인이 평생, 특히 노년기에 의지할 수 있는 지원 네트워크를 약화시킨다. 앞서 2.5절에서 논의했듯이, 친밀감의 부재는 외로움 및 우울증과 밀접하게 얽혀 있어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섹스 리세션이 잠재적인 '사회의 원자화(atomization)'를 예고하는 신호임을 시사한다. 역사적으로 가족 단위는 사회 자본의 기초적인 구성 요소였다. 이 칼럼에서 논의된 모든 추세들—성적 파트너 감소, 결혼 지연 또는 포기, 1인 가구 증가, 무자녀—는 이 기초적인 구성 요소의 약화를 가리킨다. 장기적인 결과는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와 같은 깊고 평생 지속되는 유대 관계가 줄어들어, 더욱 파편화되고 고립된 '외로운' 대중이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 안전망에 더 큰 부담을 주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4.3 핵심 시사점 및 전략적 고려사항
결론적으로, 섹스 리세션은 도덕적 공황 상태가 아니라 복합적인 공중 보건 및 사회경제적 위기다. 성적 친밀감의 감소는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고립, 해결되지 않은 젠더 갈등, 그리고 만연하지만 종종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디지털 기술과 같은 더 깊은 사회적 기능 장애의 증상이다.
따라서 해결책은 '사람들이 더 많은 성관계를 갖도록 장려'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접근이 될 수 없다.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청년층의 경제적 안정: 주거 안정성, 안정적 고용, 임금 정체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 일과 삶의 균형: 특히 한국에서 중요한 문제인 장시간 노동 문화를 개선하여 관계를 위한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
* 정신 건강 지원: 외로움, 불안,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고 접근 가능한 지원 체계 마련.
* 건강한 젠더 관계 증진: 남성과 여성 모두의 정당한 불만을 해소하고 젠더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와 정책 촉진.
* 디지털 리터러시 및 웰빙: 현실 세계의 연결을 우선시하는, 기술과의 균형 잡힌 관계를 장려.
이러한 포괄적인 접근만이 친밀감의 후퇴라는 현상을 완화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인구학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