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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통화의 부상

세계 금융 질서의 다극화 전환

by sonobol



서론: 금융 패권의 새로운 물결


디지털 통화의 물결이 글로벌 금융 시장을 휩쓸며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주권 화폐의 본질을 재정의하며, 국제 결제와 무역의 판도를 바꾸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2025년 9월 기준, 전 세계 114개국이 CBDC를 연구·개발 중이며, 여러 국가가 상용화 파일럿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흐름은 달러 중심의 단극 체제를 약화시키며, 다극화된 금융 생태계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 디지털 통화는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전략 무기로 부상하며, 미래 금융 질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달러 패권의 균열과 디지털 달러의 딜레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디지털 달러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프라이버시·보안·법적 장애로 로드맵이 불투명하다. 2025년 5월 기준, Fed는 CBDC 발행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안티-CBDC 법안 추진이 이를 더욱 지연시킨다. 외국인 보유 달러 지폐가 1조 달러를 초과하지만, 디지털 전환 부재는 이 우위를 위협한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 준비를 본격화했다. 2025년 9월 4일 ECB는 디지털 유로의 탄력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며, 2023년 시작된 준비 단계가 2025년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고 발표했다. 2026년 초 정치적 합의 도달을 목표로 하며, 이는 디지털 달러의 지연과 대비된다. 달러 기반 SWIFT 시스템의 혁신 지연은 국제 결제 시장에서 유로와 위안의 대체 역할을 부각한다.


위안화 기반 디지털 통화의 글로벌 진출


중국인민은행(PBoC)은 2014년부터 CBDC를 연구해 2020년 디지털 위안(e-CNY) 파일럿을 시작했다. 2025년 8월, e-CNY는 시범 도시를 넘어 전국적 확산을 모색하며, 2024년 6월 거래액 7조 위안(약 9860억 달러)을 넘어섰다. 알리페이·위챗페이와의 연계로 소매 결제 시장을 장악한 e-CNY는 이제 국제 무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2025년 6월 디지털 위안을 다극화 통화 시스템의 핵심으로 강조하며,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통해 위안 국제화를 가속화했다. 이는 달러 의존 무역을 줄이는 전략으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결제 네트워크를 강화한다. e-CNY의 편의성과 정부 지원이 채택을 촉진하며, 글로벌 결제 비중 확대가 예상된다.


브릭스 디지털 화폐 블록의 탄생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2025년 5개국 추가)는 '브릭스 브리지' 플랫폼을 통해 회원국 디지털 통화 상호운용성을 구축 중이다. 2025년 BRICS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을 발표하며, 달러 대체 통화를 공식화했다. 위안이 BRICS 내 무역의 50%를 차지하나, 글로벌 결제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이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러시아·인도는 법제도 정비와 EAEU 협력을 통해 다자간 블록을 형성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보복 속 가상 정상회담에서 무역 협력을 강화했다. BRICS의 디지털 블록은 달러 중심 시스템을 우회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현실화하며, 서방과의 브릿지 빌딩이 공유 이익을 위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 협력 재편과 핵심 쟁점


디지털 통화는 결제 효율성을 높여 기존 시스템의 비용·속도 문제를 해결하지만, AML·CTF 규제와 KYC 통합이 과제다. 국가별 기술·보안 차이로 국제 표준화가 지연되면 호환성 단절이 발생할 수 있다. IMF와 BIS의 조율이 필수적이며, 2025년 CBDC 컨퍼런스에서 다극화 협력이 논의됐다.


BRICS와 G7 간 협력은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필수로, 공유 표준 마련이 금융 안정성을 보장한다.


한국의 전략적 대응과 정책 과제


한국은 IT·금융 강점을 바탕으로 CBDC를 고도화해야 한다. 2025년 7월 파일럿 중단 후, 한국은행은 정부 보조금 지급을 위한 재개 계획을 발표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며 카카오뱅크 등 민간이 KRW 연동 토큰을 발행 중이나, 2026년 전국 실증 확대가 목표다.


법제도 정비와 사이버보안 강화, 개인정보 보호가 병행되어야 하며, 핀테크 협력으로 글로벌 네트워크 참여를 모색한다. 이용자 신뢰 확보를 위한 투명 모델이 핵심이다.


결론: 다극화 시대의 금융 주도권 쟁취


디지털 통화는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고 다극화 금융 질서를 앞당기는 촉매다. e-CNY의 확산과 BRICS 블록의 움직임이 맞물린 2025년은 재편의 분수령이다.


각국은 디지털 통화를 전략 자산으로 삼아 유연 규제와 국제 협력을 통해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 CBDC 재개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통해 아시아 허브로 도약할 기회를 잡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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