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금지의 역설: AI 칩 확보의 딜레마
희토류는 AI 고성능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품목이며, 기존의 송배전(전력망) 망에도 중요한 자원입니다. 중국이 1950년대부터 희토류 채굴을 시작하여 1990년에는 희토류를 '국가 전략 광물'로 선언하고 중앙 집중식 통제를 강화하며 희토류 패권을 잡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완전히 금지하지 못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이러한 전략적 중요성과 그 이면에 숨겨진 취약성 때문입니다.
중국은 희토류를 핵심 재료로 독차지하기 위해 덩샤오핑 시대부터 노력했으며, 심지어 은퇴 직전에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은 또한 GM마그네퀜치 공장 인수(마그네퀜치 사건) 등 각종 방법을 통해 다운스트림 기술까지 확보하여 '다운-미드-업 스트림' 공정을 모두 독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AI 패권을 두고 미국에 도전하고 있는 현재, 중국은 AI 전력 산업 측면에서는 미국보다 월등한 모습을 보이며 에너지 인프라에서 큰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미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게 되면, 즉시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가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중국은 고성능 AI 칩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 피해는 다음과 같은 중국의 AI 산업 취약점과 맞물려 더욱 심화됩니다.
컴퓨팅 성능의 격차: 현재 미국은 전 세계 AI 슈퍼컴퓨터 성능의 약 75%를 장악하고 있지만, 중국은 약 14%에 불과합니다. AI 훈련 및 추론에 사용되는 컴퓨팅은 AI 개발 능력을 측정하는 가장 정확한 지표로 알려져 있으며, 고성능 AI 컴퓨팅은 대규모 모델 훈련에 특히 중요합니다.
데이터센터 과잉 문제: 중국은 국가 전체 컴퓨팅 능력(2024년 6월 기준 246 엑사플롭스)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 데이터센터의 과잉 건설로 인해 70~80%가 유휴 상태에 있습니다. 고성능 AI 칩 확보가 막히면 이러한 설비에 대한 투자는 더욱 무력해질 수 있습니다.
민간 투자 위축 및 R&D 불균형: 중국은 국가 주도의 추진력과 거대한 시장이라는 장점이 있음에도, 2025년 초반 AI 스타트업 벤처 캐피털 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거의 50% 감소했으며, 2분기에는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47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2013년부터 2024년까지 민간 AI 투자에 4,700억 달러를 초과하여 투자했으며, 미국 기업들은 ICT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부문 모두에서 R&D 집약도가 가장 높습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하드웨어 부문의 R&D는 확대했으나, 소프트웨어 부문은 크게 축소하여 미국보다 훨씬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중국 상무부가 최근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이번 조치는 수출 금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군사용 전용 가능 품목에 대한 허가 거부 등 요건 충족을 전제로 한 승인 방식을 채택한 것은 중국 스스로 희토류를 무기화했을 때 따르는 막대한 경제적, 기술적 피해를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중국은 네오디뮴 자석(1982년 개발) 등 희토류의 중요성이 부각된 핵심 기술 개발 시점부터 국가적인 전략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덩샤오핑과 같은 실용주의 지도자는 쉬광셴 교수(프라세오디뮴과 네오디뮴 분리 임무 부여)와 같은 공과 출신 인재들을 적극 활용하여 국가 기술력을 성장시켰는데 , 이러한 노력이 지금의 희토류 패권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희토류 독점(업스트림-미드스트림 기술)만으로는 첨단 AI 시대의 기술 패권을 유지할 수 없으며, 다운스트림(AI 칩) 기술 의존성 때문에 전략적 광물 카드를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역설에 처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