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트레이드와 산타 랠리

엔캐리 트레이드라는 시한폭탄, 그리고 산타 랠리의 조건

by sonobol





FOMC 발표가 마무리된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12월 19일 일본은행(BOJ)의 금리 결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성은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되었고, 이제 남은 변수는 단 하나, 일본이다.


이번 일본의 금리 결정은 단순한 통화정책 이벤트가 아니다. 이는 지난 20여 년간 세계 금융시장의 바닥을 떠받쳐 온 엔캐리 트레이드라는 거대한 구조물의 안정성을 점검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예상한 25bp,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다


시장 참여자 대부분은 일본이 25bp 수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이미 계산에 넣어왔다. 그렇기에 설령 인상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단기적인 시장 하락은 “예상된 반응”에 가깝다. 문제는 금리 인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촉발될 수 있는 연쇄 반응이다.


2025년 초에도 언급했듯이, 엔캐리 트레이드는 언젠가는 반드시 정리되어야 할 구조적 리스크다. 초저금리, 사실상 무이자에 가까운 엔화를 차입해 전 세계 자산시장으로 흘려보낸 이 자금은, 평온할 때는 유동성이라는 이름의 축복이지만, 금리 환경이 바뀌는 순간 시한폭탄으로 돌변한다.


5,000조 원, 숫자가 말해주는 공포


현재 시장에서 추정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약 5,000조 원. 이 막대한 자금은 미국 주식, 신흥국 채권, 글로벌 부동산, 심지어 가상자산 시장까지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일본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단순히 “엔화 금리가 오른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는 곧 엔화 강세 가능성을 높이고, 차입 비용을 증가시키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포지션 정리라는 선택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 과정이 급격하게 진행될 경우, 특정 자산군이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일본은 정말 금리를 올릴 수 있는가?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들여다보면, 일본이 지금 이 시점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올리지 못한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일본의 실물 경제는 여전히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 소비는 위축되어 있고, 실질 임금은 서민들의 고통을 반영하듯 제자리걸음이다. GDP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으며, 재정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 모두에게 직격탄이 된다.


특히 일본 정부의 막대한 국가부채를 고려하면, 금리 인상은 이자 부담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자살행위에 가깝다. 일본은행이 그 위험을 모를 리 없다.


동결이라는 선택, 그리고 시장의 해석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일본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는 시장을 안심시키는 선택이자, 엔캐리 트레이드를 즉각적으로 폭발시키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일본이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한다면, 시장은 이를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유동성 유지 선언으로 받아 들 릴 가능성이 크다. 그 순간, 위험자산 시장은 다시 숨을 돌릴 여유를 얻게 된다.


산타 랠리, 조건은 충분하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연말 시장의 키워드는 다시 한번 산타 랠리가 될 수 있다. 이미 FOMC라는 대형 이벤트를 소화했고, 일본마저 시장을 흔들지 않는 선택을 한다면,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연말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위험자산 비중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산타 랠리는 언제나 “확신”이 아니라 “안도”에서 시작된다. 큰 폭탄이 터지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최소한 올해가 끝날 때까지는 시스템 리스크가 관리되고 있다는 신호만으로도 시장은 충분히 반등할 명분을 갖는다.


결론: 폭탄을 제거할 것인가, 시간을 벌 것인가


엔캐리 트레이드는 언젠가는 반드시 정리되어야 할 구조적 문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느냐다. 일본은행이 선택해야 할 것은 폭탄을 즉시 터뜨리는 용기가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며 시간을 벌 수 있는 정교한 조율이다.


12월 19일, 일본의 선택은 단순한 금리 결정이 아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말을 평온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불안의 국면으로 진입할지를 가르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일본이 또 한 번 “동결”이라는 선택을 한다면, 시장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할지도 모른다.

“올해의 산타 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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