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빙판 위에서 도둑맞은 땀방울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부터 밀라노의 '강제 종료'까지

by sonob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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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4년 동안 흘린 피와 땀, 눈물을 증명하는 무대다. 그러나 때로는 심판의 그릇된 판단이 그 숭고한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막을 올린 지금, 우리는 또다시 오심의 악몽을 마주하고 있다. 과거 솔트레이크시티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밀라노의 빙판 위에서도 선수들의 권리가 심판에 의해 침해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올림픽 역사상 한국 선수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역대 최악의 오심 사례 두 가지를 선정하고, 이를 통해 스포츠맨십과 심판의 역할에 대해 되묻고자 한다.


1. "내가 기권 안 했는데?"... 심판이 끝내버린 황당한 경기 (2026 밀라노 컬링)

첫 번째 사례는 이번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컬링 믹스더블 경기에서 나왔다. 김선영, 정영석 선수는 경기장 정전 사태에도 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우는 등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 했으나, 심판의 독단적인 개입으로 경기를 강제로 종료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컬링 규정상 기권(Concede)은 오직 선수만이 결정할 수 있는 고유한 권한이다. 야구의 콜드게임처럼 심판이 점수 차를 이유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심판은 6 엔드 종료 후 일방적으로 악수를 권하며 경기를 끝냈고, 이는 상대 팀인 스웨덴 선수들과 외신들조차 한국이 원하면 계속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표할 정도로 황당한 결정이었다.

김선영, 정영석 선수는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끝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심판은 선수들이 마지막 스톤 하나까지 던질 수 있는 권리를, 그리고 패배하더라도 끝까지 싸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이는 명백한 월권이자 오심이다.


2. 금메달을 훔친 두 손, '할리우드 액션'의 대명사 (2002 솔트레이크 쇼트트랙)

두 번째는 한국 스포츠 팬들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분노로 남아 있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이다. 당시 김동성 선수는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으나,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가 취한 과장된 제스처, 이른바 할리우드 액션에 속은 심판의 판정으로 실격패를 당했다.

오노는 김동성의 뒤에서 마치 반칙을 당해 방해받은 것처럼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고, 심판은 이를 받아들여 김동성의 금메달을 박탈하고 오노에게 금메달을 수여했다. 이후 오노는 인터뷰에서 김동성이 반칙했다고 주장하고 자서전에 거짓 내용을 싣는 등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며 반칙왕이라는 오명을 썼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노는 이번 2026 밀라노 올림픽 개회식을 보며 피와 땀, 눈물은 하나로 모이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팀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자신이 과거에 타인의 피와 땀을 기만으로 짓밟았던 사실은 까맣게 잊은 듯한 모습이다.


맺음말: 심판은 경기의 지배자가 아니라 조력자여야 한다

2002년의 오노 사건이 선수의 양심을 속인 기만에 의한 오심이었다면, 2026년의 컬링 사건은 심판의 무지와 독단이 빚어낸 행정적 폭력에 가깝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주인공이 되어야 할 선수가 타의에 의해 무대 밖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선수들은 심판의 휘슬 소리에 운명을 맡기기 위해 4년을 준비한 것이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결과에 승복하기 위해 빙판 위에 선다. 심판이 규정을 넘어 선수들의 경기 지속 의지까지 꺾거나, 할리우드 액션에 현혹되어 진실을 보지 못한다면 올림픽 정신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밀라노의 남은 경기들에서는 더 이상 누군가의 땀방울이 오심으로 인해 증발해 버리는 일이 없기를, 심판들이 판관이 아닌 공정한 조력자의 위치로 돌아오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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