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대 공급망 대 경제 및 기술 전쟁
현재 세계는 초연결 세계화 시대가 끝나고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결합된 경쟁(Coupled Competition)' 시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분리가 아니라, 깊은 상호의존성 자체가 무기가 되는 양상입니다. 미국은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과 핵심 기술의 '병목(chokepoint)'을, 중국은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 공급망 지배력을 무기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전환은 지정학, 거시경제, 공급망, 경제 및 기술 전쟁, 그리고 통화 및 금융 전쟁이라는 다양한 축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장기적인 핵심 도전자로 규정하고, 동맹 네트워크를 복원하여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전략적 경쟁' 기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내수 시장과 자체 기술 혁신에 기반한 '쌍순환(Dual Circulation)' 전략으로 외부 압력에 대한 경제적 내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향후 세계는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피하지만, 경제·기술·금융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는 '장기적 냉전 2.0'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미중 간의 관세 전쟁은 2025년 현재 언제든 재개될 수 있는 불안한 휴전 상태를 유지하며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의 상시화'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급감했으며, 글로벌 기업들은 저비용의 '효율성' 대신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관세 협상 및 선거 주기: 트럼프 1기 당시 2018년 관세 부과 이후 2020년 1월 최종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이는 미국 가정의 12월 소비가 재선에 중요했기 때문에 '선거'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025년 12월 합의는 중간선거로 D-DAY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휴일 시즌을 앞두고 '주문개시'를 위한 물밑작업이 공개적으로 시작될 것을 알리고 있으며, 이는 여러 단계로 진행될 과정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경제 지표 및 우회 노력: 중국은 4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상품 면세를 조용히 통과시켰으며, 경제 지표를 비공개 처리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위성 야간 조명지도, 전력 소비량, 철도 이동량, 시멘트 판매, 서비스 폐업 등 대체 지표를 통해 중국 경제를 역산하고 있으며, 이는 공개 지표보다 정확도가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기업들은 말레이시아를 통한 우회 운송, 라벨 및 원산지 증명서 교체, 고가와 저가 상품 혼합을 통한 평균 비용 인하 등으로 미국의 관세를 회피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적 취약성과 미국에 대한 대응: 중국은 내수 침체, 20%에 달하는 청년 실업률,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내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약해지는 것'은 원하지만, '박살이 나면 상당히 곤란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러시아가 중국에 미국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대량 매각하여 미국 경제 위기를 악화시키자는 제안을 했으나, 중국은 이를 거절하고 미국과의 공생을 택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미국 경제를 완전히 무너뜨릴 경우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중국은 미국채를 덤핑하는 '블러핑'조차 조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125% 보복 관세에 대해 중국은 추가 보복 관세 대신 희토류 수출 제한과 WTO 제소와 같은 비관세 요소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토류 수출 제한은 '드론' 회사 등 '안 아픈 곳'을 때리는 수준으로, 미국이 발작할 만한 미사일, 전투기 관련 회사들은 아닙니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군사적 긴장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대만 해협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 활동 일상화로 가장 위험한 인화점이 되었으며, 남중국해에서는 중국 해경과 해상 민병대를 동원한 '회색지대(gray-zone)' 전술로 주변국과의 산발적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일본, 필리핀 등과 3자 및 다자 협력 체계를 강화하며, '얽힘을 통한 억제(deterrence by entanglement)' 전략으로 중국의 군사적 행동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방 강화 및 핵 정책 변화: 미국은 국방을 강화하는 사이클에 있으며, AI와 스페이스X 등 빅테크 기업으로의 국방 관련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극단적인 이민자 정책과 '핵'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냉전 이후 핵 보유량이 85% 감소했으며, 가장 최신 핵탄두도 35년 이상 된 구형입니다. 반면 중국은 핵 프로그램을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전략사령부 사령관은 '숨 막히는 핵 돌파구'를 보유하게 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중국은 '선제 불사용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EMP 공격 및 자국 영토로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곳에서의 공격을 악용할 수 있는 허점이 있습니다. 미국은 전면전을 제외한 소규모 핵 전투에 대한 카드가 부족하며, '힘을 통한 평화'를 통해 중국 지도부에게 '아직 미국에 싸움을 걸 수 있는 날이 아니다'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공급망 전략의 변화: 기업들은 저비용 '효율성'에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회복탄력성'으로 경영의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합니다. 중국 정부는 테무, 쉬인 등 본사를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에게도 공급망은 중국 밖으로 옮기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아시아 국가로 일자리가 옮겨지는 것을 민감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경제 및 기술 전쟁의 최전선은 반도체입니다.
미국의 통제: 미국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반도체 제조 장비(SME), 설계 소프트웨어(EDA)의 대중국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응 및 역설적 결과: 이러한 봉쇄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중국은 475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고,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자체 AI 칩(화웨이 어센드 910C)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광자 칩과 같은 '도약 기술'에 집중 투자하며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기술 봉쇄가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중국 기술 생태계를 키우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자산: 레이 달리오의 '중국 패권 역전 가능성' 예측은 틀렸다고 분석됩니다. 미국은 빅테크의 강력한 데이터 플랫폼, 반도체 헤게모니, 전 세계 고급 인재의 블랙홀, AI의 비선형적 발전 속도, 혁신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문화, 글로벌 소프트파워와 자유 민주주의의 힘 등 수많은 강력한 자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달러 패권 또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위안화 국제화: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달러 중심의 SWIFT를 대체할 수 있는 자체 결제 시스템 CIPS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의 등장: 디지털 화폐는 통화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며,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민간 주도 혁신 (미국식 모델): 비트코인은 현물 ETF 승인 이후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되었고, USDT·USDC와 같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달러' 역할을 하며 달러의 영향력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를 규제(GENIUS 법안)를 통해 제도권으로 편입하며 '달러 패권 2.0'을 꾀하고 있습니다. 국가 주도 혁신 (중국식 모델):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e-CNY(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과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중국,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참여하는 도매용 CBDC 플랫폼 **'프로젝트 엠브릿지(mBridge)'**는 최소기능제품(MVP) 단계에 도달하며, 달러와 SWIFT를 우회하는 실질적인 비달러 결제망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국제 금융계에서 가장 의미 있는 지정학적 변화일 수 있습니다.
투자 및 정책적 시사점: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명시적으로 반영하고,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새로운 금융 지형을 이해해야 합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동맹 관리와 함께 국내 기술 및 경제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다수의 통화와 결제 시스템이 공존하는 복잡한 세계에 대비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21세기 패권 경쟁은 군사력뿐만 아니라 기술 표준, 공급망, 그리고 화폐의 미래를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이 새로운 체스판에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난 민첩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