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부 敵戰計:적을 이용하고 혼란시켜 이기는전략

『손자병법 36계로 읽는 부의 추월차선』 열 한번째 글

by 멘토K

전쟁의 고수는 적을 무찌르지 않는다. 그들은 적을 이용한다.

손자(孫子)는 “병자는 궤도야(兵者詭道也)”라 했다. 전쟁은 속임의 길이며, 속임은 단순히 거짓이 아니라 상대의 생각을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두 번째 큰 전략 축, 적전계(敵戰計)는 바로 그런 ‘심리전의 미학’이다. 적을 억누르기보다 이용하고, 싸우기보다 혼란시켜 무너뜨린다.


손자는 싸움의 목적을 단 한 줄로 요약했다.

“백전백승은 선이 아니요, 불전이 이기는 것이 선이다(百戰百勝 非善之善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也).” 백 번 싸워 이기는 것은 최선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는 뜻이다. 이 말 속에는 적전계의 모든 원리가 녹아 있다. 적을 정면에서 부수는 대신, 그의 판단과 선택을 흐리게 만들어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이기려면 싸워야 한다’고 배운다.

그러나 손자는 말한다. “싸움은 지혜의 영역이지, 감정의 영역이 아니다.” 감정으로 싸우면 반드시 진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경쟁해야 할 때, 때로는 이기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진짜 길이 보인다. 싸움은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싸움의 판을 바꾸면, 싸움의 의미가 달라진다.


적전계의 핵심은 ‘심리’다.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그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욕망과 두려움 사이를 오간다. 손자는 이 틈을 공략한다. 그는 적의 강점을 공격하지 않는다. 대신, 적이 믿는 강점을 ‘함정’으로 만든다.

한 예로, 병법의 일곱 번째 계책 무중생유(無中生有)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전략이다. 겉으로는 허상을 만들어 적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현대의 비즈니스에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 통한다.

어떤 기업은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기 전에 일부 정보만 흘린다. 시장은 그 허상에 반응하고, 경쟁사는 그 허상에 끌려 조급하게 대응한다.

그러나 진짜 제품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등장한다. 적이 혼란스러워할 때, 이미 승부는 끝난다. 이것이 ‘심리의 전쟁’이다.


손자가 말한 “정이이기(正以以奇)”의 법칙도 이 맥락에 있다.

정(正)은 겉으로 드러난 움직임, 기(奇)는 숨어 있는 의도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속은 복잡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싸움의 고수는 언제나 ‘정중유기(正中有奇)’ — 정공법 속에 기이함을 숨긴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듯 보여도, 속에는 치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적전계의 진정한 힘은 ‘이용’에 있다.

적을 이용한다는 말은 결코 악의적인 조종이 아니다. 그것은 상황을 활용하는 능력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조차 내 성장의 거울이 된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은 나의 방향을 명확하게 해주고, 경쟁자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손자가 말한 적전(敵戰)은 적과 싸우는 기술이 아니라, 적을 통해 배우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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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사회는 정보와 속도의 전쟁터다.

여기서 적전계는 더 빛을 발한다. 싸움은 무기보다 인식의 싸움이 되었다. AI 시대에는 데이터를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할 줄 아는 사람이 이긴다. 사람들은 눈앞의 정보에 매달리지만, 진짜 고수는 그 정보가 흘러가는 방향을 본다. 그들은 싸우지 않고, 흐름을 이용한다. 싸움의 본질이 힘에서 지혜로 옮겨간 것이다.


손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형승지, 이불가승(形勝之 而不可勝).” 승리의 형세는 만들 수 있지만, 억지로 이길 수는 없다는 뜻이다.

싸움을 강요하지 말고, 싸움이 자연스럽게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해야 한다.

적전계는 바로 그 ‘흐름의 설계’다. 적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적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구조를 짜는 것이다.


한 기업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경쟁사를 이기려 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나를 따라오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적전계의 사고다. 싸움은 정면이 아니라 구조에서 결정된다. 내가 싸울 이유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상대는 나를 기준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손자는 싸움의 무대를 지휘한 자였다. 칼을 쥔 자가 아니라, 판을 짠 자가 이긴다.


인간관계에서도 이 전략은 놀랍도록 유효하다. 누군가를 설득하려 할 때, 직접 말로 이기려 들지 말라. 대신 그가 스스로 깨닫게 하라. 상대의 마음속에서 변화가 일어나면, 싸움은 끝난다.

손자는 말한다. “상병벌모(上兵伐謀)” — 최고의 병법은 적의 계책을 꺾는 것이다. 상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가장 완벽한 승리다.

부의 세계에서도 이 원리는 살아 있다. 부자는 싸우지 않는다. 그들은 시장의 흐름을 ‘이용’한다. 모두가 경쟁에 몰두할 때, 그들은 협력의 구조를 만든다. 혼자 이기려 하지 않고, 남의 성공을 내 성공의 일부로 만든다. 싸움의 비용을 줄이고, 관계의 가치를 높인다. 이것이 적전계의 현대적 실천이다.


적을 혼란시킨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냉정하게 유지하는 일’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자만이 상대의 심리를 읽는다. 세상은 늘 소란스럽고, 사람들은 감정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그 안에서 조용히 구조를 보는 자, 그가 진짜 전략가다. 손자는 싸움의 기술을 말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가르쳤다.


결국 적전계는 이렇게 요약된다.
-싸우지 말고, 설계하라.
-이기려 하지 말고, 흐름을 만들어라.
-적을 미워하지 말고, 이용하라.


그럴 때 비로소 싸움은 사라지고, 길이 열린다.
손자가 수천 년 전 전장에서 깨달았던 그 한 문장의 지혜, “불전이굴인(不戰而屈人)” —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그 지혜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세상은 싸움이 아니라, 흐름의 예술이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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