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디지털 노마드를 부르는 로컬 전략

『머무는 힘! 생활인구와 로컬관광 전략_2』 마흔 여섯번째 이야기

by 멘토K


한때는 “일을 하려면 도시로 가야 한다”는 말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서나 일할 수 있다”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노트북 한 대로 일하는 사람들, 바다를 배경으로 화상회의를 하는 사람들.
그들을 우리는 디지털 노마드라고 부른다.


이들의 등장은 단지 ‘새로운 직업 형태’의 변화가 아니다.
삶의 중심이 ‘일터’에서 ‘장소’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제 도시뿐 아니라 로컬 지역도 이들을 품는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시적 관광객이 아닌, ‘머무는 일하는 여행자’를 부르는 시도다.


그 시작은 제주도였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제주는 자연스럽게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가 되었다.
특히 2021년 제주도청이 추진한 ‘Workation 제주’ 프로그램은
지역의 게스트하우스, 리조트, 공유오피스를 연결해
‘일과 휴식이 공존하는 체류형 근무 공간’을 만들었다.


제주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참여자 중 68%가 “다시 제주에서 워케이션을 하고 싶다”고 답했고,
31%는 “3개월 이상 장기 체류를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일하며 제주 로컬 크리에이터와 협업하거나
지역의 농부, 예술가와 교류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단순 관광객이 아닌 관계형 체류자(relationship-based stayers)가 늘었다.
(출처: 제주관광공사 「Workation 제주 결과보고서」, 2022)


한국에서의 시도가 이어지는 동안, 일본도 이미 디지털 노마드를 새로운 지방 활성화 전략으로 삼고 있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나가노현 시나노타운(信濃町)이다.
나가노현은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2시간 거리지만, 맑은 공기와 숲, 온천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이곳은 2020년부터 “Work & Life Stay”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빈 민가를 리모델링해 원격근무자 전용 숙소로 운영하고,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공동 부엌과 카페를 개방했다.


일본 관광청 발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2021~2023년 동안 1,800명 이상이 이용했고, 그중 20%가 재방문, 5%는 지역 이주를 결정했다.
특히 시나노타운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머무르며 로컬 미디어 콘텐츠, 지역 디자인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도록 지원했다.
(출처: 일본 관광청 「ワーケーションによる地方創生報告書」, 2023)


이처럼 일본의 워케이션 모델은 단순히 ‘숙박+일터’가 아니라,
‘지역사회 참여형 근무 환경’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워케이션과 차별된다.


한편, 유럽에서는 이미 디지털 노마드가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전략’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 사례가 포르투갈 마데이라섬(Madeira Island)이다.
2021년 포르투갈 정부와 현지 스타트업 ‘Startup Madeira’는
“Digital Nomads Villag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들은 원격근무자에게 숙소·오피스·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주민과의 교류 프로그램(요가, 지역 요리 클래스, 봉사활동 등)을 함께 운영했다.


1년 만에 전 세계에서 6,000명 이상의 디지털 노마드가 참여했고,
그중 상당수가 마데이라에 장기 체류하면서
지역 식당, 숙소, 교통, 창업 시장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남겼다.
유럽연합 관광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마데이라의 체류형 방문객 1인당 소비액은
단기 관광객의 3.8배에 달했다.
(출처: European Travel Commission, Remote Work and Sustainable Tourism Report, 2023)


이후 포르투갈 정부는 이 모델을 ‘Digital Nomad Visa’ 제도로 확장해
로컬 인구 감소 지역으로 인구 순환을 유도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 노마드를 부르는 로컬 전략은
단순히 공간이나 인프라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가 되었다.
“누구를 위해 머무를 수 있게 할 것인가?”
“그 머무름이 지역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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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K의 시선에서 보면, 성공적인 로컬 전략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일과 삶이 공존할 수 있는 ‘공유형 일터’의 구축.
제주와 강릉처럼 자연과 연결된 공간, 커뮤니티가 있는 오피스는
단순한 작업실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점이 된다.


둘째, 로컬 콘텐츠와의 접점 설계.
노마드는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
지역의 예술, 농업, 음식, 공예가 그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
일본 시나노타운처럼 ‘주민과 함께하는 저녁식사’나
‘공동체 행사’는 머무름을 ‘삶’으로 바꾼다.


셋째,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지자체, 지역 기업, 숙박업, 커뮤니티가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네트워크로 움직여야 장기 체류자를 유지할 수 있다.
포르투갈의 마데이라 모델이 성공한 이유도,
행정·민간·시민이 공동으로 ‘머무는 생태계’를 만든 덕분이었다.


디지털 노마드가 지역을 살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은 소비자가 아니라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머무름은 지역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는 또 다른 사람을 부른다.


카페의 한 구석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는 사람,
골목의 작은 숙소에서 온라인 미팅을 하는 사람,
그들이야말로 새로운 로컬의 가능성이다.
그들의 하루가, 그들의 머무름이,
결국 지역의 내일을 바꾸고 있다.



멘토K의 한마디


머무는 힘은 단지 지역에 발을 딛는 시간이 아니라,
그곳에서 ‘나의 일상’을 만드는 순간이다.
디지털 노마드를 부른다는 것은 결국,
‘지역이 사람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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