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머무는 일자리’가 생활인구를 만든다

『머무는 힘! 생활인구와 로컬관광 전략_2』 마흔 아홉번째 이야기

by 멘토K

사람은 일 때문에 이동한다.
그리고 일이 있는 곳에, 삶이 따라온다.

생활인구를 늘리겠다는 많은 지역 정책이 관광에 집중해 왔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힌다.


계절이 지나면 사람이 빠져나가고, 축제가 끝나면 거리는 다시 비어진다. 그때부터 질문은 조금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오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머물게 할 것인가”로 말이다.


그 질문의 중심에는 결국 일자리가 있다.

단, 여기서 말하는 일자리는 공장 유치나 대규모 고용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수백 명을 고용하는 방식은 더 이상 로컬의 해법이 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머무를 수 있는 일’, 다시 말해 생활과 함께 지속될 수 있는 머무는 일자리다.



1. 완주군 로컬푸드 협동조합 — 일상이 일이 되는 구조


전북 완주군은 ‘머무는 일자리’의 대표적인 국내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완주군의 로컬푸드 직매장과 협동조합 시스템은 단순한 농산물 유통을 넘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일의 구조를 만들었다.


농민은 생산자이자 판매자이고, 매장 운영 인력은 지역 주민으로 채워진다. 단기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연중 지속 가능한 일자리다. 특히 귀농·귀촌 인구에게 이 구조는 중요한 안전망이 된다.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가공·물류·매장 운영 등 다양한 역할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주군청이 발표한 「로컬푸드 정책 성과자료」에 따르면, 로컬푸드 관련 종사자는 2012년 대비 2022년 기준 약 4배 이상 증가했고, 청년층 유입 비율도 꾸준히 늘었다. 이 일자리는 관광객을 직접 상대하지 않아도 지역경제를 지탱하고, 결과적으로 생활인구를 고정시키는 기반이 된다.

(출처: 완주군청, 「로컬푸드 정책 성과자료」, 2022)



2. 일본 도야마현 리빙랩형 일자리 — 체류형 실험의 현장


일본 도야마현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리빙랩(Living Lab)’ 개념을 지역 일자리와 결합했다. 외부 인재를 단기 고용하는 대신, 몇 달간 지역에 머물며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프로젝트형 일자리를 설계한 것이다.


참여자는 지역 기업, 마을, 지자체와 함께 일하며 교통, 복지, 관광, 환경 문제를 다룬다. 급여는 크지 않지만, 숙소와 생활 인프라를 제공해 체류 부담을 낮췄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여자는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지역에 남아 창업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일본 총무성의 지역정책 보고서는 이 모델을 “고용 이전에 관계를 만드는 일자리”라고 평가한다. 일자리가 단순한 소득원이 아니라, 지역을 이해하고 선택하는 시간을 제공한 셈이다.

(출처: 일본 총무성, 「地域人材循環モデル事例集」, 2021)



3. 포르투갈 내륙지역 사회적 기업 — 일과 체류를 동시에 설계하다


앞선 글에서 소개한 마데이라섬이 디지털 노마드의 상징이라면, 포르투갈 내륙 소도시들은 사회적 기업 기반의 머무는 일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구 소멸 지역에 사회적 기업을 유치하거나 직접 설립해, 원격근무자와 이주자를 고용했다. 이들은 관광 안내, 지역 콘텐츠 제작, 공공서비스 보조, 문화 프로그램 운영 등에 참여하며 최소 6개월 이상 체류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이 모델을 “고용과 체류를 동시에 설계한 인구 정책”으로 분류한다.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활 단위의 고용이기 때문이다. 이 일자리는 관광객을 주민으로 전환시키는 중간 단계 역할을 한다.

(출처: European Commission, Rural Development and Social Economy Repor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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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머무는 일자리’가 만드는 변화


이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생활인구는 관광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할 이유, 그리고 살아볼 시간이 함께 주어질 때 비로소 생긴다.


머무는 일자리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대규모가 아니다. 소수라도 지속 가능해야 한다.
둘째, 지역의 일상과 연결된다. 특별한 기술보다 생활 경험이 중요하다.
셋째, 관계를 만든다. 함께 일한 사람과 공간은 쉽게 떠나지 못한다.


멘토K의 시선에서 보면, 이는 단순한 고용 정책이 아니다. 사람의 선택을 바꾸는 설계다. “이곳에서 일해볼까?”라는 질문이 “이곳에서 살아도 될까?”로 바뀌는 순간, 지역은 관광지를 넘어 삶의 무대가 된다.



5. 생활인구 전략의 마지막 퍼즐


관광, 체험, 관계, 커뮤니티.
이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결국 마지막 퍼즐은 일이다.


머무는 일자리는 지역을 바꾸는 가장 조용한 힘이다. 눈에 띄는 축제도 아니고, 화려한 건축물도 아니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출근과 식사, 일과 대화가 쌓이면서 사람은 어느새 그 지역의 일부가 된다.


생활인구는 숫자가 아니라 리듬이다.
그 리듬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머무를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은 일 때문에 머물고,

머문 사람은 결국 지역을 살린다.

그 조용한 변화가 지금, 로컬의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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