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막내작가 Aug 07. 2022

예배자

: 타닥타닥 제주에서 5주 차

32일, 예배자


 제주도에 머무는 동안 다섯 번의 주일이 있었다.

 주일이 되면 발길 닿는 대로 교회를 찾아갔다. 

 교회를 다니면서도 교회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여행지에서의 낯선 교회를 좋아한다. 아무개 집사, 나이는 몇이고, 직업이 무엇이고, 어디 살고, 남편은 뭐하고, 자식은 몇 명이고 등의 명찰을 모두 떼고서 나를 알아보는 이 없는 낯선 교회, 오직 하나님만 나를 알아보실 그런 곳이 좋다. 아무개 장로가 이번에 어쨌다나, 아무개 권사가 어쨌다나, 사람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들리지 않는 곳, 온전히 예배자로 설 수 있는 곳이 참 그리웠다. 그런 낯선 교회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아닌, 하나님만 바라보게 된다.


 사람들이 갈기갈기 찢어놓은 교파를 떠나, 우리 교회, 우리 교회 성도들, '우리'로 묶여버린 비좁은 세상을 떠나, 교회는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단 한 가지 목적만으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진심으로 세상의 모든 교회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제주도 한경면 용수리에 위치한 '순례자의 교회'는 누구든, 언제든 들어와 기도하고 예배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순례자의 교회'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로 불리기도 한다. 내부는 4명이 앉으면 꽉 찰만한 공간이다. 그곳에서 하나님 앞에 조용히 무릎을 꿇고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개 권사님의 봉헌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교회는 모두에게 개방되어서 누구든, 언제든 들어와 기도하고 예배할 수 있다. 어쩐지 여행자를 위한 특별한 교회처럼 느껴졌다.


제주도 한경면 판포리에 위치한 '판포 교회'는 작고 아담하다. 목사님의 꾸밈없이 솔직한 간증에 위안을 받은 기억이 있다.
제주도 한경면 조수리에 위치한 '조수교회'는 건물과 정원이 아름답다.

 조수교회 주일 예배를 마치며 부르던 찬양곡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마스크 안으로 눈물 콧물이 흘러내려 얼굴이 간지러웠다. 간지러움도 눈물도 참기 힘들었다. 지극히 평범한 주일 예배를, 혼자서 2박 3일 부흥회를 다녀온 듯한 마음으로 예배당을 나왔다. 그제야 주책이란 생각에 조금 창피했다.

 

제주도 한경면 두모리에 위치한 '한경 교회'는 2층 예배당 좌우로 커다란 창문이 나 있다. 그 창문 너머로 푸른 바다가 보인다.

 2층 예배당을 찾지 못해 1층을 기웃거리던 나를 예배당으로 안내해주셨던 어느 성도분이, 예배가 끝나자 좋은 시간 보내다 가라며 따뜻하게 인사를 해주신다. 다른 성도분은 점심도 먹고 가라고, 밥이 맛있다고 말씀해주신다. 혹여 이 낯선 이가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까, 내 의사를 존중해주시며 넌지시 건네는 마음이 느껴졌다. 예배당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도 무척 아름다웠지만, 낯선 여행자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아름다웠던 교회다.


제주도 표선면 표선리에 위치한 '표선교회'는 생각보다 규모가 제법 컸다.


 예배당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니, 참 감사했다. 오늘 이곳에 앉아 있음이, 올 한 해와 작년과 재작년이, 지금껏 살아온 모든 날들이 하나님 은혜가 아닌 날이 없음을 고백하게 된다. 어느 것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고, 내가 지킬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 낮은 마음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여행지에서도 당신의 사랑을 전해주시는 하나님이, 나는 참 좋다. 


 혹, 나를 아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놀랄지도 모르겠다. 맞다. 나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예배자다.

 동시에 여전히 부족하고 어리석어서 하나님 이름에 자주 먹칠을 한다. 하나님의 사고뭉치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너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WELOVE의 '나를 부르신 주' 찬양 가사처럼 언제나, 어디서나, 부르신 그 뜻대로, 나를 지으신 주의 뜻대로, 찬양하기를 원한다. 뻔뻔하게도 그렇다. 

매거진의 이전글 잠시 지나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