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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청년 Apr 17. 2017

떠올라서 적어두는 말:가족

41.

가족 얘기, 이거 생각보다 재미나다.

조금 더 써보기로 했다.

마침 오늘 남동생과 통화를 했다.

오늘은 나의 하나 뿐인 남자 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남동생에 대해 생각해 보며 써본다.


3대 독자 외아들이다.

순한 어머니와 순한 누나들(이 누나들은 커서 사나워졌다.) 품에서 정말 순하게 자랐다.


그 녀석 어릴 적을 생각하면 나는 두 가지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누나'라는 단어를 쓸 줄 몰라서 나랑 작은 누나에게 '큰 언니' '작은 언니'라고 불렀다.

당시에는 나도 남동생이 나를 누나라고만 불러야 하는지 몰라서 고쳐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 그 녀석을 상상하며 음성과 톤을 생각하니,

으윽,,,으윽,, 우웩...

마지막은, 작은 돈을 좋아했다.

삼대 독자 외아들이라고 친척분들이 세뱃돈으로 만원을 주면 안 받고 운다.

그런데 천원짜리 주면 울지도 않고 잘 받는다.

엄마는 사내 자식이 욕심이 없다며 걱정하셨고,

나는 신기하고 귀여워서 매일 쫒아 다녔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별명이 신하균, 이영표였다.

우리 식구들은 신하균이든 이영표든 내 남동생에 과한 외모 칭찬이라 생각한다.

인기가 많았다는데 당사자가 몰라서 가족들도 늦게 알았다.

고등학교 시절까지..그 녀석은 10 명의 벗들을 사귀게 됐고,

이들은 모두 현재는 '청림'이라는 모임으로 활발히 만난다.

만나면 축구하고, 목욕탕 가서 씻고, 저녁 먹고(친구들과 저녁 먹는다고 부모님께 식사 먼저 하시라고 전화 연락을 한 뒤),

커피숍에서 차 마시고 귀가하는 아주 정말 건전한 남정네들의 모임이다.

어떻게 남자 11명이 저렇게 건전하게 노는지 아직도 미스테리다.

올 추석 때도 쟤네들은 저러고 놀텐데...이상한 얘들이다..정말....

그래서 내가 내 남동생을 더 높이 평가하는지도 모른다.


그 녀석의 변화는 대학교 때부터다.

타지에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그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냄새 풍기며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지금도 그 녀석의 인기는...거품일게야.


지금은 어렵게 취직한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다.

그래도,

누나들한테 여전히 오빠 같은 남동생이다.


나의 인생에 대해 장기간 관찰 뒤 그 녀석이 내린 결론은...

'누나, 누나 시집가면 내가 축가 불러 줄께. 이승기가 부릅니다. '정신이 나갔었나봐 그 땐~~~'

'조카 좀 빨리 낳아줘. 낳기만 해..내가 주말마다가서 봐줄께.'

'화장 좀 해 누나, 안경도 좀 벗고,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뭐라고? 내가 첫 월급타서 보낸 돈으로 자전거를 샀다고? 누나, 내가 예쁜 원피스 사입으라고 했자나. 역시 누나는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여자들과  달라. 고쳐 제발'

'뭐? 인센티브 받은 돈 떼서 용돈 보냈더니 이번엔 뭐? 운동 다닌다고? 누나 옷은 있어? 어무이가 누나 그지처럼 하고 다닌다고 하시던데' 

'여자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해서 누나가 여자라고 생각하진 말아줘...내 눈에는 남자로 보여.'


스무 살이 넘어서야 내게

'누나, 나 사실 꿈이 축구 선수야. 재능도 있어. 그런데 시켜달라고 해봤자 부모님 반대가 뻔할 것 같아서 꾸역꾸역 공부하는 척만 했어.'

라고 담담하게 고백하던 그 녀석과의 그 날 밤이...

아직도 생각하면 목이 멘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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