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이렇게 하면 되나 그런데 일기와 푸념을 곁들인

2025년 상반기 고생했다 하반기는 더욱 신나기를

by Merrychloemas

이상하게 꼭 월 중순이 되면 '아, 이번 달은 꼭 회고해야지.'라고 생각났다가, 결국 월말에는 잊어버렸다. 그래서 제 때에 맞춰 회고를 한 적이 거의 없다. 말일 혹은 마지막 주에 회고를 하려고 마음먹으면 꼭 바쁘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그냥 생각날 때 하자. 시간 날 때 하자. 타임라인이 정확하게 지켜져야 하는 일들도 있지만, 내 인생은 그냥 내 맘대로 하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굳이 한 가지 더 핑계를 대보자면, 나는 끌릴 때 행동하는 편이니까. 언제 언제 해야지 하고 계획하면, 보통은 흥미를 잃고 동력도 잃는다. 내 인생에 계획적으로 하는 일은 딱 두 가지밖에 없다. 돈 버는 일 혹은 누군가와 함께 해야만 하는 일. 그래서 그냥 회고만큼은 내 멋대로 생각날 때마다 하기로 하자. 그래야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래서 지금 생각난 김에 하는 올해 상반기를 되짚어보려고 한다. 대단한 내용은 없고, 그냥 뭘 했고 그래서 배운 건 있는지 혹은 특별하게 느낀 감정이 있는지 그런 것들을 적어보는 시간이다. 굉장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겠지만, 그냥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웃음이나 공감이 되었으면 해서 공개적인 곳에 남겨본다.






[2025년 1월]

1월에는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맡아서 운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기업 임원진 90여 명을 대상으로 이틀짜리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이었다. 단독까진 아니지만, 7-80%는 내가 스스로 결정하거나 해내야 하는 일이 많아서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야근과 주말 출근까지 해가며 최선을 다해 에너지를 쏟았고, 덕분에 프로젝트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준비하면서 아쉬웠던 점들은 이후 프로젝트에서 보완을 했고, 처음 시도해 보는 것들도 있어서 여러모로 기업교육 PM으로써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 스스로도 확신하기 어려웠던 일들에도 부딪혀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어서 뿌듯했다. 프로젝트 특성상 브랜드 공간과 팝업들을 많이 돌아다녔는데, 이렇게 덕업일치의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개인적인 여유는 별로 없었지만, 일을 통해 얻은 것들이 많아서 감사했던 한달이었다.


프로젝트의 완성은 피드백! 반응이 좋아서 뿌듯했다



[2025년 2월]

1월에 프로젝트를 잘 끝낸 것과는 별개로 안타깝게도 회사의 상황은 예상보다 좋지 않았고, 그래서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해야만 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영업 활동을 시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어려웠다. 국내외 정세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이기도 했지만(사실 그렇지 않은 사업이 어디 있나), 내가 생각한 가장 큰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 회사가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 자체에 내부에서 갈등이 많았고, 계속해서 좁혀지지 않았다. 솔직한 대화가 불가능했고, 신뢰가 깨지는 일들의 반복이었다. 사실상 끝이 보이는 불안정한 시기였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억울했다. 입사하기 전부터 있었던 문제들을 내부에서 방치한 것을 알게 됐고, 그에 대한 책임은 현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화가 났다. 스트레스의 연속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커피 클래스

운 좋게 좋아하는 카페의 커피 클래스를 듣게 됐다. 인생 첫 커피클래스라 더욱 특별했다. 핸드드립커피에 빠진 이후로 알게 된 모든 카페 통틀어 최고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에서의 수업이라 더 좋았다. 커피도 역시 제대로 배우고 마시니 더 재미있고 매력적이다. 원래도 커피를 좋아하지만, 앞으로는 더 깊게 좋아하게 될 것 같다.



[2025년 3월]

3월은 여러 가지 새로운 자극을 통해 배움을 얻었다. 북토크, 도슨트 등 외부 활동과 외부 파트너들과의 미팅 등을 통해서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들을 쌓았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가만히 앉아서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어디든 가서 부딪히고 경험하는 자극이 있어야 생각을 하게 되고 배움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오랜만에 채용 면접을 봤다. 채용공고를 보고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포지션이 있어서 지원을 했고, 최종 면접까지 봤지만 아쉽게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 임하는 자체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회사의 면접을 본 건 처음이었는데, 덕분에 채용 과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을 다시 깨닫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2025년 4월]

업무적으로는 5월에도 또 중요한 프로젝트가 하나가 잡혀 있어서 프로젝트 준비에 집중했다. 비슷한 포맷으로 반복되는 교육 프로그램이지만, 디테일을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이는데 좀 더 신경을 썼다. 프로젝트를 준비함과 동시에 퇴사도 함께 준비했다. 퇴사 준비를 하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인류애가 무너져버렸지만 참고 버텼다. 진짜 폭발할 것 같은 순간들을 참으며 남은 시간은 조금이라도 나를 위해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연차나 경력에 비해 이직이 많은 편이라, 꽤 많은 회사를 거쳤지만 또 이렇게까지 별로일 수 있을까 싶은 회사를 경험하고 나니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벌어진 일들을 주워 담을 수 없으니 매 순간 최선을 다할 수밖에. 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이전에 비해 비교적 유연하게 상황을 대처할 수 있다고 믿으며 견뎠다.


시끄럽지 않고 영롱한 나의 새 맥북. 앞으로 잘 부탁해! (고마워 짝꿍)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소하게 좋은 일들도 있었다. 새로운 맥북도 생기고, 이벤트에 여럿 당첨되고, 가고 싶었던 새로운 공간도 실컷 다니며 맛있는 음식도 잔뜩 먹었다. 나를 증명하는데 몰두하던 시기에는 일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불안하고 괴로운 마음에 일상을 돌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스트레스받는 일들에만 매몰되지 않는 방법을 조금 알 것 같다.



[2025년 5월]

회사에서 맡은 모든 프로젝트를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 반 싱숭생숭한 마음 반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운 좋게도 생각 없이 지원했던 항공권 이벤트에 당첨된 덕분에. 다만 일본으로 떠나는 항공권이라 갈까 말까 고민을 하긴 했다. 중학생 때 딱 한 번 특별활동 프로그램으로 일본에 다녀온 이후, 고등학생 때 역사를 공부하면서부터 단 한 번도 일본에 가고 싶었던 적이 없다. 그랬던 내가 일본 여행이라니. 사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냥 항공권 당첨된 것만으로 만족하고 끝냈을 것 같다. 그런데 너무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라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때 마침 항공권이 생겼고, 그 핑계로 떠나보자 마음을 먹었다. 환전도 겨우해서 갈 정도로 준비도 안 하고 무작정 떠났는데, 다녀오고 나니 2박 3일은 너무 짧아서 간 김에 좀 더 길게 다녀올 걸 싶었다. 그래도 죽을 때까지 평생 안 갈 줄 알았던 일본에 다시 가보니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 다녀온 이야기는 따로 자세히 남겨볼 예정이다.


후쿠오카 하카타역 근처. 굉장히 깔끔했던 첫인상.


[2025년 6월]

이직과 퇴사는 여러 번 경험했지만, 이번엔 회사의 사정으로 퇴사를 하게 된 상황이라 처음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하게 되었다. 실업급여를 받는 덕분에 부담이 조금은 덜어졌지만, 생각보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회사에서 퇴사에 대해 논의하던 시점에는 눈앞에 닥친 상황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정리할 수 있을지만 생각하다 보니 내 기분을 살펴볼 여유는 없었는데 막상 상황이 정리되고 나니 시간이 지날수록 속상한 마음이 크게 느껴졌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 회사라고 생각하고 힘든 일들도 잘 참으며 버티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회사의 문제로 퇴사를 하게 되어 당황스럽고 화나고 답답하고 억울하고 우울하고 괴로웠다. 게다가 몇 달간 다니던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결국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다시 한번 더 무기력해졌다. 그리고 계속 미루던 치과에도 방문해서 진료를 받았는데, 생각보다 더 치료할 이가 많았다. 그래서 여러모로 참 힘 빠지는 일들의 연속이라 회사를 다니며 계획했던 많은 일들을 할 기운이 나지 않았다. 이 글을 적는 지금은 수술도 받고 치과 치료도 끝나서 회복 중인데, 마음의 에너지도 채워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노을이 아름다웠던 후쿠오카 모모치 해변.


무작정 끄적이다 보니 이게 회고인지 푸념인지 모르겠지만, 지나온 시간들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잘했던 것과 아쉬운 것들을 돌이켜보는 것도 좋지만, 객관적으로 벌어진 일들 사이에 느낀 내 감정들과 지금의 내 상태를 돌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아직 2025년이 절반이나 남았다. 남은 올해는 또 더 재미있게 의미 있게 채워보자.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하반기에는 일이 아닌 내 삶이 중심이 되는 시간이면 좋겠다.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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