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GG세대와 인생 이모작

GG세대와 인생 이모작: 초고령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

by 김용년

GG세대와 인생 이모작: 초고령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3년 12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초고령사회가 시작되었다. 이는 독일이 37년, 일본이 12년 걸린 데 비해 한국은 단 7년 만에 도달한 수치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가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초고령사회에서는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와 노년 부양 비용 증가라는 위기가 발생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 중심에는 기존의 노인 세대와는 다른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성향을 가진 ‘GG세대(Grand Generation)’가 있다.


GG세대는 55세에서 74세까지의 시니어층을 일컫는 개념으로, 이들은 과거의 노년층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인다. 1980~90년대 경제 성장기를 거치며 자산을 축적했고, 2000년대 이후 부동산 가치 상승기를 경험하면서 비교적 높은 경제적 여력을 갖춘 세대다. 또한, 이들은 아날로그 시대에 청년기를 보내면서도 디지털 기술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특징을 보인다. 흔히 50대는 ‘영피프티(young fifty)’라고 불릴 만큼 젊은 감각을 유지하며, 60대 역시 능동적인 삶을 추구하는 세대다. 이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경험과 배움을 중시하며 새로운 커리어와 취미를 개척하는 적극적인 삶을 살아간다.


GG세대의 소비 성향 역시 과거 노년층과는 다르다. 이들은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으며, 백화점 VIP 고객의 50~60%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조기 은퇴 이후 제2의 커리어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지식 습득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단순한 사치나 과시적 소비가 아니라, 자기 계발과 건강,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본인의 소비뿐 아니라 부모님을 위한 온라인 구매 대행을 하거나, 손주와 함께하는 ‘그랜드 페어런팅(Grand Parenting)’ 소비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GG세대가 단순히 개인적인 욕구 충족을 넘어, 가족과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세대 간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역할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60대는 1차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며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주역들이다. 이들은 은퇴 후에도 소극적인 삶을 선택하기보다는 여행, 운동, 문화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능동적인 삶을 영위한다. 통계에 따르면, 문화·취미 활동비의 경우 60대가 20대보다 2.5배를 더 많이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70대가 되어야만 자신을 노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때부터 건강기능식품과 의료비 지출이 증가한다. 또한,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교제비 지출도 증가하는데, 일본의 사례를 보면 30대 여성의 교제 비용이 소득의 3%인 반면, 70대는 12%나 차지할 정도로 시니어들의 사회적 교류 욕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기업들은 GG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GG세대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창의적으로 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징(Creative Aging)’ 상품과 서비스가 필요하다. GG세대는 기존의 고령층과 달리,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사회적 역할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기업들은 GG세대가 더욱 활기찬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건강, 교육,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신체 나이보다 10년 이상 젊은 ‘감성 나이’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통해, 노화를 늦추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슬로우 에이징(Slow Aging)’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GG세대의 사회적 교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제공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고독’이다. 2050년이 되면 시니어 가구의 절반 이상이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노년기의 사회적 교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GG세대는 단순한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가 강한 세대다. 따라서 기업들은 유사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소셜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시니어들을 위한 맞춤형 여행, 문화 프로그램 등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할 수 있다.


셋째, GG세대는 가치와 품격을 중시하는 소비를 한다. 이들은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제품보다는,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프리미엄 상품과 서비스를 선호한다. 은퇴 이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며, 따라서 가능한 한 최고의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시니어 해외 어학연수, 유럽 한 달 살기, 고급 스파와 뷰티 프로그램 등은 GG세대가 선호하는 대표적인 소비 형태다. 기업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GG세대의 감성적·기능적 니즈를 동시에 충족하는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GG세대의 등장은 한국 사회가 노령화를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존에는 노년층을 경제적·사회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대상으로 간주했지만, 이제는 GG세대를 적극적인 소비와 사회활동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GG세대가 능동적인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는 연령 차별을 줄이고, 재취업 및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하며, 사회적으로는 세대 간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는 노인이 더 이상 사회의 부담이 아니라, 경제와 문화의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다. GG세대는 단순한 ‘고령층’이 아니라, 지속적인 배움과 도전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세대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사회 전반이 이들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이에 맞춘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할 때 비로소 한국 사회는 고령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시장과 사회가 GG세대를 위한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GG세대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대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YouBook 유북 : 인간관계의 기술


YouBook 유북 : 대한민국 사회 트렌드


YouBook 유북 : 쓸모없는 나무가 오래 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Mastering Job Inter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