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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노래: 시인, 작곡가, 가수들의 만남

by 정영기

조용한 카페 한켠, 창가에 앉은 네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햇살이 비추는 테이블 위에는 향수의 악보와 시집이 놓여있다.


정지용: 제 고향 충북 옥천에서의 기억이 이렇게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릴 줄 몰랐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희갑: 시인님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제 귀에 이미 멜로디가 들리는 듯했어요. 특히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라는 구절은 그 자체로 음악이었습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음표가 되어 제 마음에 흘러들었습니다.


이동원: 저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고향이 그리워집니다. 그게 바로 정지용 선생님 시의 힘이 아닐까요?


"향수란 단순한 그리움이 아닌,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담아낸 영원한 노래이다."


박인수: 처음 이 곡을 부르게 되었을 때, 곡조는 익숙했지만 가사의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반복해서 부를수록, 마치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평화로운 농촌 풍경 속에 담긴 애틋함이 우리 모두의 가슴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정지용: 제가 시를 쓸 당시에는 그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인데, 여러분이 이렇게 깊은 의미를 찾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김 선생님, 이 시에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선율을 입히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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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갑: 완벽하다니요, 과찬이십니다. 사실 처음에는 난관이 많았어요. 시의 리듬과 음악의 리듬을 어떻게 조화시킬까 고민했죠.


"진정한 예술이란 아쉬움과 그리움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동원: 정지용 선생님, '금빛 게으른 울음'이라는 표현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항상 그 구절을 부를 때 특별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정지용: 아, 그 표현은 제가 가장 아끼는 구절 중 하나입니다. 저녁 무렵 들판에 드리운 황금빛 노을과 함께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표현한 것인데...


"추억 속 고향의 풍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 법이다."


박인수가 갑자기 일어나 즉흥적으로 노래하기 시작한다.


박인수: (노래)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황소가~


김희갑: 박인수 씨의 목소리로 들으니 더욱 특별하네요! 사실 이 부분의 멜로디를 작곡할 때 가장 고심했습니다. 시각적인 이미지를 청각적 경험으로 변환하는 것은 작곡가의 가장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이동원: 우리가 이렇게 한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시대와 예술 분야를 뛰어넘어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선생님, 혹시 이 시를 쓰실 때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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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유학 중이었습니다. 이국 땅에서 느낀 고독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이 시의 밑바탕이 되었지요.


"인간은 멀리 떠나야만 비로소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지 깨닫는 존재이다."


김희갑: 그래서 이 곡이 더욱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형태로든 '잃어버린 고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박인수: 그런데 이렇게 슬픈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예술의 역설은 공유된 슬픔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는 데 있다."


이동원: 맞아요. 처음 이 노래를 배울 때 단순히 아름다운 가곡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오늘의 대화를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정지용: 제 시가 김희갑 선생님의 음악과 만나고, 두 분의 목소리를 통해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문학과 음악,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의 진정한 완성은 작품이 창작자를 떠나 타인의 마음속에 새롭게 피어날 때 이루어진다."


김희갑이 즉흥적으로 피아노가 있는 카페 한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김희갑: 함께 한 번 불러볼까요?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다)


박인수와 이동원이 노래하기 시작한다.


박인수·이동원: (함께 노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


정지용: (눈을 감고 음악을 느끼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우리를 하나로 묶는 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 아닐까요?


모두가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진정한 향수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우리 존재의 근원을 찾아가는 영원한 여정이다. 시대를 초월한 예술의 대화는 이렇게 오늘도 우리의 영혼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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