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속에서 내린 결정은 결코 지혜로울 수 없다

by 정영기

견왕(犬王)과 님(Neem) 나무


옛날 옛적, 머나먼 시간과 공간 속에 자부심이 아주 강하고 부유한 남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정원에 있는 님(Neem) 나무 과수원을 가장 큰 자랑거리로 여겼습니다. 이 나무의 껍질과 잎, 씨앗은 약이나 비누, 로션을 만드는 데 쓰였고, 한낮의 무더위 속에서도 향기로운 냄새와 깊은 그늘을 선사하는 우아한 나무들이었지요. 남자는 종종 나무 사이를 거닐며 평온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에게는 아내도 자식도 없었지만, 님 나무들과 궁전의 개들이 그의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주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그는 높은 담을 쌓고 문을 굳게 잠갔으며, 수많은 하인을 두어 지키게 했습니다.


어느 날, 남자는 마을 축제에 가기 위해 궁전을 떠났습니다. 전차가 떠나자 하인들은 조심스럽게 궁전 문을 잠갔습니다. 그가 축제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전차가 들어온 뒤 다시 문이 잠겼고, 남자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슬리퍼를 신고 가운을 걸친 채 동트는 빛을 받으며 과수원을 산책하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가장 어린 나무들이 처참하게 찢겨 있었습니다. 나뭇가지와 잔가지들이 바닥에 뒹굴고, 잎사귀들은 갈가리 찢겨 흩어져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개의 발자국과 이빨 자국이 선명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아끼는, 예의 바른 궁전 개들이 이런 짓을 했을 리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슬픔은 이내 불같이 타오르는 분노로 변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분명 마을 개들이 어떻게든 들어온 게 틀림없어!" 그는 손뼉을 쳤고, 가장 신뢰하는 하인이 달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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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마을에 있는 개란 개는 모조리 나에게 끌고 오너라. 사나운 개들이 내 과수원의 어린 나무들을 망쳐놓았다.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알 길 없으니, 모두를 처벌하겠다. 개를 잡아 오는 자에게는 보상금을 줄 것이며, 처벌은 신속하고 엄격할 것이다!"


"하지만 주인님..." "당장 실행하라!"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남은 님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살던 산새들이 이 말을 듣고는 재빨리 견왕(犬王)에게 달려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렸습니다.


견왕은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였습니다. 그녀의 털은 밤처럼 검고 부드러웠으며, 검은 눈동자는 별처럼 빛났습니다. 그 눈빛은 때로는 매서웠고 때로는 부드러웠지요. 그녀는 크게 짖어 마을 변두리 공터로 모든 개를 불러 모았습니다.


"진실을 말해다오." 그녀가 담백하게 물었습니다. "너희 중 누구라도 궁전에 들어가 님 나무를 망가뜨린 적이 있느냐?"

개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견왕은 그들을 믿었습니다.


"너희의 목숨이 위험하다." 견왕이 말했습니다. "내 말대로 하거라. 어서 동굴이나 나무 구멍, 바위 뒤에 숨을 곳을 찾아라. 그리고 내 소식이 들릴 때까지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라."


견왕은 몸을 돌려 궁전으로 향했습니다. 그녀의 눈은 번뜩였고, 좌우를 살피지도 않고 위엄 있게 걸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보상금을 노리고 그녀를 잡으려 다가왔지만,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압도되어 뒷걸음질 치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궁전에 도착하자 하인들은 마치 최면에 걸린 듯 문을 열어주었고, 들어서는 그녀에게 머리를 숙였습니다.


견왕은 매우 영리했습니다. 계획이 성공하려면 그 부유한 남자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주인님," 그녀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지혜롭고 자비로운 분이 아니신지요?" "그렇다고 생각하오."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만약 제가 마을 개들이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그들을 살려주시겠습니까?"


남자는 머뭇거렸습니다. "망가진 가지에 발자국과 이빨 자국이 있었소. 그것으로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소?" "궁전의 개들은 의심하지 않으십니까?" 그녀가 물었습니다. 그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내 개들은 온순하고 잘 훈련되었소. 절대 그런 짓을 할 리 없지." "그렇다면, 제가 그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견왕의 따뜻하고 갈색빛이 도는 부드러운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자 그의 마음이 녹아내렸습니다. "좋을 대로 하시오." 그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가 개들을 부르자, 그들은 견왕 앞에 고분고분하게 앉았습니다.


"너희에게 묻겠다." 그녀가 첫 번째 개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어릴 때는 키가 크고, 늙으면 키가 작아진다. 나는 무엇이지?" 남자가 그녀를 보았습니다. 이게 무슨 질문이란 말입니까? "범죄에 대해 심문할 줄 알았는데!" 그가 말했습니다. "부디, 주인님,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그녀가 다시 물었습니다. "어릴 때는 키가 크고 늙으면 키가 작아지는 것, 무엇이지?" 개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양초지!" 견왕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개가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다음 개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이것이 많을수록 너는 더 적게 보게 된다. 이것은 무엇이지?" 개는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어둠이다!" 견왕이 짖었습니다. 그 개 역시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세 번째 개를 향했습니다. "집어 들거나 만지지 않아도 깨뜨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이지?"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 개가 대답했습니다. "약속이다!" 견왕이 외쳤습니다.


그러자 세 마리의 개가 모두 바닥을 구르며 웃고 또 웃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세게 웃었는지 기침을 하며 컥컥거리기 시작했고, 갑자기 그들의 입에서 잎사귀와 나무껍질, 씨앗들이 튀어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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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말해다오." 견왕이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너희는 이분과의 약속을 어겼느냐? 요구받은 적은 없으나, 주인과 그의 재산을 지키겠다는 우리 개들의 숙명과도 같은 약속 말이다."


"네, 여왕님. 저희가 주인을 실망시켰습니다." 세 마리의 개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더니 개들은 낑낑거리며 주인에게 다가가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남자는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잘못을 고백했으니 되었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개들은 동의하듯 짖었습니다. 그리고 견왕에게 가서 절을 했습니다.


남자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진정 견왕임을 알겠소. 부디 친구들에게 내가 부당하게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전해주시오. 오늘부터 그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보호받을 것임을 약속하오. 누구도 그들의 털 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소!"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내 개들이 나무를 망가뜨렸다는 것을 알았소?"


언젠가 부처님으로 다시 태어날 견왕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커다란 분노가 명료한 사고를 가로막은 것입니다. 당신은 벽을 쌓고 문을 잠가 재산을 지켰지요. 누구도 그 벽을 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녀는 남자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기억하십시오. 다른 이들을 가두기 위해 문을 잠그면, 결국 당신 자신도 갇히게 된다는 사실을요."


남자는 겸허해졌습니다. 그는 견왕에게 몸을 굽혀 절했습니다. 그 후로 궁전의 문은 종종 활짝 열려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들어와 자라나는 님 나무 아래에서 소풍을 즐기곤 했습니다. 때때로 마을 개들도 그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쉬어갔습니다. 부유한 남자는 더 이상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견왕에게 배운 교훈을 항상 기억했습니다.


"분노 속에서 내린 결정은 결코 지혜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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