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전문가가 말하는 협상의 세 가지 기술
최근 드라마 협상의 기술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주제로 다루며, 치열한 협상과 전략을 그려내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M&A와 관련된 이슈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바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문제입니다.
홈플러스는 국내 2위 대형마트로, 현재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 파트너스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MBK 파트너스의 오너는 김병주 회장으로, 그는 M&A 분야에서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흥미롭게도 김병주 회장은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이기도 합니다. 박태준 회장은 한국 산업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로, 만약 그가 살아계셨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단단히 호통을 치셨 겁니다. 드라마 속 협상의 긴장감이 현실에서도 펼쳐지고 있는 셈입니다.
허브 코헨(Herb Cohen)의 "협상의 기술(The Art of Negotiation)*은 전세계 30개 언어로 번역된 장기간 베스트셀러다. 코헨은 협상을 좌우하는 세 가지 변수, 힘(Power), 시간(Time), 정보(Information)를 제시한다.
코헨은 "힘"을 단순히 권위나 강압적인 영향력으로 보지 않고, 협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 상황, 혹은 심리적 우위를 인식하고 활용하는 능력으로 정의합니다. 힘은 상대방이 당신을 필요로 하거나, 당신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사례: 중고차 딜러와의 협상
당신이 중고차를 사러 갔다고 가정해봅시다. 딜러는 "이 가격이 최선이다"라며 압박을 가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다른 매장에서 더 저렴한 차를 봤다"고 말하며 떠날 준비를 하면, 상황이 바뀔 수 있습니다. 여기서 당신의 힘은 **대안(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에 있습니다. 딜러는 고객을 잃고 싶지 않기에 가격을 낮추거나 추가 혜택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헨은 이런 상황에서 "힘은 당신이 떠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강조합니다.
핵심 포인트: 힘은 상대방이 당신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이를 인지하고 당당하게 활용하면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코헨은 시간 압박이 협상의 결과를 좌우한다고 봅니다. 시간 제한이 있는 쪽이 불리하고, 여유를 가진 쪽이 유리합니다. 상대방이 서두르도록 유도하거나, 당신이 시간에 쫓기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례: 임대 계약 협상
집주인이 "내일까지 계약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기겠다"고 말한다고 해봅시다. 당신이 "그럼 다른 집을 알아보겠다"며 침착하게 대응하면, 집주인이 오히려 "조금 더 생각해보라"며 시간을 연장하거나 조건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당신이 "지금 당장 계약해야 한다"고 조급해하면 집주인은 더 높은 임대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코헨은 "시간은 참을 수 있는 자의 편"이라며, 인내심이 협상에서 무기라고 설명합니다.
핵심 포인트: 시간 압박을 느끼지 않는 척하거나, 상대방에게 그 압박을 전가하면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정보는 협상의 기반입니다. 코헨은 상대방이 드러내지 않는 동기, 필요,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 승리의 열쇠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질문하고, 듣고, 관찰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사례: 급여 협상
당신이 회사로부터 연봉 제안을 받았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제안이 낮다고 느껴질 때, "이 직무의 예산 범위가 어떻게 되나요?" 또는 "전에 이 직책에 있던 사람은 어떤 조건을 받았나요?" 같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상대방이 "예산이 제한적이다"고 말한다면, 그 제한이 실제인지, 아니면 협상 전술인지 알아내려고 더 캐물을 수 있습니다. 코헨은 "정보는 상대가 숨기려는 것을 드러낼 때 가장 강력하다"고 강조합니다. 만약 당신이 경쟁사의 더 높은 제안을 언급하며 "그쪽 조건이 더 나은데요"라고 덧붙이면, 회사는 당신을 붙잡기 위해 제안을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핵심 포인트: 정보를 많이 아는 쪽이 협상에서 주도권을 쥡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그들의 말을 넘어 숨은 맥락을 읽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는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서로 얽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고차 협상에서 당신이 다른 대안을 알고 있고(정보), 떠날 준비가 되어 있으며(힘), 딜러가 재고를 빨리 팔아야 하는 시간 압박을 느낀다면(시간), 당신은 훨씬 유리한 거래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코헨의 철학은 결국 "협상은 게임"이며, 이 세 가지를 잘 다루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