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빛을 품은 모난돌

by 메타린치

아주 먼 옛날, 세상 한가운데에는 가장 듬직한 '따뜻한 바위산'이 있었어요.

바위산은 크고 단단했지만, 사실은 매일 조금씩 슬펐답니다. '욕심쟁이 비바람'이 한시도 쉬지 않고 차가운 비를 퍼부었거든요.


“이 세상은 다 내 거야! 전부 쓸어버리겠다!”

차가운 비와 거센 바람에 바위산은 진흙을 뒤집어쓰고 몸 여기저기에 금이 갔어요. 그래도 바위산은 품에 안은 작은 돌들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어요.


"조금만 참으렴. 내가 꼭 지켜줄게."


그 품 안에는 투박하고 울퉁불퉁한 흙투성이 '모난돌'이 있었어요.

이따금 '꼬마 태양'이 욕심쟁이 비바람을 밀어내고 고개를 내밀었어요. 햇빛이 모난돌을 비출 때면, 모난돌의 마음도 따뜻해졌어요. 모난돌은 비바람에 맞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꼬마 태양의 모습이 듬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안타까워 마음이 아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꼬마 태양이 너무 강렬하게 타오를 때면 모난돌은 숨이 막히듯 버거웠어요. 햇빛을 받아 빛나는 바위산을 보며 모난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나는 스스로 빛나지도 못해. 그리고 바위산처럼 크고 든든하지도 않아."


그래도 모난돌은 이곳이 좋았어요. 따뜻한 바위산과 꼬마 태양이 있는 이곳에서 영원히 살고 싶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평소보다 훨씬 강력한 비바람이 휘몰아쳤어요. 꼬마 태양은 비바람을 밀어내려 온 힘을 다했지만, 욕심쟁이 비바람의 비웃음은 멈추지 않았어요. 폭풍은 바위산을 할퀴고 지나가며 끝내 모난돌을 절벽 아래로 밀어냈어요.


“안 돼!”


모난돌은 날카로운 바위들에 부딪히며 데굴데굴 굴러갔어요.

"아파! 내가 사라져버릴 것 같아!"


쿵 소리와 함께 차가운 개울 속으로 떨어진 모난돌은 얼음장 같은 물속에서 울부짖었어요.


"너무 춥고 무서워! 제발 나를 다시 따뜻한 바위산 속으로 보내줘!"


모난돌은 비명을 질렀지만 물살은 멈추지 않았고, 모난돌은 점점 지쳐갔어요.


그러다 개울가에서 무언가가 모난돌을 감싸 안았어요. 초록빛 '비단 넝쿨'이었어요. 넝쿨은 잎사귀로 모난돌의 상처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말했어요.


"모난돌아, 너는 사라진 게 아니라 더 단단해진 거야. 네 속에는 빛이 숨어 있어. 하지만 흙먼지를 털어내지 않으면 아무도 그걸 볼 수 없단다. 나와 함께 이 힘든 시간을 견뎌보자."


비단 넝쿨의 말은 조용했지만 따뜻했어요.

며칠이 지나 아침이 밝았어요. 모난돌은 깜짝 놀랐어요. 꼬마 태양이 드디어 욕심쟁이 비바람을 완전히 몰아냈거든요. 게다가 햇빛의 열기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어요. 개울가의 '촉촉한 토양'이 햇빛의 뜨거운 열기를 품어 안아 포근한 온도로 바꾸어 주고 있었어요. 꼬마 태양과 촉촉한 토양이 조화를 이루자, 모난돌은 비로소 안심하고 숨을 쉴 수 있었어요.

그때 모난돌 곁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졌어요. 여린 '연두 새싹'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거든요.


“고마워요, 모난돌님. 덕분에 제가 숨을 쉴 수 있었어요."


모난돌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물살은 모난돌을 수없이 씻어냈고, 연두 새싹을 지키는 사이 모난돌의 흙먼지와 거친 껍질은 조금씩 깎여 나갔어요. 구름을 뚫고 나온 꼬마 태양이 황금빛 석양으로 개울가를 비추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모난돌은 더 이상 투박한 돌이 아니었어요. 그 안에서 찬란한 은빛을 뿜어내는 광석이 되어 있었죠. 그제야 모난돌은 알게 되었어요.


‘나는 스스로 빛을 만드는 존재는 아니지만, 빛을 받아 세상을 더 아름답게 비출 수 있구나.’


모난돌의 단단한 은빛 보호 속에서 연두 새싹은 어느새 튼튼하게 자라났고, 비단 넝쿨은 예쁜 꽃을 피웠어요. 꼬마 태양과 촉촉한 토양도 그 평화로운 풍경을 보며 활짝 웃었죠. 저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따뜻한 바위산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미소 지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