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깨진 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래로 Aug 30. 2021

군대에서

너도 좋았잖아 응

너도 즐겼잖아

같이 웃었잖아

내가 다 봤어, 알아 그냥

납득했잖아

스스로에게 말하길 괜찮다 다독였잖아

걱정 말라했잖아 누구에게든

혼날만하다고 생각했잖아 너조차도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믿었잖아

욕을 해도 같이 했잖아 같이 말이야

자랑스러워도 했잖아

어쩔  소름 돋게도 아름다웠잖아

그 전율 별밤 산속에서 담배를 피울 때는 말이야

군장을 내려놓을 때 군화를 벗을 때

땀범벅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다들 땅만 보고 걸을 때 조차도

눈을 내리깔고 생각하는 법을 떠올리려 노력할 때도

PX 냉동 음식을 돌리며

외박과 휴가를 나갈 때며 똥을 쌀 때도

그 모든 게 다 끝나고 뒤돌아 섰을 때

바로 그때 너 웃고 있었잖아


너도 즐겼잖아


이제 와서 왜 그러는데

나 다 봤어

너 분명 웃고 있었어 아니

지금도 봐 봐

참고 있잖아 웃음을

이 청춘의 마귀야, 이 뱀아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게 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