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좋아, 해결되지 않는 갈증, 끊임없는 분쟁. 너와 나의 구분, 명징한 깃발 그리고 가치체계라는 방어기제. 때로는 자존심. 너는 나를 빚어내는 사포 한 장, 마찰과 열, 분진. 먼지로 일어나는 나는 너의 적이야. 나는 너의 분노야. 적은 분노라는 감정을 선사하는 존재지. 분노의 대상은 누구나가 될 수 있고, 무한정한 무작위의 약자겠지만, 그건 마음에 안 들어. 찌질해. 나는 초점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워. 너에게만 집중하고 싶어. 왜냐면 잊을 수 없는 분노가 기억에 남지 못한 웃음보다 만배는 더 소중하니까. 대비되는 것이 좋아. 나는 너를 그렇게 소비할 거야, 너를 내 것으로 만들어 너의 흔적이 나를 빛내게 될 날을 기다릴 거야. 먼지를 뒤집어쓴 채 너를 내게 문지를 거야. 네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상처가 빛나는 날, 아무도 그 흉들을 상처라 부르진 않을 테니까. 흉을 사랑하겠어. 공작이 그의 꼬리를 사랑하듯이, 엘크가 자신의 뿔을 사랑하듯이, 그렇게 흉의 수풀 사이로 돌진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