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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22. 2020

나의 이야기들

하루를 살아 내다 보면 많은 생각들이 떠다니고는 한다.

대부분 공상이나 망상에 가까운 것들이지만 가끔은 TV가 꺼지듯 눈 앞의 일상은 사라지고 머릿속에는 생각들이 떠다니기 시작한다.  천천히 움직이는 타자기가 머릿속에 있는 것처럼 한 글자씩 써 내려간다.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바라보며 한참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지만 일상이 재가동이 되면 사라져 버리고 만다. 가끔은 입안을 맴도는 단어처럼 생각의 끄트머리를 잡아보려 하지만 사라져 버린 생각들은 다시 되살아나지 않는다. 아마 몇 번쯤은 다시 기억해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그 전의 그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지금 막 생각이 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사라져 버리는 생각들이 아쉬워 메모를 하기 시작했는데 메모를 해두고도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다 보면 내가 이 글을 왜 적어두었는지, 그때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아니 많았다.


올해 초 코로나와 함께 많은 일들이 겹쳐서 일어났다. 내 인생에 이렇게 바닥 같은 순간이 있었나 싶을 만큼.

바이러스로 반백수가 되었고 여러 관계들이 어그러지며 마음은 바닥으로 내팽개쳐져 버렸다. 처음에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베란다에서 식물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지만 점점 멍하게 창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무는 시간도 훨씬 많아졌고 그저 흘려보내는 생각들도 전보다 더 많아졌다.

더불어 의식의 저편으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까운 생각, 기억들도 많아졌다.

부유하는 나의 이야기들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부유하는 나의 이야기들


몇 해 전 mbti무료검사가 잠깐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심리테스트를 즐겨하던 나는 나의 성향을 증명받고 mbti 신봉자쯤이 되었다. 하지만 내 주위의 아무도 나만큼 큰 흥미를 느끼진 못했고 결국 나 혼자 즐기는 취미생활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관련 영상이 제법 많아진 것 같았다. mbti를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인지 각자의 이야기들로 새로운 영상들이 쏟아져 나왔다. 깔끔하게 정의된 도표까지 볼 수 있었는데 나는 16가지 성향 중 돈 버는 재주가 가장 없고, 멘탈도 가장 약하며, 말도 잘 못하는 아싸였다... 흠.

그나마 글 쓰는 재주는 있다고는 하는데 인스타그램에 글 몇 줄 올리는데도 몇 시간이 걸리는 나이다. 어쨌든 이를 알게 된 나는 나의 부유하는 생각들을 어렸을 때 블로그에 감정을 싸지르던 때를 추억하며, 그래도 그때보다는 조금 더 성숙한 느낌으로 정리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본분도 잊어서는 안 되기에 나의 그림도 덧대어 보기로 한다.

여느 때 같았으면 이것도 단단하게 계획해야 한다며 차일피일 미뤘겠지만 운명처럼 그냥 하라는 책의 말씀을 들어 그냥 막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이 이야기들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길 바라며 이곳에 방 한 칸을 마련해보기로 했다.

누군가 함께 읽어주면 고맙고 아니더라도 :)





2020년 05월 22일 오전 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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