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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영 Jul 13. 2024

<달의 바다> 정한아

2024-07-12


<달의 바다> 정한아


"아, 그래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달의 바닷가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밤하늘의 저 먼 데를 쳐다보면 아름답고 둥근 행성 한구석에서 엄마의 딸이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때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


오래동안 보지 못한 노모에게 내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과, NASA의 비밀 프로젝트 요원으로서 달로 이주하게 되었다고 알리는 것 중 무엇이 더 가치있는 것일까?


진실은 다다를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버전으로 해석된 세계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각각의 세계의 방향성을 일컬어 '이야기'라 부른다. 이야기는 벡터일 뿐이기에 완결되지 않는다. 그저 매 순간 선택을 통해 확장되어갈 뿐이다.


모든 선택과 해석의 순간에는 나의 벡터와 다른 세계의 벡터들이 종합을 이룬다. 현상학자들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끊임없는 침투를 가리켜 상호주관성이라 말한다. 인생이란 진실을 둘러싼 무수한 사건의 장인 동시에, 나와 우주가 만들어가는 창발적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가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해 보는 것이야 말로 나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테다. 물론 그 둘 사이에 간격이 있을 수도 있겠다. 마음껏 이야기를 펼치기에 때론 중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소설 속 은미의 고모, 순이의 삶이 그랬다. 그러나 좌표 평면 상에서의 위치가 달라도 방향과 크기가 같다면 둘은 동일한 벡터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순이 고모는 처음 달에 반했을 때부터 죽기까지 '달의 바다'를 살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적어도 달을 볼때 마다 딸 순이를 그릴 노모에게서 이는 진실이다.


그러고보면 천국을 산다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의 천국,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뛰노는 세계에 접할 수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문득 몇해 전 EBS 다큐에서 쓰레기산에 떠오른 달을 바라보며 나디아라는 이름의 소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오늘 달은 정말 예뻐, 동그랗고 하야네. 튀김 같아." 그녀도 여전히 달의 바다를 살고 있을까? 세상의 어떤 어린이의 이야기도 좌절되지 않길 바란다.


독서 모임에선 따뜻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문학은 이야기인 동시에 하나의 사건이요 사건의 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 책을 읽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온통 부와 혐오 이야기만 넘쳐나는 시대지만 언젠가 평화와 생명의 이야기들이 세상을 점령하길 상상해 본다.


#달의바다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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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동안 보지 못한 노모에게 내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과, NASA의 비밀 프로젝트 요원으로서 달로 이주하게 되었다고 알리는 것 중 무엇이 더 가치있는 것일까?


진실은 다다를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버전으로 해석된 세계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각각의 세계의 방향성을 일컬어 '이야기'라 부른다. 이야기는 벡터일 뿐이기에 완결되지 않는다. 그저 매 순간 선택을 통해 확장되어갈 뿐이다.


모든 선택과 해석의 순간에는 나의 벡터와 다른 세계의 벡터들이 종합을 이룬다. 현상학자들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끊임없는 침투를 가리켜 상호주관성이라 말한다. 인생이란 진실을 둘러싼 무수한 사건의 장인 동시에, 나와 우주가 만들어가는 창발적 이야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가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해 보는 것이야 말로 나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테다. 물론 그 둘 사이에 간격이 있을 수도 있겠다. 마음껏 이야기를 펼치기에 때론 중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소설 속 은미의 고모, 순이의 삶이 그랬다. 그러나 좌표 평면 상에서의 위치가 달라도 방향과 크기가 같다면 둘은 동일한 벡터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순이 고모는 처음 달에 반했을 때부터 죽기까지 '달의 바다'를 살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적어도 달을 볼때 마다 딸 순이를 그릴 노모에게서 이는 진실이다.


그러고보면 천국을 산다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의 천국,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뛰노는 세계에 접할 수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


문득 몇해 전 EBS 다큐에서 쓰레기산에 떠오른 달을 바라보며 나디아라는 이름의 소녀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녀도 여전히 달의 바다를 살고 있을까? 세상의 어떤 어린이의 이야기도 좌절되지 않길 바란다.


“오늘 달은 정말 예뻐, 동그랗고 하야네. 튀김 같아.”


독서 모임에선 따뜻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책은 이야기인 동시에 하나의 사건이요 사건의 장이다.


온통 부와 혐오 이야기만 넘쳐나는 시대지만 언젠가 평화와 생명의 이야기들이 세상을 점령하길 상상해 본다.


#달의바다 #정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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