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The Hermit

10화 — The Hermit : 고요 속에서 나를 비추는 빛

by 청아

9번, 내면으로 향하는 등불

9번. The Hermit—은둔자. 3×3=9, 삼위일체가 세 번 완성되는 수. 물질(1-3), 감정(4-6), 정신(7-9)의 여정이 여기서 첫 정점을 이룬다. The Strength가 내면의 야수와 화해했다면, The Hermit은 그 화해의 지혜를 고독 속에서 숙성시킨다.


유니버셜 웨이트 덱을 펼친다. 회색 망토의 노인이 설산 정상에 홀로 서 있다. 세상의 정점이자 가장 외로운 곳. 오른손의 등불 안엔 육각별—솔로몬의 인장, 위를 향한 삼각형(영)과 아래를 향한 삼각형(물질)의 완벽한 조화.

왼손의 지팡이는 The Fool이 어깨에 멘 가벼운 막대가 아니다. 이제는 온 생애의 무게를 지탱하는 지혜의 기둥. 회색 망토는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 보이지 않음으로써 더 깊이 보는 자.


소울웨이트 덱의 은둔자는 더 온화하다. 그의 등불은 따뜻한 황금빛. 얼굴엔 고독의 쓸쓸함이 아닌 충만한 평화가 깃들어 있다. 그는 외롭지 않다. 자기 자신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아홉 번째 계단

The Hermit이 선 곳은 산 정상이다. The Fool(0)이 뛰어내린 절벽에서 시작해, 아홉 개의 계단을 올라 여기까지 왔다.

The Magician - 의지를 세우고

The High Priestess - 직관을 깨우고

The Empress - 사랑으로 피어나고

The Emperor - 질서를 세우고

The Hierophant - 지혜를 배우고

The Lovers - 선택하고

The Chariot - 전진하고

Strength - 내면과 화해하고

The Hermit - 마침내 혼자가 되다


이 모든 여정을 거쳐 도달한 곳은 시끄러운 정상이 아닌 고요한 정상. 홀로 서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한 걸음의 빛

The Hermit의 등불은 작다. 태양처럼 세상을 밝히지 않는다. 달처럼 밤을 비추지도 않는다. 오직 한 걸음, 지금 딛고 있는 그곳만 비춘다.

처음엔 답답했다.

"왜 더 멀리 보여주지 않을까?"

새벽에 글을 쓸 때가 있다. 전체 구조를 다 알고 싶어 하지만, 결국 쓸 수 있는 건 지금 이 한 문장뿐이다. 그 한 문장에 집중할 때, 다음 문장이 나타난다.


육아도 그렇다. 10년 후 아이의 모습을 그리려 하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오늘 하루를 함께 사는 것. 오늘에 충실할 때, 내일이 만들어진다.

The Hermit은 가르친다.

"한 걸음의 빛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쌓여 길이 된다."


혼자와 홀로의 차이

혼자(alone)와 홀로(all-one)는 다르다.

혼자는 단절이지만, 홀로는 전체와의 연결이다.

The Hermit은 세상에서 물러났지만 세상을 등지지 않았다. 그는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거리를 둔 것이다. 가까이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회사 생활이 힘들 때, 나는 점심시간에 산책을 한다. 10분의 고독.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하늘을 본다. 그 순간만큼은 '직원'도 '엄마'도 '아내'도 아닌, 그저 '나'가 된다.

그 10분이 나머지 시간을 견디게 한다. 아니, 견디는 게 아니라 '선택하게' 한다. "나는 이 역할들을 선택한다. 하지만 나는 그 역할들이 아니다."


지혜의 침묵

책상 위의 두 장의 The Hermit을 다시 본다. 유니버셜 웨이트의 엄숙한 고독과 소울웨이트의 따뜻한 충만.

The Fool이 말없이 뛰어들었다면, The Hermit은 말없이 머문다.

전자가 무지의 침묵이라면, 후자는 지혜의 침묵이다.

9는 임신 기간이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기 전의 어둠과 기다림. The Hermit의 고독도 그렇다.

새로운 나를 잉태하는 시간.

오늘 나는 5분의 은둔자가 되기로 한다. 아침 커피를 마시며, 창문 밖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있기로.

그 5분 동안 내 안의 등불이 켜진다. 작지만 확실한 빛. 그것이 하루를 비추는 시작이 된다.


"진정한 빛은 밖에서 오지 않는다. 내 안에서 켜지는 작은 불꽃, 그것이 가장 확실한 길잡이다."


오늘도 나는 나를 읽는 중이다.

22장의 카드 중 열 번째 장,

The Hermit의 산 정상에서 내 마음의 등불이 조용히 타오른다.


"당신의 하루 중 진짜 '나'가 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그 고독의 시간이 당신에게 들려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한 걸음의 빛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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