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만난 사람과 친구되기.. 진짜 어려울까요ㅠㅠ
* 브런치에는 '또 오랜만'에 왔다. 나의 꾸준하지 못함을 조금 반성하다가, 사는 게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변명도 해본다.
오전이었다. 최근 스터디모임에서 알게 된 H한테 전화가 왔다. 모임에 대해 바라는 점과 공부가 어렵다거나 요즘 더운데 어떻게 지내냐는 등등 사적인 얘기를 했다. H도 나도 돈 받고 일하는 것은 아니니 사실 모든 대화가 사적이긴 하다. 그러다가 내가 물었다.
"제가 요즘 H님 사는 K아파트 관심이 있는데. 거기는 층간 소음이 어때요?"
"위에 누가 사느냐에 따라 다르죠. 난 층간소음 못 느껴요."
"그렇구나. 좋네요. 저도 지금은 괜찮은데 10월에 위층이 바뀐다 해서 좀 걱정되기는 해요.
참, 근데 H님은 몇 동이세요?"
H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답했다. "........왜요?"
순간 나는 당황해서 얼버무리듯 말했다.
"그냥 궁금해서요. H님, 지하철 역에서 가깝다고 하셔서 지나갈 때마다 궁금했어요."
사실이었다. 내가 사는 곳과 H가 사는 곳은 지하철 역을 사이에 두고 길 건너편에 있다. 길 가다가 혹시 그녀를 만나지나 않을지 내심 기대하기도 했었다. 그녀가 곧 몇 동이라고 알려 주기는 했지만, 갑자기 마음이 어려워졌다. 그녀가 사는 곳은 내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공원이 있는 동이었다.
다시 이사를 생각하고 있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 왕십리, 금호동, 옥수동을 다녀봤다. 남들은 좋다지만(가격 상승률 1위라는 걸 보니 역시 내 취향은 대중과는 다르다) 나는 북적북적 복잡한 것도 별로고 오르막길은 더 감당이 안 돼서 그냥 지금 집에 눌러앉기로 했다. 하지만 더 늙기 전에 지금 집보다 상승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갈아타야 한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내가 노동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고생 안 하고 살려면 집이 받쳐줘야 하니까.(나는 본디 현실감도 떨어지는 데다 외국생활을 오래 해놔서 이런 치열한 상황을 최근에야 깨달았다.ㅠㅠ)
남편 직장을 생각해도 그렇다. 운전을 하고 가도 너무 멀고, 아침마다 지옥철에 시달리는 것도 가여웠다. 그래서 직주근접을 마음 먹고 임장을 가봤지만, 지금 집보다 편의 시설이 떨어졌다. 지금 집은 지하철역,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스벅에 올영, 편의점, 그리고 도서관이 다 5분 거리다. 새로 본 그곳은 다 있긴 있지만 꽤 걸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주변에 도서관이나 문화센터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한다. 나는 종종 넘어지기도 하고 건강도 영 별로라 편한 지역이 아니면 고생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여름 같다면 나는 아마 집안의 빌트인 가구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결국 남편이 고생하는 것은 안쓰럽지만, 가격 상승 가능성만 보자며 길 건너 H가 사는 신축 K아파트를 생각했고, 그래서 질문을 한 것이었다.
모임에서 H를 만난 후 같은 동네에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좋았는데, 몇 동 사냐고 집을 물어보는 것은 안 되는 일이었을까. 사람 간의 거리감을 상실한 질문이었을까. 그녀와는 최소한 6,7번은 얼굴을 봤고 두세 번 1시간도 넘게 얘기도 했으니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나. 나는 누군가 처음 만나도 통한다 싶으면 속을 많이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한 척 못하고 거짓말 못하고 돌려 말하기 못하고. 그래서 뭔가 질문을 받으면 곧이 곧대로 대답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남도 나 같은 줄 알고 질문을 던졌는데.
세상은 변했고 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좀 더 철저히 존중했어야 하나. 갑자기 친구 하나가 홀로그램처럼 흐릿흐릿 사라져가는 느낌이다ㅠㅠ 흔히들 사회에서 만난 사람은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