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사랑받는 문학 작품의 필수 요건은?

by 문현웅

‘역대 최다’


2025년 신춘문예를 두고 가장 많이 언급된 표현을 하나만 꼽자면, 단연 이 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2026년도 영남일보 신춘문예엔 지난해 3243편(시·단편소설)보다 약 15% 증가한 3730편이 접수돼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습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에도 7개 부문에서 지난해 3780편보다 무려 2292편이 늘어난 6072편이 접수됐다 합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역시 전년도 7384편보다 1700편가량 증가한 9113편으로 마감됐고, 조선일보 또한 8개 부문에서 지난해(7755편) 대비 두 배 가까운 1만3612편이 투고되며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상당수 보도에선 이러한 경향을 ‘한강 효과’로 해석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덕분에 문학을 향한 대중의 관심과 열정이 폭발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완전히 엇나간 분석은 아닙니다. 하지만 출판업계에선 조심스레 거론하는 뒷배경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생성형 인공지능(AI)’입니다. 최근 들어 챗GPT나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가 빠르게 대중화되며, 이를 활용해 만들어낸 작품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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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춘문예 심사위원도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는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일부 심사평에선 그러한 분위기를 에둘러 표현해 두기도 했습니다. 유독 흔했던 “20·30대 기고자가 많아졌다”는 등의 언급이 바로 그것입니다. 비단 문학 분야에만 한정된 현상도 아닙니다. 원고를 받는 출판사는 이미 ‘AI풍 필치’에 익숙해진 지 오래라 합니다.


업계에서도 AI 활용 자체를 문제 삼는 분위기는 크지 않습니다. 다만 널리 사랑받는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선, 설령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창작자의 남다른 역량과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종합 출판사인 파지트의 최익성 대표는 “창작에 AI 도움을 받는 것은 엄연한 시대의 흐름이지만, 결국 출판사에서 선택하는 작품은 인간이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나오는, 시대를 날카롭게 관통하는 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원문은 2026년 1월 2일자 조선일보 지면에 기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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