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공대생들의 심장이 가장 뜨겁게 뛰는 시간
3.14 파이 데이, 예비 공대생들의 심장이 가장 뜨겁게 뛰는 시간
매년 3월 14일이 오면 세상은 사탕의 달콤함으로 가득 차지만, 미국 입시를 치르는 학생들과 나 같은 컨설턴트들에게 오늘인 '화이트 데이'보다 '파이(π) 데이'라는 이름이 훨씬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원주율 3.14를 기념하는 이 날은, 누군가에게는 수학적인 유희의 날이겠지만,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을 꿈꾸는 아이들에게는 인생의 한 챕터가 결정되는 운명의 날이기 때문이다.
MIT가 선택한 숫자, 6시 28분의 비밀
미국 최고의 공과대학 중 하나인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는 매년 파이 데이에 합격자를 발표하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발표 시간을 유심히 살펴보면 참 '공대스럽다'는 미소가 지어진다. 그들이 합격 통보를 보내는 시간은 동부시간 오후 6시 28분.
왜 하필 6시 28분일까? 눈치 빠른 이들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이는 원주율인 파이(π, 3.14)의 두 배인 타우(τ, 약 6.28) 타임에 맞춘 것이다. 수학과 과학에 인생을 건 학교답게, 학생들의 인생이 걸린 절박한 순간마저도 자신들만의 위트로 승화시키는 그 여유와 고집은 언제 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 위트 뒤에서 초조하게 메일함을 새로고침하며 손바닥에 땀을 쥐고 있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컨설턴트인 나의 심장도 타우 타임에 맞춰 요동치기 시작한다.
7개월의 몰입, 그리고 3년의 기다림
어제 칼텍 합격 소식을 전해준 학생을 포함해, 올해도 수많은 아이와 함께 커먼앱과 서플리멘탈 에세이라는 긴 터널을 통과했다. 7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밑바닥까지 들여다보며 문장을 다듬었고, 3년이라는 하이스쿨 시절 내내 밤잠을 설쳐가며 난해한 수학 문제를 풀고 자신만의 연구에 몰두해 왔다.
오늘 발표되는 합격 통지서는 그 치열했던 시간들에 대한 하나의 마침표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정성껏 써 내려간 문장 하나하나가, 그 땀방울 섞인 노력들이 오늘 이 숫자의 마법처럼 멋진 결과로 보답받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응원한다.
결과보다 단단한 너희의 가치를 믿으며
하지만 이 시점에서 아이들에게, 그리고 함께 가슴을 졸이고 계실 부모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합격 통지서가 주는 기쁨은 물론 강렬하고 달콤하겠지만, 사실 이 고된 입시 과정을 묵묵히 버텨내며 자신을 증명해 온 그 시간 자체가 이미 너희가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는 사실이다.
대학의 이름이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모두 결정짓지는 않는다. 오늘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 학생들이 쏟아부은 열정과 그 과정에서 얻은 성장은 누구도 뺏어갈 수 없는 우리 학생들만의 자산이다. 오늘만큼은 합격 여부에 매몰되기보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맛있는 파이 한 조각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오늘 기쁜 소식을 들고 올 제자들과 모든 예비 신입생들에게 미리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설령 기대하던 소식이 아닐지라도, 너희의 찬란한 앞날은 이제 막 엔진을 가동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모두에게 행복한 파이 데이가 되길! 오늘 합격 소식이 들려온다면 누구보다 크게 축하해 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 마음껏 자랑해 줘. 꿈을 쫒는 아이들의 도전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