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마망 Jun 08. 2023

[브랜딩 #1] 루이비통 vs. 구찌

글로벌 명품 패션 브랜드 양대 산맥인 루이비통과 구찌에 처음 입사할 때가 생각난다.

2004년 처음 루이비통 입사할 당시 명품에 대한 로망은 딱히 없었지만, 루이비통이라는 이름만 얘기하면  주변반응이 달랐다.

패션을 좋아하지만 Fashion=Life인  소위 "패션피플"은 아니었기에 루이비통 백조차 없었던 나는 출근일에 뭘 입고 뭘 들고 가야 할지 매우 고민되었다.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고민고민하다 같은 명품이라 생각했기에 페라가모 숄더백에 아나운서 콘셉트의 화이트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는데 출근하는 날부터 조용히 쇼룸으로 끌려가 "명품의 정의" , "명품의 세계" 등 패션업계에 대한 강의를 들어야만 했다. 첫 출근일은 엉망이었지만 일하는 내내 눈이 즐거웠고 스마트한 동료들과 일했기에 매일매일 성장할수 있었다.


4년 후, 옆집 브랜드인 구찌로 이직했고 약 3년간 마케팅 매니저로 일했다.

구찌 마케팅을 총괄하면서 같은 럭셔리 브랜드이지만 루이비통 (프랑스) VS. 구찌 (이태리)의 다른 조직문화와 브랜드의 차이도 경험했다. 두 브랜드 모두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 대단한데 이유는 소비자에게 Aspiration for Luxury를 심어주기 위해 직원들을 먼저 철저히 세뇌시켜야 한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곧 루이비통! 내가 곧 구찌! 라는 생각은 본사의 교육 때문이기도 한 거 같다.


조직문화의 차이는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이태리 브랜드인 구찌가 좀 더 Family 적이었다. APAC HQ 뿐만 아니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 국가 매니징을 홍콩에서 담당) 밀라노 본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친절하고 유쾌했으며 무엇보다 인사를 무척 잘했다. (하루 열 번 만나도 열 번 인사하는 사람들 ^^) 그리고 밀라노 본사 내 오픈테라스 콘셉트의 구내식당이 있었는데 미팅 후, 이탈리안 음식이 끝내주게 맛있었다. (음식 때문에 밀라노 본사로 지원한 사람도 있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음)


이와 반대로, 루이비통의 경우 매달 홍콩에서 성적표가 날아왔는데 전체 럭셔리 브랜드의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성과표였다. (Media ROI 지수로 광고 투자 대비 노출된 에디토리얼 Value 등을 전 매체, 전 브랜드 대상으로 분석 정리) 매달 받은 이 성적표는 루이비통은 1위 브랜드이기 때문에 1위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였고 이 성적표의 성적을 지키느라 매일 야근, 주말에도 회사와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pressure가 컸지만 그만큼 직원에 대한 교육기회, 출장 혜택 (대리시절부터 비즈니스 클래스, 전 세계 5성급 호텔 이용 기회 등)  그리고 무엇보다 빈번한 패밀리세일이 있어 버티며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구찌는 2015년 마르코 비자리 사장 부임 이후 물갈이(?)가 되었기 때문에 예전의 패밀리즘 문화는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


약 4년 동안 루이비통 마케팅을, 약 3년간 구찌 마케팅을 총괄하면서 이 두 회사 모두 패션 회사이기보다 사람들의 무의식 세계를 교묘히 자극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계속 사도록 자극하는 마케팅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로고 하나로 마치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신분상승한 느낌을 만들어 주는 브랜드!

로고 하나로 자신감을 만들어 주는 브랜드!

로고 하나로 패션리더로 만들어 주는 브랜드!


물론 긍정적인 부분들이 더 많지만, 가끔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진짜 가죽도 아닌 PVC 소재 가방을 어떻게 저 가격에 팔 수 있지?

면소재 티셔츠와 캔버스 슈즈를 어떻게 저 가격에 팔 수 있지?

과연 명품 브랜드의 제조원가는 소비자가 대비 ----% 일까?

내가 지불하는 가격만큼 서비스를 받고 있는 건가?

등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해 우리는 명품 매장에 줄 서서 입장한다.

"Why 소비자들이 이 두 브랜드에 열광할 수밖에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로 한다.



[브랜딩 제 1편] 루이비통 vs. 구찌


1. 브랜드 간단 비교


2.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디자이너)

1) 루이비통

- 마크 제이콥스 (1997년~2013년)

- 킴존스 (2011년~2017년)

- 버질아블로(2018년~2021년 / 남성라인)  

- 니콜라스 제스키에르 (2014년~현재)


지금은 영향력이 사그라들었지만 루이비통을 가장 오래 이끌었던 마크 제이콥스는 "상업성의 귀재", "팔릴만한 디자인"으로 2000년을 전후로 톰포드와 더불어 디자이너가 아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타이틀이 패션업계에 퍼지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우아하면서도 러블리한 콘셉트의 스타일의 여성라인이 특히 인기가 많았으며, 아시아 문화와 아트에도 관심이 많아 쿠사마 야요이, 다카시 무라카미와 같은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브랜드의 Refreshness (신선함)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냈다.


2021년 11월 갑작스럽게 사망한 버질 아블로는 패션계의 이단아로 OFFWHITE (오프화이트)의 수장으로 스트릿패션이 하이패션/럭셔리 패션을 장악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스티브 잡스처럼 브랜드의 기본은 지키되, 새로움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었던 버질 아블로의 명언 중

"패션은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어 놓은 걸 원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이 말은 패션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산업 전체에 해당되는 말인 거 같다.


2) 구찌

- 톰포드 (1994년~2004년)

- 알레산드라 파치네티 (2004년~2005년)

- 프리다 지아니니 (2005년~2015년)

- 알렉산드로 미켈레 (2015년~2022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톰포드는 관능적인 하이엔드 스타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디자이너로 평가받았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인 톰포드는 올해부터 Tom Ford에서도 손을 떼고 영화감독일에 전념할 계획인데 독특한 영상미와 음악, 톰포드 만의 패션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영화 "싱글맨", "녹터널 애니멀스"는 강력 추천한다.


톰포드는 이미 막강한 글로벌 영향력을 갖고 있던 디자이너이었지만 이에 비해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무명에 가까운 디자이너였다. 모두의 걱정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르코 비자리의 선견지명으로 간택(?)된 미켈레는 "상상을 초월한 판타지", "Nerdy look", "젠더리스"라는 개념을 만든 장본인으로 톰포드 이후 점차 매력을 잃어가던 구찌를 다시 살렸다.


3. 매출액 비교 (한국 기준)

1) 루이비통 : 2022년  기준 1조 6,923억 원 / 영업이익 4,177억 원 / 당기순이익 3,380억 원

<출처 : 논라벨 매거진>

2) 구찌 :  실적공개 하고 있지 않음 


4. <결론> 루이비통 vs. 구찌에 우리는 왜 아직도 열광하는가?


- 첫 번째, 탄탄한 브랜딩을 통해 완성된 브랜드이다!

브랜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은 나음(Better) 이 아닌 "다름(Different)"이다.


두 브랜드 모두 오랜 역사, 장인정신 + 창의성과 혁신성을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로 놓고 있지만 다른 점은 루이비통의 경우 "여행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으며, 구찌의 경우 "이탈리안 헤리티지 (패션/문화의 현대적 해석)"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핵심가치는 브랜드 곳곳에 적용된다.

상품부터 매장, 광고, 홍보, 이벤트, 온라인 등 고객 커뮤니케이션 전체에 적용된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수많은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중 이니스프리의 경우, "제주도" 콘셉트로 브랜드를 차별화했다.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특정 원료로 만든 화장품,  제품 네이밍, 제주 현지 체험공간, 올레길 투어 프로그램과 같은 이벤트, 제주 가상 증간현실 체험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모두가 자연주의 화장품인 시대에서 좀 더 뾰족한 콘셉트를 잡음으로써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핵심 브랜드가 되었다.


- 두 번째, 제품이 아닌 이미지를 판다!

품질, 디자인, 가격,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명품은 생활필수품과 달리 제품 구매를 통해 내가 갖는 이미지를 생각하고 구매한다. 이것은 곧 만족감, 행복으로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명품은 가격이 높다.

"높은 가격 --> 높은 가치 --> 이미지" 이기에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구매한다.


제품이 아닌 이미지를 파는 명품은 매슬로우 욕구 5단계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수단이다. (자기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 과시욕구, 나보다 더 나은 사람에 대한 시기심, 내가 더 성공했다는 환상과 착각.... 이런 심리를 잘 건드린다.)


환상을 심어주는 방법에 있어 무엇보다 제품 기획 방법과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제품을 다 만들어 놓고 엄청난 예산을 투여해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함으로써 환상과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지만 소상공인이 만든 스몰 브랜드의 경우는 다르다. 이 제품을 구매했을 때 소비자가 어떤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를 먼저 염두에 두고 시작해야 한다.

제품을 다 만든 후, 마케팅하는 방식이 아닌 제품을 기획하기 전부터 10-20초 내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일 것이며, 이 것을 구매한 소비자는 어떤 기분이 들 수 있는지...


소비자를 이끄는 힘은 결국 인식의 차이를 만드는 것. 따라서, 제품은 이미지/콘텐츠 중심으로 기획해야 한다.


- 세 번째 디테일이다!

멋들어진 광고 캠페인, 유명 셀레브리티가 입은 옷과 가방, 엄청난 스케일의 패션쇼, 프라이빗 이벤트,  럭셔리한 매장 공간 등. 물론 이런 마케팅 활동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인식의 차이를 만드는 방법은 "디테일"이다.


명품 브랜드는 제품뿐만 아니라 쇼핑백, 포장박스, 리본과 같은 패키지, 택배포장 방식, 캘리그래피를 넣은 땡큐 카드 등 고객에게 전달되는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WOWness를 불러일으킨다.

이 놀라운 경험으로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며 곧바로 충성고객이 된다.


매장에 방문했을 때 나를 기억해 주는 sales staff,

나의 취향과 기호를 알고 제공해 주는 맞춤 고객 서비스, 제품 이상으로 훌륭한 포장 패키지 (쇼핑백, 박스, 리본 등), 택배포장 방식 하나까지...


예전에 까르띠에 메종 방문 시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차 앞 좌석에 장미꽃과 함께 땡큐카드를 올려놓은 서비스를 보고 감동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받은 서비스야 말로 영원히 기억되며, 비용 대비 최고의 효과를 가진 마케팅이다.


5. 루이비통, 구찌 한국사이트

- 루이비통 kr.louisvuitton.com

- 구찌 www.gucci.com›k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