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잠자리 패턴은 하루동안 쌓인 구독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타타타다 댓글을 달고는 아함. 하품이 나오면 잠을 자는 아주 긍정적인 패턴이다.
중구난방으로 브런치에 들락거리던 습관을 한 시간대로 몰아 하루의 시간을 좀 더 알차게 써보려 노력 중이다. 그러지 않고는 헤어 나올 수가 없는 곳이 브런치니까.
나도 왜 이렇게 갑자기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아주 심플하다. 재미있으니까요.
요전날밤도 그랬다. 그날따라 댓글을 신나게 달고는 이제 잠 좀 자볼까 하는 찰나 징~~~ 메일하나가 도착했다. 언뜻 상단바에 비치는 메일제목을 보니 브런치 제안.
뭐야 뭐야, 이 늦은 시간에 웬 브런치 제안 메일. 얼른 탭을 해보니 진짜다. 브런치 제안 메일.
무슨 내용인가 자세히 읽어보니 처음부터 눈물 나는 사연이다. 제안을 주신 분은 심장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으셨고 재산이 아주 많으신데 설상가상 물려줄 자식이 없단다. 평생을 기부하며 살아오신 구독자분이 내 브런치를 보고 제안을 하신 거다. 아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하죠?그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은 자다가 봉창 두드릴 이야기였다.
미화 850만 달러를 이다님께 기부하고 싶습니다. 네?
잠깐만요. 미화 850만 달러가 도대체 얼마입니까? 네. 110억이라고요! 내용인즉슨, 평생을 기부하며 살아오신 브런치구독자님이 심장병으로 얼마 못 사신다는 내용과 재산이 아주 많으신데 설상가상 물려줄 자식이 없어 그중 쪼끔을 나에게 기부하시고 대리로 평생 해오던 기부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기부를 하라고요? 어디에요?
여기까지가 그전에 썼던 내용이다. 얼른 마무리 짓고 발행하고 싶었던 글은 괜히 ㄸㅁㅊㅇ 같은 내가 발각될까 싶어 서랍 속에서 고이고이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이상한 기분이 드는 댓글을 받았다. 내 글에서는 어딘가 어설프고 무른 내가 느껴지는 걸까. 그런 나를 알아본 걸까. 아님 실제로 나는 그런 사람일까. 뭐 글이란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니 내가 그런 사람일 테고, 그렇다면 나는 진짜 ㄸㅁㅊㅇ... 이런 내가 좀 더 단단하고 사리분별 확실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런 건 나이가 든다고 다듬어지는 게 아닌 건가. 그래도 어쩌겠나. 이제는 나 자신을 인정하며 보듬고 살아야지. 캬캬캬.
대책 없이 써놓았던 글들은 서랍 속에서 잠을 자며 발행될 날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내가 써놓고도 언제 발행할지는 알 수 없다. 오늘 같은 날, 아주 우연히도 이 글이 생각나는 날, 그리고 어떤 상황이 묘하게 겹치는 날, 그런 날이 어쩌면 고이고이 잠자던 글들이 발행되는 날이 아닐까. 오늘 이 글은 드디어 서랍을 나와 발행된다. 이렇게 다다다 써놓고는 멋지게 발행시키고 싶었는데 그만 초고가 날아갔다.ㅠㅠ 기억이라도 붙잡으려고 부랴부랴 다시 쓴다. 그리고 반드시 오늘 발행하고 만다. 캬캬캬.
글 중에 나오는 ㄸㅁㅊㅇ 이니셜 아시는 분은 댓글 바랍니다. 캬캬캬.
이거 맞추면 난 진짜 ㄸㅁㅊㅇ 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