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그리고 마티니

시작은 항상 소소하게

by Mic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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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야경을 좋아했던 15살의 소년은 매일 밤 15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알록달록하게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과 깊게 내려진 어둠의 사이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끌어당김. 세상 사는 것에 특별히 재미를 못 느꼈던 소년에게 도시 야경 바라보는 것은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하나의 그림이자 영화 같다랄까. 가까이서 보면 닳고 거친 세상인데 이리 멀리서 보면 고요하고 평화로우니 참 우습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아무튼, 소년은 도시 야경을 사랑했다.

그리고 항상 그 시간에 윗 집 사람이 재즈를 크게 틀어놓았다. 그때 소년은 그게 재즈인지도 몰랐다. 그저 느끼한 음악이라고 생각했지만 (색소폰 소리는 머리가 길고 곱슬머리인 백인 아저씨가 생각났다. 나중에야 그가 케니지 인 것을 알았다.) 밤과 어울린다는 생각에 괜찮은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알지 못하지만 괜찮은 재즈와 야경을 경험하며 15살의 가을을 보냈다. 그 행복은 아파트에서 떠나고 난 뒤에는 경험하지 못했다. 적어도 찾아가기 전에는.


소년은 그때 서른 살의 내가, 마흔 살의 내가 그 야경을 꾸준히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은 안정적이고 덜 불안하며 세상을 즐기겠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은 어려우나 적어도 지금보다는 근사하고 여유롭진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소년의 불완전함을 달랬다. 언젠간 나아지겠지.


그리고 지금 마흔, 소년은 나이를 먹으며 옷을 좋아하고 술을 즐기며 15층이 아닌 2층 빌라에서 밖을 바라본다. 그때 생각했던 것 중 익숙해진 것은 재즈 하나일 뿐. 나아진 것도 완전해진 것도 그리고 여유로워지지도 않았다. 모든 게 그때보다 더 흔들린다. 부족한 통장과 불만족스러워 보이는 얼굴 표정 그리고 쌓여버린 옷장에 옷들.


그나마 익숙해진 재즈에 저렴한 와인을 마신다. 가끔은 바에 가서 마티니를 마신다. 재즈가 나오는 곳에서. 이 수필은 그렇게 도시를 살아가는 마흔 살의 남자의 이야기이다. 재즈 그리고 마티니, 화려한 패션과 도시 속에서 비어버린 마음. 그게 이야기의 주제이다. 그리고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