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에게 플라스틱을 ‘먹이고’, 그 길을 추적하다

by 김 진수

김진수 | 연구자 · 과학 커뮤니케이터

플라스틱은 어디로 가고,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저는 방사성동위원소로 표지한 미세플라스틱을 실험쥐에 먹인 뒤, PET 영상을 통해 몸속에서 이동하고 축적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추적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는 Journal of Nuclear Medicine (IF 11.082, JCR Top 1.2%)에 게재되었고, BRIC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저는 과학의 언어를 사람의 말로 풀어내고,

복잡한 독성학과 영상의학 속 숨은 이야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고 싶습니다.

브런치에서는

미세플라스틱과 건강

방사성의약품과 암치료

과학자라는 직업의 고민

실험실과 일상 사이의 기록

을 중심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전문성은 깊게, 문장은 부드럽게.

과학을 통해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싶은 독자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어느 날 연구실에서, 저는 한 가지 상상을 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생수병의 플라스틱 조각이, 정말 우리 몸 안으로 들어간다면... 그 조각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 단순한 질문이, 수개월에 걸친 실험과 분석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쥐에게 플라스틱을 ‘먹이고’, 그 길을 추적하다

하지만 문제는 하나였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속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저는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이라는 첨단 이미징 기술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암 환자에게 사용하는 PET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몸 안에 주입한 뒤, 그 분포를 추적하는 기술입니다.

이번에는 방사성 동위원소 구리-64(64Cu)를 특수한 방법으로 플라스틱 입자에 붙였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폴리스티렌)을 방사성으로 표지한 뒤, 쥐에게 먹였습니다.

그 다음 1시간, 6시간, 12시간, 24시간, 48시간 간격으로 PET 촬영을 진행했죠.


놀라운 결과: 위장관을 넘어 간, 전신 침투

결과는 예상보다 충격적이었습니다.

1시간 만에 플라스틱은 위장을 지나 소장과 대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12시간~24시간 사이에는 위 속에도 남아있었지만, 장기 내부로도 침투한 흔적이 관찰됐습니다. 48시간 후, 간, 폐, 신장, 심지어 고환과 뇌에까지 방사성 신호가 잡혔습니다. 단 한 번의 경구 노출이었음에도, 미세플라스틱은 전신의 여러 장기로 퍼져 있었던 것입니다.


살아있는 쥐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 실시간으로 보다

이번 연구가 특별했던 점은,“쥐를 죽이지 않고 살아 있는 동안에도 실시간으로 내부를 관찰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형광 기반 추적법은 정확도가 떨어지고, 해부 없이는 장기 내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PET 기술을 활용하면, 쥐의 체내에서 방사성 플라스틱이 어느 장기에 얼마나 축적되고 있는지, 정확한 수치와 영상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입자의 거대한 영향

논문에 따르면, 표지된 미세플라스틱은 소화기관(위, 소장, 대장)뿐 아니라, 순환계(심장, 폐, 혈액), 배설계(신장, 방광), 그리고 뇌, 생식기(고환)에도 도달했습니다. 이 중 특히 고환에서의 축적은, 최근 보고된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정자 기능 저하’와 연결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한 마우스 연구에서는 4주간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수컷 쥐에서 생식 기능 저하가 나타났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이 연구가 말해주는 것

이 실험은 단지 쥐에 플라스틱을 먹이고 영상을 찍은 실험이 아닙니다.

“플라스틱은 정말로 몸에 흡수될 수 있는가?”

“흡수된다면 어디로, 얼마나 퍼지는가?”

“짧은 노출만으로도 어떤 장기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직접적인 영상과 수치로 답을 제시한 최초의 연구 중 하나입니다.


논문 원문

PET tracing of biodistribution for orally administered 64Cu-labeled polystyrene in mice, Journal of Nuclear Medicine 2022, 63 (3) 461-467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몸에도 어쩌면 이미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해산물, 생수, 소금, 공기 중 먼지, 심지어 과일과 채소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미세플라스틱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문제입니다.

✔️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 유리·스테인리스 용기 사용하기

✔️ 플라스틱 성분 화장품, 스크럽 피하기

✔️ 아이들과 노약자의 노출 방지하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문제를 ‘남의 일’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