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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강연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당근 후기>

by 밍밍한 밍

[교육 강연 피드백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수년간의 사내강사 경력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도움을 준다는 연락을 하였다. 모든 것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싶었다. 연락한 당일 내에 빠르게 시간을 잡았고, 장소를 알아보겠다는 회신이 왔다.


"교육 강연 피드백이라고 하셨으니, 직접 강의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강의실이 구비되어 있는 스터디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라는 회신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약속장소 근처 스타벅스에서 보자는 말에 의구심이 들었다. 지금의 자리가 이상하다는 느낌보다는 '카페에서 어떻게 자신의 강의 스킬을 보여준다는 거지?'라는 의구심이..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진짜 순진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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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강연 피드백에 앞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1. 교육 강연의 주제는 무엇인가?

2. 교육 시간은 어떻게 되는가?

3. 교육 대상자의 특성(연령대, 주제에 대한 이해도 등)은 어떻게 되는가?

4. 온라인 강의인가? 오프라인 강의인가?


회신은 다음과 같았다.

1. 주제 1. 좋은 보험이란? / 주제 2. 라이프사이클 / 주제 3. 직업 4분면

2. 약 1-2시간

3. 3-40대 연령층 대상, 보험에 대해 기본은 알고 있음

4. 오프라인 강의


회신이 오는 순간 이상함을 직감했어야 했는데... 다름 아닌 그 단어, '보험'이 들어있었음에도 이번엔 아니겠거니 했던 나 자신이 안일했다. 보험 판매나 권유는 아니라고 밑밥은 깔았으나 결국엔 '권유'로 귀결되는 시간이었다. 그냥 중간에 집으로 도망갈걸...



교육 강연이라 함은 다음과 같았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보험이란 무엇인가?"

"실제 보험사는 어떻게 사람을 대상으로 보험을 설계하고 팔고 있는가?"

"당신이 쓰는 보험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아는가?"

"당신이 앞으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전체 금액은 얼마인가?"

"그 금액을 모으기 위해 당신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

"그럼 당신은 해마다 얼마 정도의 금액을 모아야 하는가?"

"그럼 나는 지금 얼마나 벌고 있게?"

"나 통장에 이만큼이나 찍혀~ 어때? 혹하지? 나랑 같이 일하면 너도 이만큼 벌 수 있어."


실제 다음의 말을 했다.

"지금 제 통장에 얼마나 찍히는지 보여드릴까요?"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교육 강연 피드백이 아닌, 그냥 보험설계사 꼬드기기 위한 자리였다.


이런 사람들의 마지막 질문은 항상 이것으로 끝을 맺는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역겹다. 아니 개 역겹다. 꼬드기기 위해 자신의 통장을 슬쩍 보여주며 니 꿈이 뭐냐고 묻는 그 태도가 너무 꼴사납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다른 회사에 다니는 애로부터 똑같은 보험설계사 제의가 들어왔었다. 소름 돋았던 것은, 그때 그 사람의 레퍼토리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내뱉는 말이 똑같았다.

좋은 보험이 뭐냐, 니 보험은 어떠냐 내가 지금 같이 봐줄 수 있다, 네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 아냐, (통장을 까며) 나는 이만큼 번다, 나랑 같이 일하자.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면, 눈이 은은하게도 아니고 그냥 광기로 가득가득 차있다는 점이다. 독기가 아니다. 그냥 광기 그 자체. 광기로 가득 찬 약 2시간이 흘러가고, 나는 광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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