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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 취급 당한 웨딩 쇼케이스, 루클라비더화이트

<결혼>

by 밍밍한 밍

지난 8월 31일, 루클라비더화이트의 웨딩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신상 웨딩홀임을 감안하여, '이미 계약을 체결한' 예비 신랑신부를 대상으로 웨딩 쇼케이스가 치러졌다. 당연지사 나도 '이미 계약을 체결한' 사람 중 한 명이었기에, 그 자리에 참석하여 완성된 홀과 연회장을 보며 시식을 할 수 있었다.

본 쇼케이스의 한 줄 평은 다음과 같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만족' 당했다.>


만족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다.

1. 만족(滿足)
- 명사, 마음이 흡족함.
- 명사 모자람이 없어 충분하고 넉넉함

2. 만족(蠻族)
- 명사 미개하여 문화 수준이 낮은 종족
- 명사 예전에, 중국에서 남쪽의 오랑캐라는 뜻으로 남쪽 지방에 사는 민족을 낮잡아 이르던 말.

내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나는 1번의 뜻을 쓰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나는 '2. 만족(蠻族)'당해버렸다.


1. 웨딩홀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요!

수년 전부터 지인들이 하나둘 결혼을 가면서, 전국 곳곳에 있는 지역을 오가며 여러 웨딩홀을 오고 가곤 했다. 그중에 단 한 곳에서도 보거나 듣지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된 최초의 홀이 됐다.


'홀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


대체 이게 무슨 농간이란 말인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 수 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치르며 받는 서비스임에도 천장 에어컨에 의해 바닥에 물이 떨어진다. 이건 설계 시점에서부터 '에어컨 가동'이라는 너무 당연한 상황을 배제한 건 아닌지 심히 염려스러웠다.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에, 그날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내 머리 위로, 내 삶의 하나뿐인 식을 축하하기 위해 나를 찾으러 방문한 내 소중한 사람의 머리 위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진다라.. 아! 어쩌면 '단 한 번뿐인' 경험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2. 연회장이 뿌얘요!

식을 마치고 시식을 위해 연회장으로 올라갔다.

자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자.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결혼식을 올렸다. 한껏 멋을 뽐낸 후, 연회장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나를 축하해 주기 위해 방문한 하객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연회장에 방문하였다. 어..? 그런데 연회장이 뭔가 뿌옇다. 분명 내가 지금까지 누볐던 홀, 대기실, 화장실 등은 나에게 깨끗한 시야를 보여주었는데.. 내가 너무 피곤해서 눈앞이 잠시 흐릿해진 건가?

이내 두 손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다. 어? 왜 계속 뿌옇지? 왠지 모를 뿌연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하객과 눈이 마주친다.

어떤 느낌이 들 것 같은가? 그것이 내가 처음 연회장을 방문한 느낌이었다.


3. 참치칼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해요!

상담 때부터 '참치 해체 쇼'에 대해 강한 자신감으로 어필해 왔기에 이건 나름 기대가 컸다. 그렇기에 참치 해체 쇼는 어디서 진행되는지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던 와중.. 이게 맞나? 싶을 정도의 아찔함을 바로 눈앞에서 경험했다. 한 팔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참치칼이 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그 광경을.. 그리고 음식을 받는 사람들과 해체 '쇼' 사이에는 그 어떠한 안전장치 하나 놓여있지 않았다.

자칫하다 칼을 놓치거나, 칼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을 향해 날이 떨어지는 순간 중상으로 직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불안전행동과 불안전상태가 공존하는 이 아찔한 상황.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건가 싶었다. 나를 향해 있는 참치칼이라니.

내 손님을 심각한 부상이 초래할 수 있는 환경으로 오라고 할 심산이었다니...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많이 어이가 없다. 대체 어떤 생각으로 저런 불안전행동/상태를 고스란히 노출시킬 생각을 했을까.

참치칼과 사람 사이

4. 주차는 총 000대까지 돼요!

이 문장의 앞에는 한 단어가 숨었다. 바로 (이면).

계약 전 상담받을 땐 '이면'이라는 단어는 한 마디도 없다가 이제야 '이면'주차를 포함한 주차 대수라는 말을 들었다. 그.. 기만이라는 걸 끼얹나?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을 하는 문장 속에 저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그걸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는 거지?

뇌파 감지기라도 가져와서 뇌파 측정해 가며 (이면)이라는 단어를 말하고 싶어 하는 그 파장을 찾아냈어야 하기라도 하는 건가? 아~ 그랬어야 했구나.

내가 정말 어리석었다.


이날을 기준으로 내 신념엔 대쪽 같은 한 문장이 아로새겨졌다. '영업원의 말은 10%도 채 믿지 않겠다.'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할 것임을.

물론 진실되게 일하는 영업원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식의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 싶은 의구심이 든다.


시공 일자는 계속 미뤄져, 설치도 늦어, 행정 허가 절차는 채 이뤄지지도 않아.. 뭐가 맞는 건지 이젠 나도 혼란스럽다.

아! 이것도 어쩌면 '단 한 번뿐인' 경험이 될 수 있겠다!


아니지 이미 '단 한 번뿐인'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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