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강의에서 알려주지 않는 것들
올해 초, 블로그에 선언했다. 올해 안에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글을 올리고 나서 괜히 불안해졌다. 앱 개발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과연 출시까지 할 수 있을까.
어떤 앱을 만들지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제일 필요한 걸 만들기로 했다. 퇴근하고 나면 소파에 눕는 게 일상인데, 뭐라도 꾸준히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습관 인증 앱을 만들었다. 사용법은 단순하다.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걸 사진으로 등록하고, 실행했으면 카메라로 인증한다. 달력에 성공한 날이 표시되고, 다른 사람들과 랭킹도 볼 수 있다. 거창한 앱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필요한 앱이었다. 블로그 글쓰기, 헬쓰장 가기, 영어 공부 등 다양한 습관 형성이 도움이 된다.
개발은 예상보다 금방 끝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앱을 앱스토어에 올리려면 코드만 잘 짜면 되는 줄 알았다. 천만의 말씀이었다. 먼저 개인사업자등록을 해야 했다. 통신판매업 신고도 해야 했다. 앱을 소개할 스크린샷 이미지도 만들어야 했고, 심사를 위한 각종 정보도 빼곡히 채워야 했다. 앱의 목적, 기능 설명, 개인정보 수집 항목, 연령 등급, 키워드, 가격 설정, 심사용 테스트 계정 정보 등등.
앱 유료 강의만 3개를 들었는데, 강의에서 알려주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이렇게 작성을 마치고 나면 논문처럼 앱 출시 여부 심사를 받는다. 논문 심사와 거의 비슷하다. 논문심사위원회에 내 연구가 왜 의미 있는지 설득하듯, 심사팀에 내 앱이 왜 스토어에 있어야 하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느낌이었다.
함정도 곳곳에 숨어 있었다.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앱인데도 가격 등급을 명시적으로 0달러로 설정하지 않으면 심사 제출 자체가 안 된다. 스크린샷 5장 중 1장이 해상도가 절반 크기였고, 다른 1장은 높이가 2픽셀 달랐다. 2픽셀. 사람 눈으로는 절대 구분 못 할 차이인데, 시스템은 냉정하게 거부했다. 전부 1284x2778로 맞춰서 다시 올렸다.
앱 심사용 노트는 영어로 써야 했다. 심사팀이 글로벌이라 한국어를 못 읽을 수 있다고 한다. 테스트 방법, 인앱결제 플로우, 계정 삭제 경로, 개인정보처리방침 위치까지 영어로 상세히 적었다. UI 버튼명만 한국어 그대로 남겼다.
재밌었던 건 유럽 관련 정보를 입력할 때였다. EU 디지털 서비스법 때문에 거래자 연락처를 유럽 앱스토어에 표시해야 한다는데, 내가 만든 작은 습관 앱이 유럽에도 공개된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앱스토어에 올리는 순간, 기본이 글로벌 출시구나. 나중에 영어도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설레었다. 드디어 내 앱이 앱스토어에 올라가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도 쓸 수 있게 된다는 생각. 블로그에 써놓은 약속을 정말로 지키게 되는 건가 싶었다.
결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하루 만에.
거절.
다른 앱 개발자들한테 들었다. 첫 심사에서 한 번에 통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그래도 막상 거절당하니 아쉬웠다. 논문 리젝이랑 똑같은 감정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당하면 쓴 기분.
그런데 거절 사유를 읽어보니, 좀 허탈했다. 다행히 코드 문제가 아니었다. 버그도 아니었다. 심사원이 앱을 제대로 테스트할 수 있도록 노트를 더 상세하게 써달라는 거였다. 앱이 뭘 하는 앱인지 목적 설명, 외부 서비스 목록, 지역별 차이 여부 같은 것들. 제출하기 전에 알았다면 시간을 아꼈을 텐데. 심사 결과를 받기까지 몇일 걸렸기 때문이다.
노트만 보강해서 다시 제출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두근두근하다.
돌이켜 보면, 앱 개발에서 제일 어려운 건 코드가 아니었다. 코드는 오히려 빨리 끝났다. 진짜 시간이 들고, 진짜 삽질을 하게 만드는 건 코드 바깥의 일들이었다. 사업자등록, 스크린샷 규격, 심사 노트 작성, 가격 등급 설정. 개발자로서는 한 번도 신경 쓴 적 없는 영역들이라 귀중한 경험을 한 것 같아서 좋다.
처음 앱을 출시하려는 분들께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코딩이 끝났을 때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거기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퇴근하고 유튜브보며 소파에 눕는 대신 뭐라도 해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 앱이 그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전 예약 링크를 남겨둔다.
https://afterwork-kohl.vercel.app/
같이 해보실 분,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