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내가 해도 되는 걸까.
2개월 분의 처방약을 받아왔다.
당뇨와 더불어 간질환도 같이 진단받아 혈당 강하제인 다이아벡스 500mg, 그리고 간수치가 너무 안 좋아서 우루사와 밀크시슬 처방도 함께 받았다. 약을 잔뜩 받아 들고 집에 들어오니 기분이 묘했다. 아, 이제 나는 빼박 당뇨 환자구나. 진짜 아픈 사람이구나. 나도 이렇게 당뇨약을 먹다가 언젠가는 인슐린을 맞으면서 하루하루 보내야 하는 걸까. 거기까지 흘러가자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갓 당뇨판정을 받았을 때, 내 몸이 더 망가져서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기 전에 원래대로 돌려놓아야겠다.
그날 저녁, 가족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는 나, 와이프,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뿐이지만 둘러앉아서 작금의 현실에 대해 대책 논의를 하기로 했다. 안건은 단 한 가지. 당뇨 사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거창하지만 사실 직장인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한계가 있었다.
1. 회사를 다니며 소극적 관리에 임한다.
2. 휴직을 하고 단기적으로 집중 관리에 임한다.
3. 퇴사를 하고 몸 상태를 정상으로 회복하는데 포커스를 맞춘다.
그렇다면 내가 관리해야 할 항목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리해 봤다.
식사량 줄이기, 탄수화물 및 당 섭취 줄이기
식후 운동하기
근육량 늘리기
규칙적인 생활 루틴 잡기
충분한 수면 취하기
스트레스 줄이기
체중 감량하기
위 항목을 꾸준히 지킬 수 있다면 상태는 충분히 호전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별 것 아니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당연한 내용들 뿐인데 이것들도 지키지 못하는 게 현실인 것이었다. 근래에 업무량이나 회사 상황을 생각했을 때, 업무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위 항목들을 아주 잘 소화해 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와이프와의 충분한 논의 끝에 휴직을 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극단적으로 퇴사를 해버리기엔 아직은 준비가 부족했고, 휴직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일단은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사실 휴직을 결정하면서도 막상 나는 과연 휴직을 해도 될까, 우리 삶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든든한 동반자인 와이프가 강하게 밀어준 덕분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