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와의 싸움 시작
마음을 먹은 이후로는 빠르게 휴직을 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했다. 일단 회사에 휴직을 설득하기 위해서 당뇨 진단을 내려준 병원을 찾아가서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정확한 병명은 2형 당뇨와 고지질혈증, 간질환. 뭔가 문자로 확인하니 더 심각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었을까.
서류가 준비되었으니 이제는 회사에 휴직을 신청하는 일만 남았다. 휴직을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들이 꽤 되는데, 1차로 팀장 면담을 통해서 휴직 의사를 밝히고, 팀장이 리드에게 보고 하면 리드와의 2차 면담, 리드가 디렉터에게 보고하면 디렉터와 3차 면담을 하게 된다. 총 3회의 면담을 통해서 나의 휴직 이유와 강력한 휴직 의사를 전달해서 그러라고 하면 이제 다시 팀장과의 면담을 통해서 자세한 휴직 일정을 잡고 업무 조정을 진행하게 된다.
사실 복잡해 보이기는 하지만 회사 규모가 있다 보니 형식적인 단계가 많을 뿐이고 실제로는 각 면담 때마다 무슨 일이냐, 많이 안 좋냐, 건강이 우선이니 회사는 신경 쓰지 마시라, 잘 회복하고 돌아오시라 정도의 이야기를 나눈 게 다였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있는 팀이어서 다행인 걸까. 여하튼 그동안 맡아오던 업무들이 꽤 있다 보니 휴직 기간 동안 누구에게 어떻게 인수 인계할지도 팀장과 이야기를 하고 복직 일자까지 정한 뒤에는 실제로 휴직 기안을 작성하고 진단서를 첨부해서 본부장 결재까지 받고 나면 휴직이 기정사실이 된다.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는 것이다.
하루를 면담과 휴직 관련 일들을 처리하는데 보내고 나니 일주일 정도의 출근일이 남았다. 이 기간 동안 그동안 진행하던 업무들을 최대한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다른 팀원들에게 인수인계를 진행하면 된다. 최대한 집중해서 일을 쳐내고 마지막 출근을 하고 팀원들과 커피도 한잔하고 짐을 정리해서 회사를 나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갑자기 길이 없어진 느낌. 퇴직도 아니고 휴직인데... 회사를 관두는 것 같은 기분이 들다니. 나이가 드니 감성적이 되는 걸까.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마지막 출근을 마쳤다. 친절하신 실장님은 당뇨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본인이 써보고 좋았다던 연속혈당측정기를 두 개나 선물로 주셨다(비싸다. 하나당 열흘 쓰는데 개당 10만 원!). 다정맨... 이래저래 걱정해 주는 분들이 많으니 휴직을 흐지부지 날려버릴 수는 없게 되었다. 이제는 진짜 건강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아보자. 앞으로 두 달 동안 건강을 되찾기 위한 하루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그 시작이 바로 이 글들이 되기를 바라면서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하는 것이고. 나는 건강해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