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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어 Mar 29. 2024

Objectified

영화 Objectified (Gary Hustwit, 2009) 리뷰

Objectified(오브젝티파이드)는 영화 <Helvetica>, <Dieter Rams>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Gary Hustwit(게리 허스트윗)’ 2009년에 공개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디터람스, 팀 브라운, 조너선 아이브, 후카사와 나오토, 카트 뉴슨, 로낭 & 에르완 부홀렉, 카림 라시드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는 등장하는 디자이너들의 배경이나 업적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들의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산업의 한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관점을 통해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본 리뷰에서는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타임라인에 따라서 소개하면서 영화와 등장하는 디자이너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을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필자의 개인적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대 공업디자인의 목표는 대량생산과 표준화

18세기 후반 급격한 산업 생산력의 증대로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혁명 이후, 공예의 영역에서 머물던 디자인이 산업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표준화를 도입하여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수공예 비해 조약 한 품질, 아름답지 못한 디자인은 항상 고민거리였고, 디자이너들은 주어진 개발 조건 내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수많은 노력들은 모더니즘, 기계미학이라는 이름으로 현대 산업에 가장 어울리는 제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념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현대 공업디자인의 목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많이 쓰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으로 대량생산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제품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 주변은 모두 디자인되어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당연히 그 자리에, 그 형태로, 그 쓰임새로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이 디자인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너무 사소해서 그냥 지나쳐도 될 것 같은 제품들의 형태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디자인 연구자 존 헤스켓은 저서 ‘로고와 이쑤시개(toothpicks and logos, 2020)’ 에서 이쑤시개의 상단에 작은 홈이 있는 이유를 통해 이를 설명합니다. 이쑤시개 상단의 작은 홈은 아주 연약해서 잘 부러지게 생겼습니다. 그 두께는 이동과 수납 중에 가해지는 힘 정도는 버티지만 사람의 작은 힘에는 쉽게 부러집니다. 일본은 식탁에 숟가락과 젓가락의 입에 사용하는 부분이 닿는 것은 먹는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서 받침 위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올려놓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특성으로 식사 후 사용하는 이쑤시개 또한 입에 사용하는 부분이 닿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  받침을 이쑤시개의 상단에 포함하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형태는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형태를 보고 제품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디자이너는 사용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갖추어야 합니다.


가장 극한의 상황에 놓여 있는 사용자를 연구

제품을 사용하는데 신체적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그 제품을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체공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간과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절대적으로 다수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사용할 것을 가정하고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산업 활동에서 다수에게 많이 구입되고, 사용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제품을 사용하는데 불편함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시력이 좋지 않거나 색약이 있는 사람들은 시각적 기호를 다르게 이해할 수도 있고, 평균보다 키가 크거나 작은 사람들은 평균에 맞춘 높이의 문이나 손잡이 위치에 다칠 수도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항상 가장 극한의 상황에 놓여 있는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것이라는 것을 가정하고 연구했을 때, 모두에게 효율적이고, 가장 쉽고, 민주적인 디자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그들의 행동 방법을 발전 혹은 개선시키는 목적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들은 반복적인 일상생활의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실제로 불편한 것이 맞더라도 곧 적응하게 됩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자극에 노출되고, 반응하게 되면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을 겪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 기제 이기도 합니다. 적응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심리 활동이지만 반대로 발전의 기회를 없애기도 합니다. 디자이너는 이 부분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제품의 개선을 이루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부분일수록 더 문제가 많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발전이나 개선 방향을 고민해야 합니다.


가장 쉬운 디자인이 사람들을 반응하게 합니다.  

    Good design should be innovative.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Good design should make a product useful. 좋은 디자인은 실용적이다.

    Good design is aesthetic design. 좋은 디자인은 미학적이다.

    Good design will make a product understandable. Good design honest.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제대로 설명해야 합니다. 좋은 디자인은 정직해야 합니다.

    Good design is unobtrusive.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제대로 설명해야 합니다.

    Good design is long-live. 좋은 디자인은 정직해야 합니다.

    Good design is consistent in every detail. 좋은 디자인은 디테일까지 한결같아야 합니다.

    Good design is environmentally friendly. 좋은 디자인은 환경 친화적이어야 합니다.

    Good design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좋은 디자인은 가장 덜 디자인된 것이다.


왜? 그 형태인가?

완성된 디자인은 ‘원래부터 그 형태였어야만 합니다’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만드는 데 사용된 재료조차도 당연히 꼭 사용했어야만 했고, 잘 되었는지, 잘 되지 못한 것인지 조차도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디자이너는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본질에 꼭 맞게 디자인했다면 그 제품의 형태에서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마치 원래 그렇게 생겼고,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Form Follows Function

형태는 기능을 따릅니다. 제품의 형태를 보고 기능을 추론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숟가락의 움푹 파인 부분은 음식을 담기에 좋고, 긴 부분은 손에 꼭 맞게 잡힙니다. 의자의 다리는 무게를 지탱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면서 이 원칙은 일부 맞고, 일부는 다르게 변형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평면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3차원을 경험하고, 착시를 통해 디지털 화면의 시각 기호를 인지하고 조작합니다. 물리적인 형태와 비물리적인 형태가 혼합되어 있는 현시대에 디자이너는 어떤 형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Relationship

디자인은 관계를 형성해야 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최종 형태와 내용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여기서 관계는 디자이너와 사용자 사이의 관계, 제품의 쓰임새와 형태, 제품이 거치되는 공간 등 다양한 관계들이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디자이너가 모든 관계에 대해서 고려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잘 된 디자인은 비싸다? 비싸야만 합니다?

잘 된 디자인의 가격이 꼭 높을 필요는 없다. 엘리트 사상과 디자인이 합쳐져서 좋은 디자인은 비싸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상류층이라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하는 민주 사상에 기반을 두어야 합니다. 가격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은 잘 된 디자인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업적인 디자인

통상적으로 디자인은 디자이너들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서 최대의 효과를 보여주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 기업의 이익을 위해 소비될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용역에서 시작된다. 디자인의 시작이 어디인지,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공예 - 디자인, 개인의 소유, 감성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은 수많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부모님께서 사용하시던 물건이나 가족, 친구와 함께 했던 기억이 남아있는 제품. 그리고 그것들은 오래된 제품이 되면서 공예적인 특성을 기억하게 됩니다(이야기를 담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공예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제품을 경험할 때면, ‘‘인간적이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우리 주변의 제품들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불편하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용자가 제품을 잘 사용하지 못합니다면, 그것은 사용자가 무지한 것이 아니다. 제품의 디자인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랙션 디자인

때때로 디자이너들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만 관찰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때 문제 해결이 완벽하지 않거나 그저 그런 평범한 제품이 되기도 합니다. 보다 더 특별한 경험을 더 해주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작동하는 경험에 대해서 더 심도 있는 디자인을 진행해야 합니다.


Design dissolving in behavior (Fukasawa Naoto, 深澤直人)

“디자인은 행위에 녹아든다.” 일본의 미학적 관점은 아주 작은 무언가가 상상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지에 맞춰져 있습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2차적인 사고과정을 거치지 않는, 사용자의 행동이 제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것처럼.


지속가능한 디자인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전 세계 10%의 부유한 사람들을 위해 일합니다. 나머지 90%는 소외되고 있습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사실 이는 제조 공정 전체를 바꾸고, 회수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당장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어떤 디자인이 진정으로 전 세계의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디자인인지 생각해 봐야 하고, 본인의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입니다.


Design Thinking

디자인적 사고는 디자이너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디자인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환경에 간접적으로 노출시켜 수많은 아이디어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통합적인 관점에서 관계를 볼 수 있고, 더 창조적인 영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을 한다는 것. 범위.

꼭 특정한 제품을 만드는 것만이 디자인은 아닙니다. 사람들의 모든 행동에 관여하여 어떤 결정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든 것이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디자인

사람들은 모두 창의적입니다. 자신만의 해결책을 계속해서 찾아가고 있고, 디자이너는 그 행동을 관찰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디자인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디자이너는 사람들의 선택에 도움을 줍니다. 때로는 강요를 하기 때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올바른 디자인을 전달하지 못할 경우, 기업과 소비자, 연계된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에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더욱더 표준화

디터람스는 영화의 마지막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앞으로 디자인은 더 표준화될 것이다. 당신이 이 행성에서 계속 살아갈 것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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