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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o Nov 08. 2019

손정의, 열변의 1시간 52분

Newspicks 3분 해설 번역

'거인'의 입에서 실적이 너덜너덜해졌다는 쌩~의 언어가 나오다니..


기사 첫 줄을 읽었을 때 저 정도 위치의 기업가가 공식적인 실적 발표 자리에서 본인의 판단 미스를 쿨하게 인정하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위워크 사태'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핫하게 보도되고 있는 소프트뱅크 2Q 실적 발표 관련 기사를 Newspicks 3분 해설에서 가져와 봤다. 



원문 : 손정의, 최악의 적자를 반성한다


"이번 결산 발표는 너덜너덜해졌네요"


1시간 52분에 달하는 결산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정의 회장은 다른 임원들에게 마이크를 넘기지 않고 마지막까지 혼자 발언을 이어나갔다.


11월 6일, 소프트뱅크 그룹의 2019년도 중간결산(4-9월) 발표 자리.

영업이익은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영업 흑자 1조 4207억 엔에서 급락, 156억 엔의 적자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원인은 비상사태에 빠진 Wework 때문이다.


"태풍, 아니 광풍이다" 

이 날 손 회장의 주요 발언을 뉴스픽스가 3분 해설로 정리했다.


언론의 보도는 "어떤 의미에서 타당하다"


이번 기자 회견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소프트뱅크 그룹과 비전 펀드가 103억 달러 (1조 1200억 엔)를 투자한  Wework 관련주에 대한 평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103억 달러가 2019년 9월 말 시점에 34억 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그 결과 비전 펀드의 2Q 영업 손실액은 9703억 엔, 소프트뱅크 그룹 전체로도 7044억 엔의 적자를 기록하고 말았다.


소프트뱅크 그룹  영업이익 추이 : 2Q 합계 7천억 엔 적자


일반 상장기업의 총수라면 이 날은 단상에 서는 것 자체가 괴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손 회장은 피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요란했던 카메라 셔터 세례를 한 몸에 받으며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한 뒤 서서히 장내의 분위기를 압도해 나갔다.


손 :  이번 결산은 태풍, 아니 광풍이었습니다. 이런 최악의 적자는 창립 이래 처음입니다. "수렁에 빠졌다." "뚝심의 투자전략은 모두 실패였다" 등의 보도가 이어졌지요.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주가도 크게 타격을 받았습니다. 위워크가 남긴, 비전 펀드에 끼친 손실은 실로 엄청났습니다. 저 자신의 투자 판단이 여러 의미에서 최악이었습니다. 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손의 반론 1 : 비전 펀드는 괜찮을까?


비전 펀드는 괜찮은 걸까?


위워크의 기업가치가 470억 달러 (약 5조 엔)에서 급락. 상장 연기라는 최악의 비상사태에 빠지면서 소프트뱅크 그룹의 투자 전략이나 앞날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반성의 변'에 이은 손 회장의 반론 또한 시작되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처에는 알리바바라는 '최강의 통장' 이 있다. 알리바바의 평가액 만으로 전 분기 대비 2조 엔 이상 증가했으니 비전 펀드는 건재하다는 의미이다.


:  두 가지 사실이 존재합니다. 소프트뱅크 그룹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에서 순손실을 제외한 '주주가치'는 오히려 1.4조 엔 늘었습니다. 그리고 비전 펀드 1호의 투자처 가치 증가분(실현익+평가익)에서 평가 감소분을 제외한 '누계 투자성과'는 1.2조 엔 늘었습니다. '감소'가 아닌 '증가' 입니다.


가치가 증가한 곳은 37개사로 1.8조 엔. 한편 평가가치가 줄어든 기업은 22개사로 0.6조 엔. 금액 기준으로 3승 1패입니다. 많은 분들이 믿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모두 사실입니다.


비전 펀드 투자처의 평가액은 3.5조 엔에서 3.2조 엔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알리바바가 2조 엔이나 늘었다는 점이지요.


소프트뱅크 그룹의 보유주식가치 추이

즉, 위워크는 소프트뱅크 그룹 전체 보유액의 1% 남짓 정도만 영향을 줬을 뿐입니다. 


평가익에 대해 소프트뱅크가 임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임의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당국의 엄격한 규제와 관리 감독 하에서 펀드의 운영이 이뤄지고 있으니까요.


"비전 펀드는 거품이고 곧 꺼질 것이다. 큰 손해를 보고 있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5천여 벤처 캐피털(VC)의 평가익은 13% 수준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전 세계 VC의 두 배에 가까운 IRR(내부 이익률)을 내고 있어요. 어째서 이렇게 까지 비난을 들어야 하는 것인지, 오히려 반문하고 싶습니다.


손의 반론 2: 위워크 '1조 엔 구제'의 실상


10월 23일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에 총 1조 엔의 재무적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손절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 지원으로 구제에 나선 것이다. 과연 허공에 돈을 날리고 있는 위워크에게 이번 구제 방안은 충분한 것일까?


손 회장은 '투자처의 재무는 독립 채산' ' 구제 목적의 투자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일관해왔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예외'라는 것이다.


손 : 소프트뱅크는 위워크를 손절하지 않는가. 진흙탕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건가 라는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어디까지나 투자처의 재무는 독립적으로 꾸려갈 방침입니다. 하지만 위워크의 예외 처리는'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확실히 밝혀두겠습니다.


최고 재무책임자 고토 군이 눈을 치켜뜨고는 "사장님, 적당히 하셔도 되어요. 모두 걱정하고 있습니다" 라며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사실 요즘의 저는 반성하면서 많이 위축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위워크 주식의 취득 가격이 높았던 것을 크게 후회하고, 조금이라도 싸게 매입하고자 했던 것이 저의 절실한 바람이었습니다. 원래 15억 달러를 위워크에 추가 출자해야 하는 계약이 있었습니다. 이를 앞당겨서 지원하는 대신에 주식의 취득 가격을 4분의 1로 낮추는협상을 성사시켰던 것입니다.


위워크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때가 되면 성과는 날 수 있다.


"신규 계약만 중단할 수 있다면 매출 총이익은 단숨에 개선될 수 있다. 기존 투자 비용이나 설계 등의 경비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익이 나지 않는 신규 사업은 지원을 중단한다."


5-6년 내에 10억 달러를 벌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주가 취득 단가를 4분의 1로 줄일 수 있었기에 적어도 회수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손의 반론 3 : 그의 판단력이 흐려진 걸까?


위워크의 수익구조는 물론이거니와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창업자 애덤 뉴먼이 초래한 어이없는 경영 실태이다. 'We' 상표를 사용해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자신의 부인에게 필요 이상의 권력을 쥐어준 것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러한 기업인을 간파하지 못한 손 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진 건 아닐까?


 : 애덤 뉴먼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크게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 그는 장점과 단점이 확실히 혼재된 인물이다. 자신감이 넘치고 공격적인 성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면서 단점들을 놓친 것이다.


임원 9명 중 4명에 대한 지명권을 애덤이 갖거나 개인과 회사와의 거래에 있어서 도를 넘어선 부분도 여럿 눈에 띄었다. 거버넌스를 개악한 내용도 이사회가 저지시키지 못했다.


전 세계의 많은 투자가들이 위워크와 우버가 초래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비전 펀드 2가 예정된 금액 그대로 투자를 감행한다면 우리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아닐까. 이미 데일만큼 데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점은 남아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같은 드라마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인터넷은 가상의 세계, 가상의 비즈니스 모델일 뿐이라는 비난은 늘 있어왔습니다. 구글도 페이스북도 이러한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이들 기업 또한 상장 직후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1조 엔 넘는 이익을 창출해냈습니다.

그에 반해 일본 경제는 30년여 년 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를 지탱해온 중후 장대 기업들은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지요.

 

저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면, 일본 만으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투자의 세계에 10승 0패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AI혁명의 비전, 신념은 이번 사태로 인해 다소 흔들린다 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충분히 반성하고 있지만, 결코 위축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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