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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어른일기 Jul 18. 2022

담백한 맛에 꺼내 들어요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자주 듣는 편입니다.

어떤 날은 온종일 한 곡을 반복해서 들을 때도 있습니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 사랑을 지독하게 오래도록 이어 나갑니다.


가사에 은근히 집착하는 편이지만 외우지는 못합니다.

느낌이 오는 노래는 가사를 꼭 찾아봅니다.

혼잣말하듯 툭하고 내뱉는 가사를 들으면 심장이 찌릿합니다.

영어로 범벅된 가사보다 귀에 스르륵 감기는 한글 가사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쓸쓸함이 묻어나면서 한음 한음을 읊조리듯 부르는 목소리를 좋아합니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돋보이는 담백한 멜로디면 감동은 배가 됩니다.


마음속에 새겨진 플레이리스트는 그날 그 분위기에 맞춰서 꺼내 듣습니다.

잔잔한 호수의 찾아온 윤슬처럼,

따뜻하게 스며든 오후 햇살처럼,

적당한 온도와 무드를 지닌 밤처럼,


나만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인디 음악을 찾아 헤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을 발견하면 뛸 듯이 기뻐합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꺼내 들었으면 합니다.

유명해지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나만의 가수로 남길 바랍니다.


음악을 들으며 종종 여행을 떠납니다.

좁은 방구석에서 세계를 맛봅니다.

프랑스 에펠탑에서 돗자리를 펼치고 피크닉을 즐기고

뉴욕의 뒷골목 고혹적인 재즈바에서 위스키 한 잔을 마시고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 석양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집중이 필요하거나 딴 짓을 할 때에는 가사 없는 음악을 틀어놓습니다.

복잡하지 않고 방해되지 않아서 들리다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음악은 어느새 배경처럼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다가 어디론가 흘러갑니다.

가사를 곱씹게 되지 않아서 글을 쓸 때 주로 애용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새로운 음악을 접하는 경험을 합니다.


내 귀에 딱 맞는 음악은 마음에 스며듭니다.

음표는 쉼표가 되고 쉼표는 하루의 마침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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