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뷰잉 경쟁에서 살아남기
처음엔 금방 집을 구할줄 알았다.
그런데 많은 유학생이 아일랜드로 입국하는 봄 시즌이라 집 구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만은 않았다. 슬 씨네 집에서 카우치 서핑을 하며 에어쿠션 베드 위에서 잠을 청하길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간다. 지금은 수도세와 전기료 등의 세금만 day당 슬씨에게 지불하며 신세를 지고 있지만, 이 친구들도 거실을 이용하지 못하니 불편함이 점점 커지리라 생각하니 미안했다.
첫 번째 뷰잉
그러다 뷰잉이 몇 개가 잡혔다. 한 곳은 외국인 네 명이 모여 사는데 모두 직장인이었다. 나는 학생 신분으로 직업이 없어 직장이 있는 후보자가 선택되었다. 다른 한 곳은 더블린 6구역의 라스만 Rathmies에 있는 함께 셀피 렌즈 장사를 할 H의 집이었다. 라스만 Rathmines 백조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조용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다.
두 번째 뷰잉
H의 소개로 뷰잉을 보았다. 총 네 명의 한국인이 사는데 두 명이 같은 삼십 대이고, 나머지 한 명이 이십 대. 여러 임차인 후보 중 최종적으로 이십 대인 임차인을 결정하게됐다고 한다. 내심 지인의 집이라 기대를 걸었는데 아쉬웠다. 현재 그곳에 거주하는 플렛 메이트들의 의견을 모아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삼십대라는 나이 때문에 선택되지 못하다니... 나이 들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씁쓸했다.
세 번째 뷰잉
그러다 일주일 전에는 더블린 8구역. 지금 카우치 서핑하는 슬 씨네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아담하고 예쁜 방이었다. 전에 구했던 집보다 더 글이 잘 써질 것 같기도 했다. 집주인 마크 Mark는 오십 대가 넘어 보이는 아저씨였고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주방, 거실 할 것 없이 모두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이렇듯 좋은 가격의 좋은 집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기가 많다. 경쟁자가 무려 열다섯 명이었고, 그중 나와 다른 한국인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집주인의 말에 희망을 걸었는지만, 결국 다른 한국인이 선택되었다. 이제 점점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한국에서 집 구하는 것보다 더 경쟁적인 나날이었다. 플랫 메이트와 집주인에게 나를 잘 어필하지 않으면 한 달이 지나도 집을 못 구할 수 도 있을 터였다. 체감 온도는 한국에서 취업할 때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공급은 부족하고 수요는 많은 상황. 나를 잘 꾸며서 포장하지 않으면, 설사 잘 포장하여 어필한다 해도 내가 상품화된 것 같은 기분에 점점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정말 다행인 것은 내게 흔쾌히 거실을 내어 준 친구들이 워낙 요리를 좋아하고 정이 많은지라 매일 같이 한식과 여러 나라 음식을 맛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좌절을 맛보며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여러 번 오가면서도, 이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한껏 떨고 나면 행복이 별다른 건가,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 행복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랫 메이트들과 저녁을 먹으며 오늘 본 뷰잉에 대해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잘 시간이 가까워 왔다. 샤워를 하고 에어쿠션 베드지만 안락한 이부자리에 앉았다. 사실, 이 에어쿠션 베드도 슬씨가 거실 바닥에서 자는 내가 안되었던지 장만해준 것이었다.
안락한 이부자리에 앉아 아일랜드에 오기 불과 몇 달 전. 2014년 10월 28일의 일기를 펼친다.
잘 돌아오기 위해 떠남. 시인 김선우 에세이에서 읽었던 글구다. 애초부터 어려움이 없을 거란 생각은 아니었잖아. 떠나기로 했으면 오직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다녀와서의 일들,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혼자 독립할 새로운 공간을 구하고, 또 많이 혼자 오래 외롭겠지만 아일랜드에서 그러는 것이나 한국에서 그러는 것이나. 아일랜드가 더 힘들 텐데, 뭐! 그래. 한국은 모국이잖아. 뭐든 길이 있고 할 수 있을 테니까. 주저하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떠나자. 그토록 희원했던 일이니까. 박미정 파이팅!
서른이 넘으면 불안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한데 예나 지금이나 어릴 때나 어른이 되어도.
아마 현재나 미래에도 분명 내 삶은 불안할 것이다.
중요한 건 미래의 걱정으로 현재를 잠식당하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 당장 여건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누구보다 결핍 많은 내가 누구보다 행복하고 싶어 시작한 여행이다. 집이 구해지지 않으니 안정적이지 않다는 핑계로 영어 공부도 Job을 구하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계속 미루고 있었다. 집이 구해지면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했던 일들을 지금부터 바로 재개해야겠다. 지금 이렇게 두 다리 편히 뻗고 누울 곳이 있고, 어디서든 펼치면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되는데 모든 게 준비된 후에 시작한다는 마인드 자체가 핑계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금 당장 시작하자.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Time waits for no one.
그리움과 좌절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현실이지만,
음악과 글이 주는 힘을 빌어 오늘 밤도,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