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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프스 오브 모허

(에필로그) 우리 모두는 상처를 안고 살아 간다.

by 드작 Mulgogi

오늘은 자살을 불러일으키는 절벽으로 유명한 클리프스 오브 모허(Cliffs of Moher)에 다녀왔다. 더블린 시내에 있는 여행사에서 1 day trip을 할 수 있는데. 여행사에 예약을 하면, 관광버스를 타고 당일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클리프스 오브 모허에 다녀오기로 한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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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제주도처럼 하루에도 몇 차례씩 비가 내렸다가도 해가 쨍 뜨는 광경을 볼 수 있는 아일랜드의 날씨.

언제 비가 오기라도 했냐는 듯이 맑고 푸른 하늘이 고개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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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 안에서는 아이리시 기사님이 가이드를 자처하며 마이크를 들고 열심히 관광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신다. 클리프스 오브 모허(Cliffs of Moher)에 도착하기 전 다른 관광 명소인 공동묘지. 여기서 아일랜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켈트 십자가 보인다. 켈트 십자가는 웨일스, 스코틀랜드, 미국에서도 볼 수 있는데. 성인 세인트 패트릭 St. Patrik이 아일랜드에서 기독교를 전파할 때. 기존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태양신(토테 이즘)을 믿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반감을 사지 않고 기독교가 원주민들이 믿는 태양과 같다는 의미로 십자가에 태양을 닮은 동그라미를 함께 그려 넣어 전파한 것에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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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하늘과 구름은 유독 더 가깝게 느껴진다. 잠시 아일랜드 소와 양 떼들 구경도 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한 시간가량 점심시간과 자유 시간을 주어져, 나는 일행들과 각각 다른 메뉴 아이리시스튜, 햄버거, 샌드위치, 피시 앤 칩스를 시켜 다 함께 맛보았다. 다 맛있었지만 아이리시스튜가 한국의 갈비찜 맛이 나서 깜짝 놀라며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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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든든히 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출발, 더블린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세 시간을 달려 골웨이(Galway)를 지나 클리프스 오브 모허 Cliffs of Moher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두 시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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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위에 조각처럼 깎인 절벽과 탁 트인 대자연의 광경을 본 순간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고 '우아'라는 감탄만 연발했다. 바람은 또 어찌나 세차게 불어닥치는지 코트를 여미지 않으면 코트 옆 주머니 속의 핸드폰마저 날아갈 기세였다. 실로 바람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관광객 중에 넘어지거나 다치기도 했고 나 역시 바람에 비틀거리며 손바닥에 상처가 났다. 우스갯소리로 이곳의 자살은 자살이 아닌 미필적 바람에 의한 타살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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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마무리했다고 하는데 만약 나였다면 어땠을까 잠시 생각해봤다. 어떤 삶의 절망을 가지고 이곳까지 올라 죽음을 생각을 했을는지는 당사자가 아닌 그 누구도 쉬이 알 수 없고 판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나 하늘과 맞닿아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 위 절벽 길을 거센 바람을 막으며 한발 한발 내딛을수록 삶에 대한 절망은 희망으로 바뀔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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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바다 한가운데에 깎은 듯 우뚝 솟은 절벽 위에 나는 두 발로 당당히 서있지 않은가. 태양은 나의 머리 위에 쏟아지고 새들은 자유로이 날아다니고 가슴속에서 죽을 만큼 힘들었던 응어리도 새롭게 태어나 살고 싶어 지는 뭉클함으로 피어오르는 적어도 내게는 그런 광경이었음에 분명했다.


미필적 바람에 의한 타살, 바람은 현대사회 속에서 소외된 개인과 계층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 그리고 사회가 무심히도 던져 댄 돌덩이 같은 것이지 않을까, 하고 상념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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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게 더 아픈 상처이든 덜 아픈 상처이든 당사자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긴다. 그래도 또 이만큼 더 살아지는 건 자신의 아픈 상처를 잘 치유할 줄 아는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상처 위에 손을 얹고 덧나지 않도록 호 하고 따스한 마음을 불어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상처투성이지만 서툰 손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줄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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