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본다는 것
43화. 이름을 불러본다는 것
그녀들이
누군지 알고 싶었다.
미화는
잠든 그의 숨결을
확인한 뒤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이번엔
통화 기록이 아니라
카카오톡.
받지 않은 전화들 뒤에
겹겹이 숨겨진
대화의 흔적.
---
미화는
그녀들의 이름을
하나씩 눌렀다.
대화창은
대부분 짧았고,
간결했다.
안부.
일정.
“연락 줘.”
“바쁠 때 전화해.”
애정은 없었지만
거리도 없었다.
---
더 궁금해졌다.
미화는
그들의 전화번호를
하나씩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했다.
이름 대신
번호만.
그렇게라도
그녀들을
‘존재’로
확인하고 싶었다.
---
그리고
카톡을 열었다.
프로필 사진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
단정한 여자.
고급스러운 웃음.
오래 함께한 사람의
편안함이 묻어나는 얼굴.
또 다른 여자.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였을 얼굴.
그리고
마지막 여자.
프로필 사진조차 없는
회색 기본 이미지.
그 침묵이
오히려
가장 무서웠다.
---
미화의 가슴이
천천히
조여왔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친구?
동료?
가족?
아니면
자신과 같은
사랑?
---
미화는
대화 기록을
끝까지
올려봤다.
애정 표현은 없었지만
끊기지 않는
연결의 흔적은
분명했다.
자신이
없는 시간에도
그의 세계는
멈추지 않았다는 증거.
---
미화는
문득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질투보다
허탈함.
분노보다
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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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 사람 하나를
전부로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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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그의 얼굴을
다시 바라봤다.
이 얼굴을
사랑했고,
이 얼굴을
믿었고,
이 얼굴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
미화는
핸드폰을
가슴에 안고
눈을 감았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대신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
확인하고 싶었던 건
그녀들이 아니라,
내 자리가
어디인지였을지도 몰라.
---
그 밤,
미화는
처음으로
그를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은
사랑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걸
늦게 배웠다.
다음 날이 오면
이 질문을
그에게
던질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혼자
답을 가진 채
떠나게 될까.
미화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채
새벽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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