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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Oct 15. 2021

등교가 코 앞

미국 프리스쿨 적응기, 넷

2021년 9월 1일 밤, 아이가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기 10시간 전이다. 내일 가져갈 준비물에 이름표를 붙이며 어쩐지 눈물이 날 것도 같...은데 그러진 않네. 눈도 제대로 못 뜨며 내 품에 안겼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학교를 가다니. 남의 아이도 빨리 크지만 내 아이도 빨리 크는구나. 자꾸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여벌의 옷과 신발, 덮개 있는 칫솔과 작은 치약, 여분의 마스크가 준비물의 전부다. 곧 작아서 못 입게 될 옷 한 벌과 제일 싼 신발 한 켤레를 지퍼백에 담았다. 미국은 하루 두 번 양치하는 것이 권장사항이라서 학교에서 아이들이 양치를 하지 않는다(미국 와서 공용화장실에서 양치하는 사람 한 번도 못 봄)고 들었는데, 학교에서 양치하고 싶지 않다면 집에서 2회 이상 충분히 칫솔질을 하고 있음을 기재한 opt-out 문서를 제출하라고 되어 있어서 약간 의아하긴 하다. 양치 준비물 챙겨서 보낼게요 우리 꼬꼬 혼자서 치카치카 잘해요. 


등교 2주 전에는 코로나 시국에 지켜야 할 사항들을 안내받았다. 학교는 청소 열심히 하고 아이들에게 자주 손 씻게 할 테니, 마스크 잘 쓰고 개인위생 잘 지키자는 내용이었다.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올 때 혼잡하므로 QManager라는 앱을 사용하라며 부모 각각에게 로그인 아이디가 왔다. 일단 설치는 했는데 등교하며 써 봐야 알 것 같다.



아이를 처음 기관에 보내는 경우 어떻게 하면 잘 헤어질 수 있는지 도움을 주는 글도 받았다. 헤어지는 루틴을 만들고 짧게 꼭 안아주고 단호하게 돌아서라고. 부모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더 적응이 힘들다고 육아서에서도 보긴 했다. 코로나 이전엔 일부 부모들이 교실 밖에서 아이를 지켜보기도 하고 그랬다는데 이젠 어차피 그럴 수 없는 시절이다. 우리는 서로 손뽀뽀하고 꼭 안아주고 헤어지기로 약속했다. 일단 약속만.


8월 31일에 Meet the Teacher 시간이 잠깐 있었다. 드라이브스루로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행사인 줄 알았는데 다들 차에서 내리길래 우리도 그냥 내려서 선생님들과 간단히 인사하고, 아이가 혼자서 용변처리가 가능한지, 배고픔/목마름 등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 등을 물으셔서 그렇다고 알려드렸다. 꼬꼬는 어색한지 인사도 하지 않고 자꾸 내 뒤로 숨는다. 그럴 수 있어. 엄마도 영어 쓰려니 머리에 쥐 나서 숨고 싶은데 숨을 곳이 없을 뿐야.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온 오후에 이메일이 하나 왔다. 담임선생님이 아이가 생활하게 될 교실 곳곳을 소개하는 동영상이었다. 오 이 세심한 배려! 꼬꼬에게 보여주니 눈이 초롱초롱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비록 선생님 앞에선 숨었지만 빨리 프리스쿨 가고 싶다고 말하는 걸 보니 기대도 큰 것 같다. 


학교에 혼자 들어간다는 걸 알고는 있는데 내일 현실로 닥쳤을 때 아이가 잘 받아들일지, 실은 우리가 잘 받아들일지도 살짝 걱정되는 밤이다. 나만 그래요?




방학하면 어디든 가고 싶어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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