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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Oct 15. 2021

처음 만나는 세상

미국 프리스쿨 적응기, 다섯


A.M. 6:00

저절로 눈이 떠진다. 아직 여유가 있어서 1층으로 내려와 잠시 소파에 누워 뒤척이는데 아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올라가 아이를 좀 더 재워보려고 토닥이는데 "엄마, 나 프리스쿨 가야지. 빨리 일어나!" 재촉한다. 넌 정말 기대하고 있구나.


A.M. 7:00

아이도 씻고 나도 씻고, 도시락 쌀 준비를 한다. 달걀을 하나 부치고, 잘 익은 아보카도 하나 골라서 소금과 레몬즙 넣고 으깬다. 브리오슈에 아보카도와 달걀을 끼워서 한입 크기로 자르고, 아이가 좋아하는 만쥬 하나, 오이, 고구마 말랭이, 딸기를 도시락통에 넣는다. 사과 몇 조각과 아몬드 과자 작은 거 하나, 물통도 같이 가방에 넣는다.


A.M. 8:00

아침은 멸치 주먹밥을 준비했는데 빵이 먹고 싶다고 해서 토스트에 크림치즈를 발라서 준다. 마스크 혼자 쓰기 연습해보자 했더니 잘 안 된다고 울어서 몇 번 더 권하다가 그만둔다. 천천히 하면 혼자 쓸 수 있는데 자꾸 해보라고 하니 하기 싫기도 하겠지. 안 되면 선생님이 도와주실 거니까 help me라고 말하라고 다시 한번 알려준다.

도시락과 아빠 숙제

A.M. 8:40

각자의 손에 뽀뽀를 해주고 꼭 안아준 뒤 차를 타고 출발한다. "아빠, 내가 책 쌓아놨으니까 나 올 때까지 그거 보고 있어, 울지 말구" 어떻게 알았지 십 분 뒤에 일어날 일을.


A.M. 8:50

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QManager 앱을 켜서 화면에 내 사인을 하고 Sign In 버튼을 누르니 아이가 열이 있는지 묻는 창이 뜬다. No를 누르니 사인이 전송됐다는 창이 뜨고, 학교 앞에 가니 선생님들이 나와 계신다. 앞 차에서 한 아이가 울고 있어서인지 선생님이 우리에게 먼저 오셔서 "여기서 엄마랑 인사하고 들어갈래?"하고 물으신다. 아이는 약간 긴장한 듯(아니면 너무 들어가고 싶어서) 엄마한테 인사도 없이 선생님 손 잡고 들어간다. "재밌게 놀아!" 크게 외치며 손을 흔든다. 나만 애틋해...

선생님과 같이 들어가면 이런 교실(지켜보고 있다)

A.M. 8:55

아이의 교실 웹캠에 접속한다. 두 대의 카메라가 교실을 비추고 있는데 아이가 앉은 자리가 어디서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각도다. 지정석은 아니겠지. 아이는 혼자 책상에 앉아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또 다른 장난감을 가져오길 몇 번 반복하더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울까 봐 걱정한 게 무색할 정도네. 남편과 둘이서만 카페에 온 게 근 5년 만인데 그런 걸 느낄 새도 없이 영상 시청만 30분 하다 화들짝 놀라 집으로 간다.


A.M. 9:50

아이들이 줄을 서더니 손 씻는 법을 선생님께 배우는 것 같다. 그러다 순식간에 교실에서 사라진다. 놀이터에 나갔나 보다.


A.M. 10:30

놀이터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오전 간식을 먹는다. 꼬꼬도 냅킨 위에 올려놓고 잘 먹고 있다. 다 먹고 냅킨으로 책상을 닦고 손을 씻으러 가는지 아이가 잠시 교실에서 사라진다. 돌아오더니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A.M. 11:00

빙 둘러앉은 걸 보니 circle time이다. 눈치껏 선생님 따라서 율동하는 아이가 보인다.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모를 텐데 장하다 우리 꼬꼬!


A.M. 11:15

아이들이 또 줄을 서서 손 씻고 놀이터로 나간다. 아마도 이 시간이 오전반 아이들 하교하는 시간이라서 다 같이 교실을 비우는 것 같다.


A.M. 11:35

아이들이 들어와 하나둘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다. 우리 꼬꼬만 안 보여서 걱정했는데 몇 분 뒤 나타나 가방을 열고 물병과 도시락을 꺼낸다. 어제 알려줬더니 잊지 않고 냅킨 한 장은 책상에 깔고 한 장은 무릎에 깔았네. 도시락의 빈칸이 점점 늘어간다. 야무진 우리 꼬꼬.

        

P.M. 12:08

점심을 다 먹었는지 도시락통을 닫더니 가방에 차곡차곡 넣고 지퍼도 잘 닫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두리번거리는 거 같더니 사물함에 가져다 놓고 온 것 같다. 선생님이 꼬꼬 손을 잡고 놀이공간에 데려간다. 다들 엎드려서 책을 보거나 뒹굴거리고 있는데 꼬꼬도 합류한다. 얘들아 거기 맨바닥인데 얼굴은 대지 마... 꼬꼬는 금세 일어나 뒷짐 지고 돌아다닌다. 나도 일어나 뒷짐 지고 남편을 부르러 간다. 우리 아이가 주인공인 이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서 점심을 먹어야지.


P.M. 1:00

바닥에 이불 깔고 낮잠 자려는 아이들이 몇몇 보인다. 꼬꼬는 책상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고 선생님이 가끔 와서 아이와 조금 있다가 가신다. 어, 갑자기 어디 가니 화장실 가니 꼬꼬?


P.M. 1:30

아이들이 또 줄 서서 손 씻고 나간다. 놀이터에 신나게 놀러 나가는군!


P.M. 2:00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온다. 우리 아이는 아직 안 보인다. 손 씻는 줄 끝에 서서 그럴까. 엇 다른 아이가 우리 아이 자리에 앉았다. 과연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다른 곳을 배회하더니 그 아이가 일어서자 얼른 그 자리에 와서 앉는다. 그럴 줄 알았어 엄마도 그럴 것 같거든. 이제 오후 간식시간이다. 아이들이 냅킨 위에 크래커를 받아서 귀엽게들 먹는다. 젤리도 나눠주는구나. 맛있게 먹으렴 집에는 없는 거니까.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책상을 정리하네 깔끔한 우리 꼬꼬. 다시 책상에 앉아 장난감 이것저것 가져다가 혼자 놀기 시작한다.


P.M. 2:30

선생님이 아이들을 불러 모아 율동을 한다. 하교시간이 다가와서 마무리를 하는 것 같다. 우리도 지금 나가야지 빨리 보고 싶으니까. 오늘 어땠어?




살짝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아이가 달려 나왔다. 차에 태우고 재밌었냐고 물으니 조잘조잘 반가운 내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서 웃음이 난다.

오늘 너무너무 재미있었어. 처음부터 재미있었어.
놀이터에 세 번이나 갔어. 내가 놀이터에서 친구 손 잡고 미끄럼틀 탔어. 용기 내서.
나 혼자 화장실 두 번이나 갔다~ 손은 음... 여섯 번 씻었어.
미세스 쵸한하고 ABC노래도 불렀어. 내가 아는 노래였지.
젤리가 뭐야? 까만 거? 내가 먹는 거 어떻게 봤어? 그거 건포도야. 아침에는 포도를 먹고 오후에는 건포도를 먹었어.
내일도 프리스쿨 가고 싶어. 내일은 안 가? 히잉 나는 맨날맨날 가고 싶은데.
뭘 그렇게 그리나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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