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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Oct 20. 2021

난 프리스쿨 가기 싫어!

미국 프리스쿨 적응기, 여섯

9월 14일 화요일, 네 번째 등교하는 날이다. 차가 프리스쿨에 가까워지자 아이는 가기 싫다고 울먹이기 시작하더니, 카시트 안전벨트를 풀러 다가가자마자 펑펑 울기 시작했다. "꼬꼬야, 오늘도 재미있게 놀아. 엄마아빠 사진이랑 하트랑 별이랑 도시락 가방에 있으니까 엄마아빠 보고 싶으면 그거 보고. 사랑해" 하고 꼭 안아준 뒤, 내 다리를 붙잡고 있는 손을 떼어 선생님한테 쥐어주고 차를 탔다. 아이가 날 보고 울면서 교실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보였다. 마스크 벗고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


난 혼자 있는 기분이 들어!


첫날부터 너무 재미있다며 프리스쿨 매일 가고 싶다고 했던 어린이는 어디 가고, 세 번째 하교 후엔 차에 타자마자 프리스쿨 가기 싫다는 아이가 나타났다. 잘 가다가 2주 후부터 가기 싫다는 애들이 있다고 하던데 그것이 우리 아이였던가. 왜 가기 싫으냐 물으니, "재미없어! 엄마아빠 없고 무서워. 혼자 있는 기분이 들어!"라는 답이 돌아온다. 학교에 있는 장난감들을 대부분 탐색한 뒤라서 흥미가 사라진 게 일차적 이유인 것 같고, 엄마아빠처럼 자기만 쳐다봐주는 존재가 없고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게 이차적 이유로 보였다. 학교는 가야 하는 거라고 말해왔기 때문에 별다른 반응은 하지 않고, 웹캠으로 본 아이의 활동들을 물어보며 일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월요일 밤에 아이를 재우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프리스쿨 가기 싫어.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어. 난 눈물이 날 것 같아"하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누가 날 밀면 어떡해 - Stop/Don't push me 하면 되지, 선생님한테 얘기 못하면 엄마한테 와서 하면 되지. 그럼 엄마가 선생님한테 얘기해 줄게. 엄마 보고 싶으면 어떡해 - 엄마가 손뽀뽀한 손을 볼에 가져가면 되지, 가방에 있는 사진 보면 되지, 엄마가 만들어준 하트랑 별 만지면 되지. 괜찮다는 답을 계속했더니 아이가 갑자기 말했다. 프리스쿨에서 날 무섭게 한 게 있어. 그게 뭐냐고 물으니 "음..음.. 미끄럼틀에서... 음.. 그게 아니구 엄마아빠 없어서 무서워" 놀이터에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으니 없다고 한다. 아이에게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가기 싫은 이유를 만들어내려고 한 건지 모르겠다. 웹캠으로 3일 내내 지켜봤는데 교실에서 통제가 안되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는 아이는 없었기 때문에 후자일 거란 생각이 들지만 잘 살펴보긴 해야겠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보카도샌드위치도시락을 싼다고 했더니 야호! 하고 신나하고 밥도 잘 먹길래 괜찮은 줄 알았는데 닭똥 같은 눈물을 보니 맘이 짠하다. 아이를 교실에 들여보내고 바로 웹캠에 접속해서 보니 계속 울어서 선생님이 안아주고 눈물 닦아주는 게 보인다. 몇 분 지나니 눈물은 그친 거 같은데 가만히 서서 멍하니 문만 바라보고 있다. 또 몇 분 지나니 그제야 장난감 하나 찾아서 자리에 앉아 놀기 시작한다.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어!


9월 16일 목요일, 다섯 번째 등교하는 날. 전날부터 내일이 안 오면 좋겠다고 훌쩍이며 잠들더니, 눈 떠서부터 가기 싫다고 노래를 했다. 차에서도 계속 울어서 교실 앞까지 같이 가자 하고 달래서 내렸다. 선생님께 인사하고 아이와 계단을 같이 올라가도 되겠냐고 물으니 그러라고 하신다. 문 앞까지 같이 가서 재밌게 놀고 오라고 말하며 안아주니까, 이제 진짜 엄마가 갈 걸 알았는지 "엄마 더 꼭 안아주세요"라고 꼬꼬가 말했다. 내 마음에 내리는 건 폭우던가. 꼭 안아주고 바로 내려왔다. 웹캠으로 보니 지난번보다는 더 빨리 눈물을 멈추고 자리에 앉아 놀이를 시작해서 한 숨 놓았다.


하교시간이 되어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선생님께서 다음부턴 아침에 아이를 짧게 안아주고 바로 가라고 하신다. 내 망설임이 아이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겠지. 어쩐지 계단 같이 올라가겠다고 할 때 멈칫하시는 거 같더라니. 저도 압니다 아는데 무 자르듯 잘 안 돼서 그러고 말았어요. 다음부턴 꼭 그렇게 할게요. 가기 싫었는데 잘 다녀왔구나 폭풍 칭찬을 해주고 칭찬스티커도 한 장 붙였다. 아침에 아이를 달래면서 다섯 장 모이면 타겟에 가서 3달러짜리 장난감을 하나 사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저귀를 뗄 때 보상시스템이 꽤 도움이 되었던 터라 이번에도 도움이 되겠지 싶어서.


원칙 vs 맛있는 원칙


그날 저녁 아이를 재우고 육아서를 읽는데 마침 그런 내용이 나왔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하는 경우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보상보다는 좋은 거 하나 하고 갈래 그냥 갈래 모드가 좋다고 한다.  

정유진 저 [찹쌀떡가루의 떡육아 프로젝트 훈육편 다.루.다.]


우린 이미 보상시스템 적용했는데 하하하.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이걸 철회할 순 없다. 남편에게 이 내용을 보여주고 상의한 뒤, 등교 전 아이에게 "책 한 권 읽고 갈래, 그냥 갈래?"추가로 해보기로 했다. 우리 아이에게도 잘 적용되기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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