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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Oct 20. 2021

선생님이 확진됐다

미국 프리스쿨 적응기, 일곱

토요일 저녁, 밥을 먹고 있는데 우리 부부의 전화기에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람이 동시에 울렸다. 여상하게 메일 앱을 켰는데 이게 뭐람.

프리스쿨 2주 갔단 말이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수도 있을 거라 생각은 했다. 델타 변이가 그렇게 전염력이 강하다던데, 애들이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다고 해도 애들이니 그게 잘 지켜지겠나, 확진자가 나올 수 있고 내 아이에게도 영향이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아이들도 아닌 선생님이 확진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선생님들은 백신 다 맞았을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돌파 감염인가? 교실 웹캠을 볼 때 가끔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지나가는 선생님이 한 명 있던데 그 사람이 확진된 건가? 마스크 제대로 안 쓰는 거 발견했을 때 학교에 말했어야 했나? 별 도움도 안 되는 생각들이 어지러이 떠다녔다. 아이가 프리스쿨 안 가겠다고 하는 마당에 진짜로 학교가 문을 닫게 되었으니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잠들기 전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가 혹시 목요일에 기침하는 '사람' 있었냐고 지나가듯 물으니 '선생님' 한 명이 기침했다고 한다. 어떤 선생님이냐 물으니, "미세스 쵸한 말고 미스 이바라 말고 다른 선생님. 미세스 쵸한은 나한테 자주 오고 미스 이바라도 가끔 오는데 그 선생님은 안 와서 이름 모르겠어"라고 답했다. 기침하는 사람이 가까이 안 왔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다음날 아이가 "엄마, 프리스쿨에서 선생님이 또 기침하면 어떡해"라고 물었다. "꼬꼬는 마스크 쓰니까 괜찮아. 선생님들도 마스크 쓰잖아"라고 했더니 "아니야. 놀이터에 가면 미세스 쵸한하고 미스 이바라는 마스크 쓰는데 다른 선생님은 마스크 안 써"란다. 기침도 하는데 왜 마스크 안 쓰셨죠 선생님. 불편해도 모두를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가르쳐 왔는데 아이한테 더 해 줄 말이 없다. 이제 다시 프리스쿨 가면 모두 다 마스크 잘 쓸 거라고 말해줄 수밖에.

코로나 검사 결과 회신 종용 메일

그러면 안 되는 거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어린이들 대상으로 일하는 선생님이 왜 더 조심하지 않았을까, 애들 검사 결과 다 요청할 거면 선생님들 검사 결과도 다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원생들에 대한 환불규정은 엄청 깐깐한데 선생님들 확진으로 휴교한 거면 환불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휴... 이런 생각을 할 거면 기관에 보내면 안 되지, 보냈으면 믿고 따라야지 일단. 마음을 다잡아 본다.


수요일부터 담임선생님이 동영상을 하나둘씩 보내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파닉스를 알려주기도 해서 아이와 함께 보면서 선생님이 꼬꼬가 너무 보고 싶은가 보다 하며 바람을 넣었다. 그래? 나도 미세스 쵸한 보고 싶어. 그래도 프리스쿨은 가기 싫은데. 에이, 안 넘어오네.


코로나 검사 수요가 많은 탓에 예약을 금요일 오전에야 잡을 수 있었고, 당일 오후 늦게 셋 다 음성 결과를 받았다. 프리스쿨 가기 싫다는 아이의 주장도 잦아들어서 다음 주에 보내기로 하고 프리스쿨에 결과지를 회신했다. 별다른 말이 없는 걸 보면 추가 확진자는 없는 것 같은데, 보내도... 괜찮겠지?

재등교 후 받은 코로나 및 독감에 대한 대응 안내문


재등교 후 며칠 지나서 안내문을 또 받았다. 독감이나 코로나 증상이 있을 때 등교하지 말고, 복귀할 땐 코로나 음성 증명을 해야 하고, 여행을 다녀오면 자가격리를 며칠 하라는 내용이었다. 학교에 대한 신뢰가 1% 정도 금이 간 상태에서 받았더니, 프리스쿨 직원들도 모두 이걸 지키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과 삐딱한 마음이 1% 정도 고개를 든다. 그런 마음일랑 이 글에 묻어두고 이제 학교와 선생님을 믿어야지!




미국은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반드시) 표현하는 날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와 Teacher's appreciation week(5월 첫 주)인데, 손편지와 20~30달러의 기프트카드에 마음을 담아 선생님께 드리면 됩니다. 좀 더 감사의 마음이 크다면 학기 마지막 날도 챙겨드리고,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도 드려도 되고요. 담임 및 보조 선생님 외에 스탭까지 챙길지는 어디까지나 선택입니다.


이미 학부모인 지인들에게 들으니 킨더부터는 학급 대표를 맡은 부모가 어떤 날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해서 공지한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기프트카드를 수량까지 정해서 분배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하니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에 당황하지 마시고) 그에 맞춰 준비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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