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리스쿨 적응기, 아홉
1시간 가까이 지난 후 주최자가 모이라고 해서 정자로 갔더니 파티가 시작됐다. 풍선 아티스트가 와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풍선을 만들어줬고, 피자가 도착해서 다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생일을 맞은 아이가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스파이더맨 케이크 앞에 앉았다. 다 같이 생일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를 자른 뒤, 갑자기 아이들이 봉투 하나씩 들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 정자 한쪽 처마에 알록달록하게 꾸며진 숫자 4가 매달려 있었는데 아이들이 막대기로 그걸 네 번씩 치기 시작했다. 뭘 하는 건가 싶어서 우리도 줄을 섰는데, 꼬꼬 뒤에 섰던 아이가 막대기를 휘두르자 숫자 상자가 부서지면서 캔디와 초콜릿이 쏟아졌다. 아아 이거 오자미 던지기 같은 거구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손에 든 봉투에 달다구리들을 쓸어 담았다. 꼬꼬는 당황하며 서 있다가 하나도 줍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치열한 경쟁이 낯선 무남독녀.
그 후로 생일 초대장이 계속 날아오고 있다. 야외 놀이터에서 하는 파티는 괜찮았는데 키즈카페에서 하는 파티는 아무래도 망설여진다. 거의 매일 비 오고 날이 추우니 앞으로 열리는 파티는 당연히 실내일 텐데, 이 시국에 50명도 넘는 인원이 두 시간 동안 밀접 접촉하면 괜찮을 것 같지가 않아서. 혹시 못 가더라도, 생일 축하해 어린이들!
얼마 전 한국에 사는 친구가 아이 유치원에서 생일파티를 해줬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차림이 너무 훌륭하길래 이걸 다 준비해서 보냈냐고 물었더니 생일 케이크만 보내면 나머진 다 꾸며준단다. 역시 한국! 여긴 당연히 그런 건 없고, 아이가 다니는 프리스쿨의 경우 교내 생일 축하에 대한 규정이 따로 있다. 매장에서 구매한 과자를 그 상태 그대로 보내면 간식 시간에 같이 나눠 먹으며 소소하게 축하를 나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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