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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Oct 22. 2021

등교 후 한 달

미국 프리스쿨 적응기, 여덟

10월이 되었다. 새벽에 아이가 몇 번 깨어 "엄마 나 프리스쿨 가기 싫어 싫어" 외치고 다시 잠이 들기를 반복했다. 날이 밝기도 전에 완전히 잠에서 깨더니 계속 프리스쿨 가기 싫다고 랩을 한다. 그래도 전처럼 울지는 않으니 괜찮다. 응 그래 가기 싫구나 엄마도 어릴 때 유치원 가기 싫었어 그럴 수 있어. 토닥이며 아이와 같이 1층으로 내려가서 아침 준비를 하는데 옆에서 계속 싫어랩이 들린다. 너는 랩을 하렴 난 도시락을 싸련다.


"엄마, 도시락 만들어? 지난번하고 똑같이 싸줘 오늘도 다 먹을 거야!" 그럼 나야 땡큐지! "엄마, 우리 유모차 타고 프리스쿨 가야 될 거 같아. 아빠가 안 일어나!" 프리스쿨 갈 거구나 너? 고마워!


월간 뉴스레터


학교에서 월간 뉴스레터를 보내왔다.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있고, 10월에는 이러이러한 공부를 한다는 계획이 적혀 있다. 기부 얘기가 있어서 우리도 참여하겠다고 했더니 Granny Smith 사과 여섯 개를 보내달라고 해서 보냈다. 그 후에도 사과&호박 요청이 있어서 사과를 또 보냈다. 미국 프리스쿨은 처음이라 하라는 건 다 따르는 중이다.


꼬꼬는 한 달 동안 몇 가지 단어나 문장을 익혀오긴 했다. 아마도 선생님이 많이 사용하는 걸로 보이는 Come on, Good job, All done, Beautiful 같은 말들. 어느 날은 같이 빨래를 개다가 "엄마는 이거 모르지? socks 양말이야. 엄마 boy는 뭔 줄 알아?" 하며 알면 안 될 것 같은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그으래? 엄만 몰랐네에? 꼬꼬는 어떻게 알았어? "프리스쿨에서 배웠지이~ 미세스 쵸한이 가르쳐줬어!"


그동안 아이는 학교 한 번 갈 때마다 포도알 스티커를 붙여서 다섯 번을 채우고 3달러짜리 장난감을 하나 획득했다. 두 번째 장난감을 받기 위해 열심히 스티커를 붙이는 중이다. 10월 중반부가 되자 프리스쿨 가기 싫다는 말을 손에 꼽을 정도로만 했다. 책 하나 읽고 갈래 그냥 갈래 방법도 등교 루틴으로 자리 잡아서 꼭 한 권씩 읽고 간다. 등교거부 능선은 넘은 것 같다.


아이가 자꾸 눈물을 흘려요


10월 셋째 주 목요일에 선생님께서 아이가 오늘 눈물을 여러 번 흘렸다고 얘기해주셨다. 울고불고는 아니었는데 눈물만 흘렸다면서,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알려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프리스쿨에서 뭐했는지 아이와 얘기하다가, 오늘 카메라로 보니까 눈물 닦는 거 같던데 무슨 일 있었어? 물으니 그냥 눈물이 났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하고 다시 물었더니 "그제는 엄마 보고 싶어서 한번 울었는데 선생님이 안아줬거든. 오늘은 내가 하기 싫은데 선생님이 하라고 해서 싫었어"라고 한다. 어떤 게 하기 싫었어? No라고 했는데 선생님이 하라고 했어? 라고 물었더니 "친구들하고 모여서 하는 거. 난 잘 모르는데 선생님이 가버렸어. 나는 아무 말 못 해" 하며 금세 울상이 됐다.


바바라 A. 바우어, [이중언어 아이들의 도전]


아이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먹먹했다. 내가 미국에 살면서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으리라. 프리스쿨 가기 싫다는 말속에 이런 속내도 들어있었을 텐데 우리가 조금 놓쳤던 것 같다. 아이가 부딪치는 현실을 대신할 순 없으니,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집에서 많이 웃고 놀고 아이를 믿어주는 것뿐이다.


답답함 해소에 도움이 될까 싶어 주말 동안 두 문장(I don't want to do it. I don't know)을 가르쳐서 학교에 보냈다. 아이를 교실로 올려 보내고 남편이 선생님께 아이의 상황에 대해 얘기를 했다. 선생님은 며칠 전에 우리에게 아이가 영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 같다고 얘기한 적도 있으신 터라, 아이가 운 게 언어문제의 연장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신 것 같았다. 설명하고 다 이해했냐고 물으면 아이가 매번 yes라고 대답했다고 하시면서. 그룹 활동을 할 때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돌아오는데, 매번 알겠다고 답했다는 내 아이의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아 괜히 창밖만 바라보았다.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알았다고 하고 혼자 눈치껏 이해해보려다, 주위를 돌아보니 친구들만 있어서 도와달라고도 못하고, 자기 말을 들어주고 다시 설명해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답답해서 눈물이 났을 것이다.


선생님께 말씀을 드려서인지 그룹 활동을 할 때 꼬꼬 옆에서 신경 써주시는 것 같고, 아이도 그 뒤론 우는 일 없이 잘 다니고 있다. 하교하는 차 안에서 "난 매일매일 프리스쿨 가고 싶어! 엄마아빠랑 헤어지는 건 싫지만 프리스쿨이 너무 재미있어!"를 외치기도 한다. 그러곤 바로 가기 싫다고 말 바꾸기 하긴 하지만. 안 돼~ 매일 가면 엄마아빠는 꼬꼬랑 못 놀잖아. 이틀만 가자~ "흠... 좋아! 그럼 우리 뭐하고 놀까?"



뭔가 매번 가져온다




At our schools, we choose to celebrate Harvest Festival in lieu of Halloween. For a number of reasons, including values in certain families, we have found that Halloween is a somewhat inappropriate celebration for our preschool environment. Young children don’t always have the ability to distinguish reality from fantasy, and the youngest are often disoriented and sometimes frightened by costumes. We choose to focus on a celebration of the changing seasons, and the bounty of the harvest. We usually have apples, pumpkins and a great time celebrating but please NO COSTUMES.


핼러윈을 기다리는 아이에겐 안타깝게도 이 프리스쿨은 핼러윈 행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코스튬을 입고 오지 말라고 공지가 왔다. 예전에 친구네 아이 프리스쿨에서 아이들이 코스튬 입고 런웨이 걸으며 다 같이 손뼉 치고 즐겁게 노는 걸 봐서 나도 살짝 기대했는데 아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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