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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Nov 17. 2021

순조로운 적응을 위해 우리는

미국 프리스쿨 적응기, 열

올해 아이가 프리스쿨에 가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역시나 가장 걱정되는 건 분리와 언어 문제였다. 나는 사실 언어만 살짝 걱정이었다. 나와 떨어지는 걸 잠깐은 힘들어할 수 있겠지만 금방 적응할 것 같았다. 그냥 지금껏 키워온 아이에 대한 믿음과 감이 그랬다. 남편은 내가 너무 긍정적으로만 본다며 분리에 대한 걱정이 컸다. 아빠와 놀 때를 제외하고는 엄마만 찾는 아이라서 등교거부가 심하게 오면 어쩌나 고민이 되는 것 같았다. 걱정에 손 놓고 있기보다는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1. 영어책 읽어주기


꼬꼬는 책을 참 좋아해서 매일매일 적게는 다섯 권, 많게는 차일드애플 전집 전체를 읽어주는 날도 있다. 이제 그중 일부는 영어책을 읽어주면 어떨까 싶어서 그동안 한글로 해석해서 읽어주던 영어책을 영어로 읽어줘 봤다. 싫어한다. 영어로 읽고 한글로 다시 읽어줬다. 싫어한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꼬므토끼] 책이 생각나서 그 책의 영어판을 읽어줬더니 좋아한다!

중고서점에서 아이가 고른 책들

아이에게 뭔가 흥미를 끌 만한 캐릭터나 내용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중고서점에(도서관이 휴관 상태라서) 갔다. 아이가 고른 Mo Willems 작가의 책 몇 권과 Pete the Cat 몇 권을 사 와서 읽어주기 시작했다.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시리즈 책과 Peppa Pig 책을 몇 권 더 주문해서 읽고, 마침 지인에게 [부엉이 영어 책장] 전집을 받게 되어 그것도 읽었다. 처음엔 페이지별로 영어로 읽고 나서 한글로 해석해줬는데, 몇 번 읽어서 내용을 아는 책은 굳이 한글로 해석해주지 않았다. 한 달 정도 지나자 영어책 한글책 구분 없이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하기 시작했다.


* 온라인 중고서점은 https://kidsbooks.com/ , 오프라인 중고서점은 Half Price Books를 이용합니다.



2. 유치원에 대한 책 읽어주기


프리스쿨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보고자 6월부터 거의 매일 읽어준 책이 몇 권 있다. 손뽀뽀하고 헤어지면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는 특히 도움이 됐다. 뽀뽀한 손을 볼에 대면 엄마가 "꼬꼬야 사랑해"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며 좋아했다. 물론 프리스쿨 가기 싫어하던 시기엔 손을 볼에 대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초반엔 "엄마 손뽀뽀해주세요. 보고 싶을 때마다 볼에 댈 거예요" 했는데 요즘은 본인보다 엄마가 외로울 거라 생각하는지 "엄마 내가 손뽀뽀해줄게. 나 보고 싶으면 볼에 대면 되잖아. 나한텐 안 해도 돼"라며 차에서 내린다.


* 오드리 펜, <엄마의 손뽀뽀> / 마레 제프, <유치원 가지 마, 벤노!> / 안녕달, <당근 유치원> / Mo Willems, <Knuffle Bunny Too> / 이노우에 요코, <달려라! 고양이 유치원> 등을 집중적으로 봤습지요.



3. 영어 콘텐츠 같이 보기 


영어책을 읽어주면서 영어에 대한 친밀도는 어느 정도 올라갔을 거라 생각해서 5월에 프리스쿨을 등록한 뒤 하루 5분 영상을 같이 보기로 했다. 우리가 알려줄 수 없는 프리스쿨 일상이 포함된 콘텐츠가 좋을 것 같아서 Daniel Tiger와 Peppa Pig로 정했다. 페파 피그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시즌 1,2를 무료로 볼 수 있어서 5분짜리 에피소드 하나를 매일 같이 봤다. 페파가 네 살이라서 아이가 친구라며 너무 좋아하고, 내용도 다 순하고(?) 밝아서 나도 즐겁게 페파피그 보는 10시를 기다렸다.

PBS KIDS 앱

다니엘 타이거는 PBS KIDS라는 앱에서 볼 수 있는데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교육에도 좋은 내용이 많다. 자폐가 있거나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있고, 프리스쿨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아서 그 안에서 아이가 사용할만한 영어 문장도 조금씩 배울 수 있었다.


* 그 외 Khan Academy Kids나 Vooks 등의 앱도 좋습니다. 학습에 우선을 둔다면 ABCmouse(유료)를 많이들 사용하는 것 같아요!



4. 이중언어 스토리타임 참석하기


9월부터 Sno-Isle Library에서 온라인으로 이중언어(한국어-영어) 스토리타임이 시작됐다. 매주 수요일 오전에 30분 동안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고 게임도 하고 노래도 하고, 스토리타임이 끝나면 각자의 장난감을 소개하는 sharing time을 가졌다. 아이는 영어로만 하는 스토리타임은 한번 듣더니 또 하기 싫다고 단칼에 거절했지만, 한국어와 영어가 혼합된 이 스토리타임을 참 좋아한다. 내일 스토리타임 하는 날이잖아? 너무 좋아! 프리스쿨은 가기 싫다고 하면서 이중언어 스토리타임은 매일매일 기다렸다.

* 동요, 동화 및 동시를 주제로 하는 이중언어 스토리타임이 11월 17일부터 12월 15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0:30-11:30(Pacific Standard Time, UTC-8)에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Online Korean-English Bilingual Storytime 신청하세요! 도서관 회원 아니어도 신청 가능합니다.



5. 그 외 소소한 활동들


- 주말에 많이 돌아다녔다. 토마스 기차를 타러 가고, 놀이동산도 가고, 펌킨 패치도 가고, 가족 자전거도 타고, 핼러윈 준비를 하고, 정 갈 곳이 없으면 특색 있는 놀이터라도 찾아갔다. 따님의 스트레스가 좀 풀리기를 바라며.

- 10월 중순쯤 아이가 영어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해서 아빠와 노는 시간에는 영어를 혼합해서 사용 중이다. Look, Daddy! Wait for me! I'm here! 외치며 즐겁게 노니 어쨌든 좋다. 재밌게 노는 게 최고지.

- 아이가 영어 섞어서 흥얼거리는 노래를 찾아 같이 익혔다.

- 한국의 누리과정 연계 워크북을 구입해서 한 달에 한 권씩 해보고 있다. 프리스쿨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보고 대화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누리과정 워크북



프리스쿨에서 뭐가 재미있어?
음.. 세 번째 놀이터!
아 놀이터가 재미있어?
밥 먹고 책 읽고 서클타임 하고 놀이터 가잖아? 난 그때가 제일 기분이 좋아. 왜냐아먼 놀이터 끝나고 스낵 먹고 서클타임 하머언 엄마가 오잖아. 그래서 그때가 제일 신나.




아이는 다시 처음 등교한 날처럼 즐겁게 프리스쿨에 가고 있습니다. 매일 가고 싶어 하고, 선생님을 보고 싶어 하고, line leader나 helper로 활동한 일을 자랑하고, 친구들과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이야기하곤 합니다. 걱정하고 애태우던 날도 있었지만 아이가 신나서 등교하니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습니다. 부모는 그저 믿고 기다릴 뿐이었는데 아이는 부딪치고 일어나 웃어주네요.


꼬꼬야 씩씩하게 적응해줘서 고맙고 사랑한다.

I'm proud of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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