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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Sep 03. 2024

진급도 앞두고 있는데 아깝지 않아?

충동적 결정인지 조심스레 권유받은 하루간의 유예

아침에 부장님과 함께하는 담배 타임이 나에게는 나름 위안이 되었었다. 고루한 남자들이 으레 그렇듯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할 기회가 술자리 아니면 담배타임 아니겠나.

빌딩 구석 흡연장에 모여 부장님은 내게 넌지시 부탁했다.


"충동적인 결정은 아닌지 하루만 더 고민을 해주면 안 되겠냐"


육아휴직이 아무리 법정 휴직이라 회사에서 거부할 수 없다고는 해도 인사이동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휴직을 쓴다는 것 자체가 좋지 못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배려 반, 그리고 작년 인사평가 상위이면서 수상이력을 갖고 있어 올해 진급 유력자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반이었으리라.


나도 조직에서 중간 관리자로 사람들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부장님 마음을 십분 이해하기에 그러겠노라 즉답했다. 이런 배려에 답변 하나 시원하게 못할까 싶었다.


물론 그날 업무를 마치기까지 많은 고난이 있긴 했다.

새로이 발령 예정인 부서의 부장(편의를 위해 새부장으로 칭하겠다)은 이미 결정이라도 난 것처럼, 실제로는 전무님의 의사결정이 있었으니 결론이 난 게 맞긴 하다. 하지만 다른 변수가 있으리란 건 꿈에도 모른 채 벌써부터 일거리를 주려고 내 주변을 기웃거리는 게 느껴졌다.

아마 이전에도 새부장이 벌려놓은 일을 부서는 다르지만 같은 본부라는 이름 하에 내가 몇 번이고 뒤치다꺼리를 해줬기에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그리고 내 상황을 아는 다른 선배들은 입을 모아 내게 조언했다.


"진급도 앞두고 있는데 아깝지 않아? 차라리 반년만 버티고 승진한 뒤에 휴직을 써 이기적으로 살아 좀"


퇴근하고 가장 먼저 아이의 얼굴을 마주했다. 초등학교 1학년 사랑스러운 딸아이. 수많은 휴직 중에 육아휴직이라는 카드를 집어든 순간, 딸아이의 의사가 중요하지 않겠나.

그날밤은 딸아이와 자잘한 수다를 많이 떨었다. 마치 밤이 오지 않을 것처럼. 아빠가 쉰다면 함께 즐길 거리, 경험할 거리 많은 걸 나눴다. 딸아이의 눈은 빛났고, 나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동시에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휴식에 대한 갈망이 굳어졌다.


다음날 부장님은 담배 필터까지 깊은 숨을 말아쉬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 결정은 존중해, 너 몸 상태도 그렇고 잘 말씀드려 볼게"


그렇게 내 휴직은 결정됐다.

대학교에서 조기취업을 해서 회사라는 조직에 몸담기 시작한 이래로 첫 방학이었다. 유일하게 쓰러져서 강제로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전 회사의 경험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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